경북의 청년소방관 2명이 '별'이 됐다. 인명 구조에 사명감을 갖고 전심전력을 다했던 이들은 화재 현장에서 한 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불길에 뛰어들었다가 끝내 목숨을 잃었다.
경북소방본부는 1일 문경소방서 119 구조구급센터 소속 김수광(27) 소방교와 박수훈(35) 소방사가 순직했다고 밝혔다.
앞서 전날 저녁 경북 문경 신기동의 육가공 공장에 불이 났다. 인근 주민의 신고로 화재 현장에 먼저 도착한 김 소방교와 박 소방사는 건물에서 사람이 대피하는 것을 발견하고, 내부 인명 검색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수색에 돌입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급격히 불이 확산되면서 두 사람은 건물 내부에 고립됐고, 이어 건물이 붕괴하면서 끝내 탈출하지 못했다.
이날 두 사람의 빈소가 차려진 문경장례식장에서 만난 동료들은 "유달리 책임감이 강한 선후배들이었다"며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구미 출신으로 6년차 소방관인 김 소방교는 20대 초반이던 2019년 소방 공개경쟁채용에 임용됐다. 어렵기로 소문난 인명구조사 자격증을 한번에 따고 구조구급센터에 자원했다. 김 소방교는 지난해 11월 이철우 경북도지사 명의의 표창장을 받았을 만큼 모범이 됐다.
상주 출신인 박 소방사는 앞서 육군특수전사령부 중사로 생활하다 '사람을 구하는 일이 지금보다 큰 보람을 느낄 수 있겠다'며 2021년 8월 소방 공무원에, 이듬해 구조분야 경력경쟁 채용에 잇따라 선발됐다. 아직 미혼인 박 소방사는 평소에 "나는 소방과 결혼했다"고 이야기할 만큼 조직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

이들은 지난해 7월 문경·예천에 쏟아진 극한호우로 실종자가 속출했을 당시에도 68일 간 수색에 뛰어들어 실종자 발견에 공헌했다.
문경 119 구조구급센터장은 "책임감이 강하고, 적극적으로 솔선수범하는 소방관들이었다. 다가오는 설날에는 다 함께 홀몸 어르신들을 찾아 봉사하는 계획도 세워놨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들은 소방관 신분을 떠나 일상에서도 언제나 빛나는 청년이었다. 박 소방사는 태권도 지도자로 양식조리기능사 자격증까지 따며 활기차게 살았다. 지난 2022년 1월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북소방' 특수복을 입은 채 '허잇차'라고 외치며 춤을 추고, 발차기하는 동영상을 게시했다. 지인이 "울 쌤(선생님)은 어디서건 기쁨을 주네요" 라고 댓글을 달자 박 소방사는 "네! 어디서나 넘칩니다!"라고 답했다.
김 소방교는 젊은 세대답게 비번인 날이면 서울 맛집을 찾아다니기 좋아하는 밝은 청년이었다고 선후배 동료들은 전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비보를 듣고 가슴이 아파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공동체를 위한 희생은 고귀하다. 두 소방 영웅의 안타까운 희생을 우리 모두 잊지 말아야 할 이유"라며 "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신 분들의 노고를 결코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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