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홍원화 총장의 여당 비례대표 신청, 배를 버린 선장과 뭐가 다른가

홍원화 경북대 총장이 6일 오후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 미래'에 비례대표 후보자 공천을 신청했다가 7일 오전 철회했다. 오는 10월 총장 임기가 끝난다지만 현직 국립대 총장의 비례대표 신청은 이례적이다. 특히 글로컬 대학, 라이즈 사업 등 굵직한 과제는 물론 무전공 확대, 의대 정원 조정 등 학내외 과업들이 산적했던 터다. 그의 비례대표 신청이 알려지고 학내 구성원 절대다수가 분노를 표출했던 까닭이다.

경북대 총장 출신이 비례대표에 오른 전례는 있다. 박찬석 전 총장(재임 기간 1994~2002년)은 연임 후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반면 홍 총장은 다소 기이한 행보를 택했다. 비례대표 후보자로 접수하면서 총장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각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 등록일인 이달 22일 전까지 사퇴하면 된다지만 '몰래 한 신청'인 건 분명했다.

학내에서는 비례대표 신청 철회에도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훔친 물건을 돌려줬으면 무죄라 주장할 수 있느냐는 개탄이다. 비례대표 신청은 철저히 숨기다 철회는 대내외에 공식화한 것도 말썽이다. 소통이 아닌 일방통행식 고지라는 비난이 쇄도한다. 더구나 주요 현안들을 미해결 상태로 두고 제 갈 길을 찾는 건 구성원들에 대한 모독으로 풀이한다.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는 배를 두고 뛰어내리려는 선장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는 것이다. 경북대 교수 1천238명을 대표하는 교수회도 더 이상 홍 총장을 신뢰할 수 없다며 빠른 시일 내에 물러나라는 성명을 냈다.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할 시기에 정치적 생명을 연장하려는 모습은 온당치 못하다. 경북대는 지난해 글로컬 대학에 지정되지 못한 몇 안 되는 지역거점국립대 중 하나였다. 변혁의 시기에 온 힘을 쏟아야 할 판에 정치권을 기웃거린 건 뼈아픈 실책이다. 그러나 대학의 명운을 건 대사가 당장 눈앞에 있다. 책임을 통감하되 총장직에 있는 한 현안에 진력해야 한다. 믿고 맡겼던 구성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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