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얼마나 돌아올까?…전공의 복귀 마지노선 D-1, 지쳐가는 의료 현장

의대 증원 갈등 심화…지역 의료계 "29일에도 돌아갈 전공의 없을 것"
복귀명령 자택 송달했지만…대구 수련병원 6곳 아직 '0'
교수·전임의 피로도 극에 달해 …지역 의료계 "명분이 없다" 부정적

정부의 전공의 복귀 명령 최후통첩 시한을 하루 앞둔 28일 대구 한 공공병원에 설치된 시계 아래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정부는 데드라인으로 공표한 29일이 지난 뒤 3월에도 의료현장에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들에 대해 최소 3개월 이상 면허정지 처분과 고발 등 사법 절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정부의 전공의 복귀 명령 최후통첩 시한을 하루 앞둔 28일 대구 한 공공병원에 설치된 시계 아래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정부는 데드라인으로 공표한 29일이 지난 뒤 3월에도 의료현장에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들에 대해 최소 3개월 이상 면허정지 처분과 고발 등 사법 절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정부가 사직서를 낸 전공의들의 복귀 '마지노선'을 29일로 잡은 가운데 정부와 의료 현장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전공의들의 빈 자리를 채우고 있는 교수들과 전임의들이 피로도가 극심한 상황에서 공백 기간이 길어질 경우 중증·응급 의료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부는 "일부 전공의들이 돌아오고 있다"고 희망섞인 전망을 내놨지만, 지역 의료계는 전공의 복귀를 비관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 전공의 복귀 흐름 아직 없어

28일 대구지역 6개 수련병원(경북대병원, 영남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 대구파티마병원)에 따르면 사직서를 낸 전공의들 중 병원으로 돌아온 전공의는 아직 없는 상태다.

서울 건국대병원의 경우 전공의 12명이 지난 26일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복귀 거부 흐름을 바꾸진 못했다.

열흘 넘게 의료 시스템을 떠받치고 있는 상급종합병원 교수와 전임의들도 한계를 호소하고 있다. 휴식을 취할 여유도 없이 계속되는 진료와 수술로 피로도가 극에 달했다는 것이다.

대구시내 한 대학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사나흘동안 거의 못 자고 수술과 진료를 했고, 오늘도 수술이 3건인데 내일 오전부터 또 진료를 봐야 한다"면서 "다른 진료과도 사정이 다르지 않아 의료진이 지쳐가는 모습이 역력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학병원 의료진은 "지금 의료진 대부분은 탈진 상태로 진료를 이어가고 있는데, 상황이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아 더욱 힘들어한다"며 "'전공의 후배와 제자들이 저렇게 싸우는데 가만히 있어선 안된다며 공공연하게 사직 의사를 밝히는 교수와 전임의들도 많다"고 말했다.

◆ 의료계 "29일 돼도 안 돌아올 것"…대화 두고도 의협 대표성 문제 도마에

정부는 전공의들을 상대로 29일까지 일터로 복귀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 정부는 각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들의 자택에 찾아가 복귀 명령을 전달했다.

그동안 우편이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으로 돌아올 것을 명령했다면 이젠 '송달 효력'까지 확실히해서 사법 절차 준비를 마치겠다는 의미다.

전공의 병원 이탈로 인한 응급환자 지연 이송이 늘고 있다. 27일 대구 시내의 한 종합병원에서 환자 이송을 마친 구급대원이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전공의 병원 이탈로 인한 응급환자 지연 이송이 늘고 있다. 27일 대구 시내의 한 종합병원에서 환자 이송을 마친 구급대원이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앞서 27일에는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의협) 비대위원장과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 박명하 비대위 조직강화위원장.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노환규 전 의협 회장 등 전·현직 의협 간부 5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지역 의료계는 정부의 바람과 달리 29일이 지나도 전공의들이 병원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대구시내 한 개원의는 "전공의들이 빈 손으로 돌아올 생각이었으면 아예 사직서를 내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전공의들에게 복귀할 수 있는 어떤 명분도 주지 않고 무조건 의대 증원을 밀어붙이는 마당에 선뜻 복귀하는 전공의들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와 의료계가 대화의 장을 열려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가 대화를 제안하면서도 의협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의협은 의료계의 대표성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막상 접촉해보면 의협의 대표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대표성을 갖춘 구성원으로 중지를 모아 정부와 협의해줄 것을 계속 요청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의협은 "유일한 의료계 법정단체가 의협이며, 모든 직역에서 배출된 대의원들의 총회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 비대위"라며 "정부가 의협의 권위를 떨어뜨려 내부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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