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준 낮은 엉터리 후보, 수준 높은 국민이 함량 미달 거르자

‘저질 후보→나쁜 정치’ 악순환 끊어야
여야, 상대 적으로 규정한 뒤 심판론에만 열 올려
정작 막말, 불·편법, 위선 등 함량 미달 후보들 걸러내지 못해
"주권자가 심판하지 못하면 나쁜 정치 악순환 끊을 수 없어"

4·10 총선을 이틀 앞둔 8일 더불어민주당 선거운동원들이 대구 수성구 신매초교 인근 유세 현장에서
4·10 총선을 이틀 앞둔 8일 더불어민주당 선거운동원들이 대구 수성구 신매초교 인근 유세 현장에서 '기호 1번'을 강조하고 있다.(왼쪽) 같은 날 달서구 동본리네거리 부근에서 국민의힘 선거운동원들이 V 모양을 만들어 '기호 2번'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역대 어느 총선보다 후보들의 자질 시비가 많이 불거진 4·10 총선의 본투표일을 불과 하루 앞둔 가운데 수준 낮은 후보들을 제대로 가려내 수준 높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위상을 정치권에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막말, 불·편법, 위선 등으로 각종 논란을 일으킨 후보들을 각 정당이 전혀 걸러내지 못한 채 표만 챙겨 가겠다는 행태를 드러내면서 유권자가 투표를 통해 직접 엉터리 후보들을 준엄하게 심판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라의 근간을 결정하는 입법, 그리고 나라 살림살이까지 맡는 국회가 바로 서지 않고는 국민의 삶이 나아지는 게 불가능한 만큼 대한민국 전체는 물론, 국민 각 개인의 복리를 위해서라도 10일 투표장으로 향하고, 주권자의 매서운 힘을 투표권 행사를 통해 보여줘야 한다는 제언이 각계에서 쇄도하는 중이다.

이번 총선 국면에서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갈등만 증폭시켜온 정당들이 국민에게 실망감만 안겨주는 후보들을 다수 내세우면서 정치 혐오를 사상 유례없는 규모로 키웠다는 지적을 낳았다. 입에 담을 수 없는 막말을 쏟아낸 후보, 부정하게 재산을 축적하거나 물려준 후보, 본인의 말과 행동이 다른 위선적 후보 등 논란의 후보들이 연이어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지만 해당 후보를 공천한 정당은 '선거일까지만 버티자'는 식의 행태를 보여왔다.

당선증을 얻은 뒤 국회의원 특권을 바탕으로 4년간 호의호식하겠다는 심산이란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이 작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고 여겨지는 영·호남 등 텃밭 선거구에 나선 후보들을 향한 날 선 목소리도 들려온다. 부실한 공약을 내세우거나 시늉만 하는 선거운동으로 '웰빙 후보'란 비아냥까지 제기된다.

이런 이유로 사회 각계에서는 지리멸렬한 정치권을 향한 심판의 날을 4월 10일 제22대 총선 선거일로 꼽고 있다. 함량 미달 후보가 당선되는 정치에다 강성 지지층을 향한 증오·혐오의 정치, 복수혈전으로 상징되는 질 낮은 정치의 악순환을 끊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8일 총선을 이틀 앞두고도 여야 정치권은 고물가, 경기 침체, 저출생, 소멸 위기, 세대·계층 간 갈등 등 대한민국에 산재한 과제에 대한 해법은 뒷전으로 한 채 상대 진영을 향한 비난에만 열을 올렸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조(이재명·조국)심판론을 고리로 "(야권은) 200석을 갖고 대한민국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맹폭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윤석열 정권을 향해 "이번에 옐로카드를 줬는데도 계속 반칙하면 언젠가는 레드카드를 줘야 할지 모른다"며 향후 정권 퇴진론에 나설 것이란 점을 강하게 시사했다.

시대정신을 반영한 대형 정책 경쟁이 사라진 곳에서 격화된 정쟁은 지역 일꾼을 뽑자는 총선을 대통령 선거 대리전처럼 끌고 가고 있다. 상대를 적으로 규정한 뒤 서로 심판하자는 각축적만 벌이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심판론만 가득한 이번 총선 국면에서 심판 이후 그려갈 대한민국 미래는 없다"며 "골치 아픈 정치가 싫다며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나쁜 사람이 만드는 나쁜 정치, 그들이 만든 나쁜 나라에서 계속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부터 먼저 투표장에 나가 주권을 행사해 정치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끊는, 나쁜 정치 심판에 앞장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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