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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1억원 내고 4억원 받을 한 60대 지식인의 사과

윤석명 "일본, 한국 보험료율의 2배인데 129만원 받아"
"연금 덜 받자…노인 돼 젊은이들 비난 받고 싶지 않아"
"내 손자, 손녀는 금쪽같이…왜 남의 자식엔 빚 폭탄?"

윤석명 전 한국연금학회장. 출처: 매일신문 유튜브
윤석명 전 한국연금학회장. 출처: 매일신문 유튜브 '이동재의 뉴스캐비닛'

국민연금연구원에서 연구조정실장,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사회보장연구본부장을 25년 동안 근무한 윤석명(63) 전 한국연금학회장은 올해부터 국민연금을 수령하기 시작했다. 그가 받는 건 월 175만원 수준이다.

그가 26년 동안 낸 돈은 1억1천만원 정도. 한국인 기대수명인 83세까지 살면 그가 받을 돈은 최소 4억2천만원이다. 그는 "차액인 3억1천만원은 젊은이들이 짊어져야 할 무게"라며 "국민연금 수령액을 과감하게 줄여야 한다"고 했다.

윤 전 학회장은 27일 오후 매일신문 유튜브 <이동재의 뉴스캐비닛>에 출연해 "국민 소득이 우리보다 높은 일본 사람들이 보험료율 18.3%, 우리의 2배를 내는데 저보다 훨씬 적은 129만원을 받고 있다. 이 제도가 지속가능하겠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 보험료율은 9%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국민연금 체계를 유지하면 2055년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1990년생부터는 국민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된다. 1990년 이후 출생자도 연금을 받으려면 보험료율을 올리거나 지급액을 줄여야 한다.

1988년 7월 윤 전 학회장이 첫 직장을 다닐 때만 해도 보험료율은 3%, 소득대체율은 70%였다. 소득의 3%만 내면, 은퇴 후 월평균 소득의 70%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후 두 번의 연금개혁을 거치면서 보험료율은 9%로 올랐으나, 26년째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소득대체율은 1998년 1차 개혁 때 60%로 떨어졌고, 2006년에 시작한 2차 개혁 때는 소득대체율만 40%로 낮췄다.

앞서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가 시민대표단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론조사에서 56%가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50%로 인상하는 안'을 택했다. 여야는 내는 돈인 보험료율 13%로 올리는 데 합의했지만, 받는 돈인 소득대체율(국민의힘 43%, 민주당 45%)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후 여야는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4%'에선 접점을 찾았다. 하지만 기초연금 통합·연계 등 '구조개혁' 여부를 놓고 평행선을 달렸다. 여야가 국민연금 개혁안에 끝내 합의하지 못하면서 연금개혁 과제를 22대 국회로 넘기게 됐다.

이를 두고 윤 전 학회장은 여전히 '더 내고 더 받는 국민연금 개편' 논의가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그는 "우리가 연금개혁을 왜 하려고 하느냐"며 "미래세대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윤 전 학회장은 보험료율을 13%가 아닌 22%를 걷어야만 소득대체율이 44%인 상황에서 미래 세대에 빚을 떠넘기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논의되는 안은 개악안"이라고 규정지으며 "이걸 받으면 역사적 공범이 된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는 "우리 586세대들 중엔 '우린 부모도 부양하고 자식도 부양하고, 영종도 공항, 경부고속도 등 인프라도 구축해 놓았으니 연금 지급을 더 받는다고 그렇게 기분 나빠하지 마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며 "나는 굉장히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최저 출산율인 한국에서는 세대 간 형평성이 크게 저하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더욱이 미래세대는 투표권이 없다보니 현 시점에서 '더 내고 덜 받는' 연금개혁을 통해 현재 세대의 부담을 늘리기 어렵다.

윤 전 학회장은 "출산율 0.6%대 가는데 20만 명 태어난 세대가 70만 명, 100만 명 태어난 세대를 부양해야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문가들 중 일부는 자기 자식 손자 손녀는 그렇게 금쪽같이 여기면서 왜 다 남의 자식들은 이 '빚 폭탄'을 넘겨주라 그러냐는 얘기를 한다"고 했다.

그는 소득대체율 40%를 유지하면서도 우리 국민연금 제도를 소득비례연금으로 바꾸는 구조개혁 시나리오를 제안했다. 소득비례연금은 국민연금의 소득 재분배 기능이 없는 대신 '더 내고 더 받는' 장기저축형연금을 뜻한다.

현행 국민연금 제도는 고소득자가 저소득자보다 수익비가 낮아 저소득자에게 유리하다. 반면 소득비례연금제에선 내는 돈이 많으면 받는 돈이 많아 소득에 따른 유불리가 없다. 윤 전 학회장은 "앞으로 새로 들어오는 젊은 층들도 연금을 제가 받는 것보다 더 많이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안은 젊은이들에게 너무 가혹하다. 연금 구조를 혁신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지금 논의되는 안은 개악"이라며 "난 노인이 돼서 젊은이들한테 비난 받지 않고 길거리 제대로 돌아다니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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