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내 첫 '딸 출산' 레즈비언 부부 "혈연만이 가족 아니다"

2019년 미국 뉴욕서 '정식 부부', 2023년 정자 기증 통해 임신·출산

한국인 레즈비언 부부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임신 사실을 공개하고 나섰다. 에세이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 저자로 지난 2019년 동성의 연인과 정식 부부가 된 김규진씨가 주인공이다. 김 씨 인스타그램 캡쳐
한국인 레즈비언 부부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임신 사실을 공개하고 나섰다. 에세이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 저자로 지난 2019년 동성의 연인과 정식 부부가 된 김규진씨가 주인공이다. 김 씨 인스타그램 캡쳐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동성 커플의 임신 사실을 알렸던 김규진(32)·김세연(35) 부부가 최근 근황을 전했다. 앞서 이들은 지난해 8월 딸 '라니'의 출산 소식을 전해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코스모폴리탄은 이들 부부의 인터뷰를 온라인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인터뷰에서 세연 씨는 '가족이란 무엇이라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거창할 것 없다"며 "서로 사랑하고 내가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가족"이라고 답했다.

규진 씨도 "민법상 가족 범위는 배우자와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는 물론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까지"라며 "그런데 재밌는 건 후자의 경우 '생계를 같이 할 경우에만'이라는 단서 조항이 있다. 함께 지내는 게 가족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는 혈연만이 가족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아내가 말한 것처럼 서로를 가족이라 생각하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이들은 지난 2019년 미국 뉴욕에서 정식 부부가 됐다. 그해 11월 한국에서도 결혼식을 올렸고, 규진 씨는 신혼여행 휴가를 위해 회사에 청첩장을 돌리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후 규진 씨는 지난해 벨기에의 한 난임병원에서 무기명·랜덤 방식으로 정자를 기증받아 임신에 성공했다. 한국에서도 시술받는 것을 고려했지만 정자 기증자를 찾기 힘들었다고 한다. 또 법적 부부나 사실혼 이성애 부부에게만 정자를 제공하기에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지난해 8월 이들의 딸 '라니'가 태어났다. 국내에서 동성 커플의 임신과 출산이 공개된 것은 이들 부부가 처음이다.

성 소수자 부부로서 어떻게 출산할 생각을 했는지에 대해서 규진 씨는 "원래는 둘 다 아이 생각이 없었다. 아내는 출산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고, 저는 좋은 부모가 될 자신이 없었다"며 "(그러던 중) 제가 프랑스로 파견을 갔다. 정자 기증 센터와 접근성이 좋아지니 (아이 갖는 걸) 시작하기 용이했다"고 답했다.

'법적 부부가 아닌데 엄마라고 하는 것이 맞느냐'는 일부 시각에 대해 세연 씨는 "그들의 안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내가 엄마라고 느끼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규진 씨 또한 "그런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놀랍다. 그렇게 치면 입양한 아이나 재혼 가정의 아이는 자녀가 아닌 거냐"고 되물었다.

이들은 한국에서 법적 부부가 아닌 탓에 부부 또는 부모로서 법의 보호나 혜택 등을 누릴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이들은 모두가 각자 위치에서 긍정적으로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세연 씨는 "모두가 자기 자리에서 자신을 긍정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규진 씨도 "이 사회의 모두가, 모든 가정이 다 똑같은 모습이라면 이렇게 재미있진 않을 것이다. 다들 함께 지금처럼 재미있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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