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정위 잣대로라면 쿠팡 쓸 일 없어, 로켓 상품 추천이 왜 랭킹 조작이냐"…백화점 1층도 과징금 물려야

저출생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쿠팡을 통해 육아에 필요한 용품을 주문하고 있다.
저출생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쿠팡을 통해 육아에 필요한 용품을 주문하고 있다.

공정위는 13일 쿠팡의 PB(자체 브랜드)을 포함한 로켓배송 직매입 상품 밀어주기 의혹에 대해 14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법인 고발을 결정하면서 사실상 쿠팡의 상품 추천을 제재했다. 쿠팡이 그동안 로켓배송 상품을 추천하는 '쿠팡 랭킹순'을 '조작'으로 보고, 이를 '소비자 기만'으로 결론내린 것이다. 그러나 유통업계에서는 쿠팡이 직접 상품을 매입하며, 무료 반품과 환불은 물론 배송까지 하는 직매입 상품에 대한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로켓배송이 쿠팡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그동안 쿠팡이 수조원 이상을 투자해 만든 서비스인데, '추천'이 없이는 작동이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 쿠팡 "재고 부담에 무료반품까지…자유로운 추천 없이 서비스 못해"

공정위는 13일 쿠팡에 과징금 1400억원과 법인 고발이라는 '초강수 제재'를 내렸다. 공정위에 따르면, 과징금 1400억원은 지난 단일 기업으로 부과된 규모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공정위는 쿠팡이 2019년 2월부터 최근까지 인위적으로 6만4250개 직매입과 PB상품을 검색 순위 상단에 노출했고, 임직원 상품평을 동원해 PB상품을 검색 상위에 올렸다고 했다. '쿠팡 랭킹순'의 소비자 선호도, 판매량 등 '객관적인 검색 지표'와 달리, 쿠팡이 수익성 제고 등을 이유로 인위적으로 상품을 1~3위에 추천 배치했다는 것이다. 공정위측은 "쿠팡의 행위로 소비자 오인을 낳았다"고 말하며 쿠팡의 랭킹이 '조작'됐다고 말한다. 그러나 공정위는 쿠팡의 행위로 소비자가 얼마나 큰 금전적 피해 등을 입었는지 밝히지 않았다.

쿠팡은 로켓배송 상품을 자유롭게 추천하고 판매할 수 없다면, 모든 재고를 부담하는 쿠팡은 더 이상 로켓배송 유지가 어렵다고 반박했다. 그동안 매년 수십조원을 들여 로켓배송 상품을 구매하고 빠르게 배송하고 무료 반품을 보장했는데, 이 모든 서비스의 시작인 '상품 추천'을 막으면 소비자들의 막대한 피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유통업계에서도 쿠팡의 주장에 대해 "업계 본질을 건드렸다"는 반응이다. 쇼핑몰에 통상 3~5분 체류하는 소비자들의 경우, 빠르게 원하는 상품을 찾아 구매한다. 빠른 로켓배송과 새벽배송은 쿠팡의 핵심 경쟁력이지만, 소비자들이 빨리 원하는 상품을 찾고 구매하는 '쿠팡 랭킹순' 시스템에 대해 그동안 소비자들의 불만보다 만족이 컸기 때문이다.

공정위 제재 전까지 쿠팡 랭킹순은 소비자의 선호도를 바탕으로 다양한 상품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고, 별다른 소비자 불만이 제기된 적이 없다. 가령 '우유'라고 검색하면 파스퇴르나 연세우유, 상하목장 같은 브랜드는 물론 가격이 중량대비 30~40% 저렴한 '곰곰' 우유도 뜬다. 소비자들은 2개부터 12개, 24개 묶음의 다양한 가격대와 상품을 추천받고 있고, 시간을 오래 들이지 않고 원하는 상품을 찾을 수 있다. '최근 다른 고객이 많이 구매한 상품'으로 매일우유나 서울우유, 남양유업 같은 대기업 상품도 추천하지만, 상대적으로 인기는 덜하지만 저렴한 중소 중견 브랜드 상품도 많다. 소비자 김모씨는 "검색어에 따라 쿠팡 랭킹순만 보면 '저렴한 상품' '품질 대비 가성비 상품' '인기 글로벌 상품'을 한눈에 볼 수 있다"며 "공정위가 말하는 '객관적 지표'로만 추천을 하는 것이 오히려 조작 아니냐"라고 했다.

◇소비자들 "공정위 잣대로라면 쿠팡 쓸 일 없어, 상품 추천이 왜 랭킹 조작이냐"

소비자들 사이에선 공정위가 '판매량순' '클릭순' 같은 객관적 지표로만 상품을 추천받으면 신제품과 계절성 상품 등을 전혀 추천받을 수 없고, 쿠팡을 쓸 일이 없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에 쿠팡 과징금 1400억원을 매긴 전체 매출의 대부분은 직매입 상품이고, 이 가운데는 애플 아이폰이나 삼성 갤럭시 같은 인기 상품들도 포진해 있는 상태다. '아이폰15' '갤럭시 S24'같은 상품이 새롭게 출시되도 살 수 없고, 반대로 소비자가 신뢰하지 않은 배송 느린 중국산 상품이 추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쿠팡 로켓배송 서비스인 '첫단추'인 상품 추천을 막으면 그동안 로켓배송 상품을 전국 30개 지역, 100개 이상 물류센터의 상품이 팔리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쿠팡의 로켓배송은 상품추천→고객 구매→전국 물류센터와 배송캠프 재고 보관 및 입출고→로켓배송으로 이어지는 비즈니스 구조를 갖추고 있다. 무료 반품과 환불도 이 과정에서 서비스된다. 소비자가 로켓배송 상품을 제대로 못사면 구매 저하로 이어지고, 무료 반품과 배송을 위해 전국에 갖춘 물류망도 마비될 수 있다. '상품 추천' 금지가 쿠팡의 로켓배송 서비스를 불가능하게 하는 '도미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마케팅업계 관계자는 "같은 중량과 맛의 만두라도 1만원짜리 로켓배송 상품이 판매화면에서 사라지고, 2만원짜리 상품이 판매량이 많다는 이유로 검색 상단을 채울 수 있다"고 했다. 쿠팡은 "전국 무료배송과 3조 물류투자, 22조원 한국산 매입이 중단될 수 있다"고 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공정위 규제가 로켓배송 서비스를 완전히 좌초시킬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소비자 사이에선 이날 공정위 제재 발표에 "가만히 로켓배송 잘 쓰고 있는데 왜 정부가 간섭하냐" "랭킹 조작이 이해 안된다. 분유 기저귀 로켓배송 안되면 책임질 것이냐"는 반응이 속출하고 있다. 정부 규제에 따라 쇼핑 시간이 늘어나거나 원하는 상품을 찾을 수 없으면 로켓배송으로 쇼핑을 의존하는 도서산간 지역 소비자들도 불만이 커질 수 있다. 로켓배송 서비스에 제동이 걸려 고객들이 크게 줄고, 이에 따라 쿠팡의 로켓배송 투자에 제동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쿠팡에 대한 과도한 조치로 해외 글로벌 공룡 사업자들에게 국내 사업 기회를 주는 꼴"이라고 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런식의 제재라면 대형마트의 판촉사원, 편의점 진열대, 백화점 1층도 과징금을 물려야 한다"며 "잘나가는 기업 발목 잡아 C 커머스 키워주는 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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