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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투자’ 현대차·LG·쿠팡 전략 방향 달랐다…현대차·LG '미래 먹거리' 쿠팡 '생존'

'생계형 투자' 쿠팡, 중국 최대 이커머스기업 알리익스프레스에 정면으로 '맞불'

쿠팡이 지난 28일 한국시장에 3조원 이상을 투자해 지방에서 '쿠세권(로켓배송 가능 지역)'을 넓히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매일신문DB
쿠팡이 지난 28일 한국시장에 3조원 이상을 투자해 지방에서 '쿠세권(로켓배송 가능 지역)'을 넓히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매일신문DB

현대차그룹과 LG그룹, 쿠팡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지난 27일 서로 다른 투자 계획을 발표해 산업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7일 투자 계획을 발표한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3개사의 투자사례를 소개했다.

산업계에서는 대외적인 불확실성과 거시경제 변동성 속에 현대차그룹과 LG그룹의 투자 계획은 미래 먹거리 발굴과 수출을 늘리는 대책이고, 무료 배송확대를 늘리는 쿠팡은 최근 중국 알리 익스프레스 등 '차이나 커머스의' 공습에 맞선 '생존 전략'에 가깝다는 평가다.

◆전기차 신시장 확대 나선 현대차, 미래경쟁력 제고 나선 LG
29일 산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은 27일 2026년까지 68조원을 3년간 투자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올해부터 2026년 말까지 연평균 22조7000억원 가량을 투자한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전기차 제품을 31종으로 늘리고 국내 전기차 생산량을 연간 151만대(수출 92만대)로 확대한다.

이 과정에서 현대차는 총 8만명을 채용하고, 이 가운데 4만4000명은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중심 차(SDV), 탄소중립 실현 등 신산업에 투자키로 했다. 신차와 부품을 개발하고 안전관리 등에 2만3000명을 뽑기로 했다.

현대차의 이 같은 투자는 변화하는 글로벌 자동차업계 흐름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현대차는 2022년에 이어 지난해도 2년 연속 글로벌 완성차 그룹 판매량 3위에 오르면서 글로벌 '톱3'를 굳혔다. 현대차와 기아, 제네시스 합산 판매다수가 730만4000대에 달해 2위 폭스바겐(924만대)과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그러나 전기차 분야 점유율은 완성차만큼 높지 않다. 글로벌 전기차 통계사이트 클린테크니카에 따르면 지난해 순수 전기차 판매량은 미국 테슬라(180만대)가 19.1%로 1위였다. 중국 BYD(16.5%)와 상하이자동차(SAIC),폭스바겐 볼보 등이 '톱5' 기업인만큼 전기차 투자를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오는 2030년까지 연평균 17.3%를 기록하며 6937억달러(약 925조원)에 달할 것으로 조사됐다. 새로운 먹거리인 전기차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LG그룹도 같은날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2028년까지 5년간 10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LG의 글로벌 총 투자 규모의 65%다. LG는 AI,바이오, 클린테크와 같은 미래 기술과 배터리, 자동차 부품, 차세대 디스플레이 등에 국내 투자액의 50%를 투자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특히 투자재원의 55%를 국내 핵심 소재 연구개발과 스마트 팩토리 등에 투입한다.

LG그룹의 투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을 선점하기 위한 '미래 경쟁력 제고'에 방점이 찍힌다. 핵심 신사업 중 하나인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사상 최대인 연간 매출 33조, 영업이익 2조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 경쟁자인 CATL이 순수전기차 등에 탑재된 총 배터리 사용량이 작년 동월부터 43.2% 증가했다. LG에너지솔루션을 제치고 점유율 1위에 올랐다. 확실한 경쟁우위 확보가 급선무라는 것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부터 적자를 지속하고 있고, LG전자는 지난해 최대 매출액인 84조원대를 달성했지만 영업이익은 0.1% 줄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사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어떠한 상황에서도 성과를 내는 단단한 사업 구조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누적 적자 6조' 쿠팡 투자 목적은 '생존'..."시가총액 500조 中 공룡 공습 막아야"
반면 쿠팡의 투자는 '생존 전략'에 가깝다는 평가다.

이미 완성차 글로벌 시장점유율 2위로 지난해 15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등 매년 영업이익 신기록 행진 속에 투자를 늘린 현대차 등 대형 그룹사와 투자 관점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쿠팡은 2026년까지 약 3조원 이상을 투자해 경상북도 김천과 충북 제천, 대전·울산·광주 등 전국 8개 지역에 물류센터를 건립해 고용을 확대하고, 2027년까지 전국민 5000만 무료 로켓배송 시대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알리바바는 최근 국내 시장에 3년간 1조4400억원(11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나섰는데, 여기에 2배 이상으로 '맞불'을 놓은 것이다. 쿠팡의 로켓배송 지역은 전국 182개 시군구에서 230여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알리는 무서운 속도로 진격 중이다. 알리의 지난달 월간 사용자 수는 818만명으로, 전년 동월(355만명)과 비교해 130% 성장했다. 또 알리가 대부분 차지하는 중국발 직구금액은 지난해 23억5900만달러(3조1000억원)으로 58.5% 늘었다.

최근 추가 투자로 한국 유통시장 장악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알리바바의 시가총액은 485조원(홍콩·뉴욕증시 합산)으로 쿠팡(42조원)의 10배 이상으로, 지난해 영업이익(23조원)도 쿠팡(6174억원)의 38배에 달할 정도로 자금력이 높다.유통업계에서 국내 시장에 추가 투자를 예상하는 이유다.

쿠팡은 지난 10년간(2013~2023년) 6조원이 넘는 누적적자를 낸 반면 알리바바도 이 기간(2013~2023년) 150조원 이상의 순이익을 내면서 투자 여력이 훨씬 높다는 분석이다. 쿠팡이 지난해 첫 연간 흑자를 냈지만, 수익성 개선보다는 무료 로켓배송망과 물류망 확대로 중국 공습에 대응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LG그룹의 투자는 더 많은 수익과 먹거리를 창출하기 위한 방책이라면, 쿠팡의 투자는 밀려드는 중국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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