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르포] 국민추천 대구 동구군위갑 “與 새 후보자 낙점에 지역 민심 실망"

국민의힘 동구군위갑에 총선 3주 남겨두고 '국민추천' 후보자 공천
지역민들, 예비후보들 탈락에 분노·아쉬움 표시…"최 후보자 지역민 마음 얻어야"

국민의힘이 '국민추천 프로젝트'로 대구 동구군위갑과 북구갑 지역에 새 후보자를 공천한 가운데 18일 지역민들은 이러한 국민의힘의 공천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오전 대구 동구 동서시장 상인들이 개점을 준비하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국민의힘이 '국민추천 프로젝트'로 대구 동구군위갑과 북구갑 지역에 새 후보자를 공천한 가운데 18일 지역민들은 이러한 국민의힘의 공천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오전 대구 동구 동서시장 상인들이 개점을 준비하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국민추천 프로젝트를 통해 최은석 전 CJ제일제당 대표를 공천한 대구 동구군위갑 민심은 술렁였다. 지역민들은 '낙하산 공천'에 대한 실망과 분노를 거침없이 내뱉었다. 지역에 발을 딛고 지역 발전을 이뤄내겠다고 소리쳤던 예비후보자들에게 기회조차 주지 않은 데 대해서는 "지역의 정치 미래를 잘라 버렸다"는 비판도 나왔다. 공천자에게는 지금부터라도 유권자와 눈을 맞추며 다가서는 노력에 매진해야 한다는 주문이 강력하게 제기됐다.

18일 오전 대구 동구 동서시장 인근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김모(72) 씨는 기자와 만나 "예비후보들이 지난겨울부터 몇 달간 시장과 지역 구석구석을 다니며 노력했는데 그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을 주민들이 이해하겠나"라고 말했다.

시장에서 만두를 파는 서모(70) 씨는 지난 20대 국회에서 친박계로 불리며 단수 공천을 받았던 정종섭 전 의원 사례와 유사하다며 "국민추천이라도 지역에 인연이 없는 사람이 후보가 된 건, 당 지도부와 어떤 인연으로 후보자가 된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민공천제로 공천을 받은 최은석 전 CJ제일제당 대표가 사실상 당 지도부가 낙점한 낙하산 인사에 해당한다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시장 인근에서 칼국수집을 운영하는 이모(60) 씨는 "갑자기 후보자가 바뀌었다는 말을 듣고, 상당히 화가 났다. 지금 같은 분위기면 현역 의원이나 다른 예비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그 사람한테 표를 몰아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암동 국립선열공원 인근 금호강변에서 만난 박모(64) 씨는 20년째 국민의힘 당원이라고 밝히며 "동구가 수성구나 달서구에 비해 낙후됐다. 공항 이전 등 새로운 사업이 시작하려는데 지금까지 해오던 사람에게 사업을 마무리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에서 누구를 내도 된다는 생각으로 후보를 정한 것 같다. 당에 대해 상당히 실망했다"고 했다.

반면 새 후보자에 대해 기대감을 표하는 의견도 있었다.

동서시장에서 족발집을 운영하는 이모(66) 씨는 "현역 의원이 지역을 잘 알겠지만, 반대로 새로운 건의는 주변 분위기상 넣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새 사람이 오면 오히려 새 지역 민원을 넣을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시장 인근 마트에서 일하는 김모(60) 씨도 "현역 의원이 자리를 지킨다고 해서, 시장을 비롯해 지역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기대되지 않는다"라며 "차라리 새로운 사람한테 기회를 줄 필요는 있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동구군위갑은 현역 포함 5명이 공천을 신청, 치열한 선거전을 펼친 탓에 낙천한 예비후보들의 불만도 상당하다.

한 예비후보는 "지역에 미리 출마 의사를 밝히고 오래 활동해 왔다"며 "저뿐만 아니라 다른 예비후보들도 지역민과 소통이 됐는데, 그들에게라도 당에서 기회를 주지 않은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당 공천 방침에 대해, 지역 당원들은 격앙된 분위기다. 이런 상황이라면 후보자도 지역에서 전폭적 지지를 보낼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지역 정치권에선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한 건 사실이지만, 새 후보자가 반드시 당선된다는 보장도 없어 보인다는 얘기가 나온다. 현역 의원을 비롯해 예비후보 중 한 명이 무소속으로 출마하고, 여러 예비후보가 힘을 모으면 그 세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최은석 전 대표와 관련해선 다른 예비후보들이 대구부시장과 동구청장 출신 등으로 지역민과 밀착했던 장점이 있는 만큼, 지금부터라도 유권자와 눈을 맞추며 다가서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문이 나온다.

한 책임당원은 "최은석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국회와 지역구 양쪽에서 적응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공항 후적지 개발 등 동구군위갑에 무수한 과제들에 대해서도 제대로 학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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