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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떠났다"…총선 앞 '낙선후보' 지지한 지방의원들 ‘희비 교차’

"더 높은 성장 꿈꿨는데"…지지 후보 낙선으로 허망한 지방의회 의원들
청송에선 기초·광역의원 상당수가 김재원 전 의원 지지…경선 결과 박형수 의원 승
경산에선 윤두현 의원 '경선 불출마'…경쟁 관계에서 조지연 후보 캠프 '원팀'으로
경북도의회 의장단 선거도 국민의힘 경선 큰 변수 될 듯

지난달 7일 한창화 경북도의원(마이크 앞)과 이칠구 경북도의원(왼쪽 두 번째) 등이 '김정재 국회의원 사퇴 및 총선불출마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매일신문 DB
지난달 7일 한창화 경북도의원(마이크 앞)과 이칠구 경북도의원(왼쪽 두 번째) 등이 '김정재 국회의원 사퇴 및 총선불출마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매일신문 DB

"버스는 떠났습니다."

국민의힘 국회의원 경선 과정에서 낙선후보를 지지한 경북지역 한 광역의원이 20일 아쉬운 속내를 드러냈다.

지역 A 의원은 "정치도 도박과 같아서 더 높은 성장을 꿈꾸려면 위험한 도전이 필요하다"며 "얻는 것이 많은 만큼 실패하면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어 허망하다"고 말했다.

이번 국민의힘 국회의원 경선에서 경북 광역·기초의원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지 후보의 공천이라는 길을 따라간 지역 의원들은 꽃길이 보장되지만, 낙선 후보를 따르던 이들은 오히려 어두운 미래에 직면할 수도 있어서다.

청송에서는 김재원 전 의원과 박형수 의원이 경선을 치르면서 현역 지방의회 의원들의 패가 갈렸다.

김 전 의원은 지역에서 오랫동안 의원 활동을 했기 때문에 청송군의회 소속 의원 7명 중 5명이 그를 지지했다. 광역의원까지 그의 손을 들어주면서 청송의 분위기가 김 전 의원으로 몰리는 듯했다.

그런데 경선 결과 박 의원이 승리하면서 김 전 의원을 지지한 현역들은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지난 18일 박 의원이 청송을 방문해 현역 의원들과 점심 식사 회동을 했고 "다시 한번 잘해보자"고 관계 개선을 주문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이들 사이에선 현 상황에 대해 해석이 분분하다.

지역 B 의원은 "지방선거까지 2년이 남았지만, 당장 공천자를 대면하기가 민망한 상황"이라며 "이미 공천자 옆에 가까이 다가서는 이들까지 있어서 입장이 애매하다"고 말했다.

경산에선 현역 윤두현 의원이 경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조지연 후보에 집결하는 분위기다. 앞서 윤 의원과 조 후보를 두고 현역 의원들 패가 나뉘었다가 윤 의원이 입장을 선회한 결과 지금은 한 배를 탄 상황이다.

특히나 이 지역은 무소속 출마한 최경환 전 의원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조 후보를 앞서기까지 하다 보니 '원팀'이 된 의원들이 똘돌 뭉치는 계기가 되고 있다.

3개월 남은 경북도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거에도 이번 경선 결과가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점쳐진다.

의장직 출마를 선언한 포항 출신 한창화 의원은 과거 경북도 행정부지사를 지낸 윤종진 예비후보(포항시북구·국민의힘)를 공개 지지했으나, 윤 예비후보가 현역 김정재 의원에게 고배를 마신 탓에 한 의원도 동력을 잃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대로 같은 지역 김희수 의원은 여러 차례 김정재 의원을 공개 지지해왔다.

마찬가지로 영주 박성만 의원은 임종득 예비후보(영주봉화·국민의힘), 예천 도기욱 의원은 김형동 예비후보(안동예천·국민의힘)을 각각 지지했던 터라 '지지 후보의 공천 승리'를 맞아 입지를 지키게 됐다.

부의장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울릉 출신 남진복 의원은 김병욱 예비후보(포항남울릉·국민의힘)를 지지했으나 이상휘 예비후보가 공천되면서 입장이 난처해졌다. 경주 출신 배진석·최병준 의원은 김석기 의원을 지지하고 공천까지 이끌어내면서 경북도의회 최초 '한 지역 두 부의장 탄생' 기대까지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지역 C 의원은 "아무래도 국회의원이 2년 뒤 지방선거 공천에 많은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에 중립을 지키기는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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