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의사는 환자 곁으로, 정부는 열린 자세로, 여당은 중재를

의과대학 정원 2천 명 증원을 놓고 정부와 의사 단체의 벼랑 끝 대치가 악화일로다. 정부는 4일 전공의 집단행동 핵심 관계자들에 대해 엄정한 행정·사법 절차를 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신청 안 한 대학은 증원 없다"고 압박하며, 전국 40개 대학의 의대 정원 수요 조사를 마감했다. 그러나 의사 단체는 정부의 강경 대응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고, 전공의들은 복귀하지 않고 있다.

의(醫)·정(政) 대치에 따른 의료 대란은 심각한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대형 병원들은 전공의가 없어 수술과 진료를 절반 이하로 줄였다. 이마저도 언제까지 버틸지 모를 상황이다. 신규 인턴과 레지던트 1년 차의 임용 포기도 현실이 되고 있다. 일부 병원에서는 전임의마저 이탈하고 있다. 정부는 중증·응급 중심의 진료 체계가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술이 지연되고 있는 환자들은 속이 탄다. 진료 공백 장기화로 환자들이 숨지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이해당사자인 의사들은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대할 수 있다. 하지만 생명을 볼모로 한 집단행동은 명분이 없다.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만 외치는 특권적 행태는 여론과 동떨어져 있다. 강경 일변도의 정부에도 사태 악화의 책임이 있다. 의사 증원 지지 여론만 앞세워 의사들을 몰아붙인 결과는 어떤가. 양측의 끝 모를 대치로 국민들만 고통받고 있다. 징계와 처벌로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비난 여론은 정부로 향할 수 있다. 의사들은 환자 곁으로 돌아가고, 정부는 열린 자세로 대화에 나서야 한다.

의·정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지만, 양측을 중재할 구심점이 없다. 의료 시스템을 정밀 분석해 의대 증원 문제를 풀자는 교수 사회의 제안은 윤석열 대통령의 '2천 명 협의 불가' 발언과 협상 '대표성' 논란으로 무산됐다. 총선을 앞둔 정치권은 여론을 살피면서 방관할 뿐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정책을 조율하고 사회 갈등을 해소해야 할 책임이 크다. 이제라도 정치권이 양측의 퇴로를 열어주고, 대화를 중재해야 한다. 그게 정치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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