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한 중국 전기차의 수출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높은 관세로 견제에 나서고 있다. 중국 정부는 미국 정부의 조치에 대해 비난의 수위를 높이는 반면, EU의 결정에 대해 크게 반발하지 않고 있다. 미국과 함께 세계 양대 자동차 시장으로 꼽히는 유럽으로 '우회로'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 최대 관세율 美 100%p, EU 38.1%p
미국과 EU 모두 중국산 전기차가 당국의 막대한 보조금을 받아 시장에서 불공정한 경쟁을 했다고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최고 관세율은 차이가 크다. 지난달 14일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 관세를 100% 인상했다. 이로써 최종 관세는 기존 27.5%(최혜국 관세 2.5%에 25% 추가)에서 102.5%(최혜국 관세 2.5%에 100% 추가)로 올랐다.
EU도 8개월에 걸친 반(反)보조금 조사를 바탕으로 지난 12일 중국산 전기차에 17.4%∼38.1%포인트의 잠정적 추가 관세 부과를 결정해 발표했다. 이에 따라 내달 4일부터 기존 관세율 10%를 더하면 27.4%∼48.1%의 관세가 부과된다.
EU는 조사에 협조한 비야디(BYD), 지리(Geely), 상하이자동차(SAIC) 등에는 평균 21%p 포인트(p)의 추가 관세율을 적용했고 비협조적이었던 업체엔 38.1%p를 적용했다.
중국산 전기차 EU 수출은 다소 줄 전망이다. 중국 해관총서(세관격)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용 중국산 전기차의 45.1%인 48만2천대가 EU에 수출됐지만, 평균 21%p의 추가 관세로 대EU 수출이 이전 대비 연간 30% 감소할 것이라고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이 전망했다.
그러나 중국 내에선 이 같은 EU의 상계관세 부과율에 대해 '감내'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확연하다.
블룸버그 산하 경제연구소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의 조안나 천 애널리스트는 "(세계 2위의 전기 배터리 생산업체이자 세계 1위 전기차 생산 기업인) BYD는 동종 최고의 수익성을 갖춰 EU의 상계 관세 부담을 흡수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U의 중국산 전기차 잠정 상계관세 결정 발표에도 불구하고 지난 13일 홍콩 주식시장에서 BYD 주가는 8.8% 급등했다.
중국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의 추이둥수 비서장은 "중국 자동차 기업들의 경쟁력이 강화됨에 따라 관세 인상 등의 무역 조치에 직면한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그러나 추가 관세 탓에 패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상무부와 외교부도 대변인을 통해 EU의 고율 상계관세 부과가 잘못됐다고 비판하면서도 그 수위가 높지 않은 점이 눈길을 끈다.
미국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100%p의 추가 관세를 결정해 발표했을 때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이 나서 "중국의 정상적 경제·무역·과학·기술 활동을 미친 듯이 탄압하는 것에 가깝다"며 "미국 일부 인사가 자기의 단극 패권을 지키기 위해 이미 이성(理智)을 잃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한 것과는 대응 강도가 확연히 다르다.

◇ EU 친중 세력 결집 의도
특히 중국은 EU의 이번 조치가 4개월간 '잠정'적인 것으로, '확정'되려면 EU의 차후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친(親)중국 세력을 결집해 오는 11월 27개 회원국의 확정 가결 투표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심산이다. 독일과 스웨덴, 헝가리 등이 주요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중국과 교역량이 많고 자동차 등 제조업 분야 협력이 공고한 독일은 EU 의 중국산 전기차 고율 관세에 반대한다는 점에서 중국이 기대하는 바가 크다.
EU의 중국산 전기차 고율 관세 부과 발표 직후 폴커 비싱 독일 교통장관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집행위의 징벌적 관세는 독일 업체와 그들의 대표 제품에 타격을 준다"며 반대 입장을 밝힌 데서도 독일 내 기류가 읽힌다.
중국 지리자동차는 스웨덴에 본사를 둔 볼보를 소유하고 있다. 2017년부터 헝가리에서 공장을 운영해온 BYD는 지난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문을 계기로 공장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서 헝가리 역시 중국에 우호적이다.
중국은 11월 표결에서 EU의 기존 상계관세 부과 조치를 '없던 일'로 만들 수는 없겠지만, 그전까지 최종 관세율을 낮추는 데 전력을 다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으로선 EU 회원국 간 분열을 유도해야 이익이 생기는 셈이다.
중국은 전기차 이외에 EU가 태양광 패널·풍력터빈·전동차·의료기기·주석도금 강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벌이고 있는 데 대해서도 같은 대응을 하고 있다. 친중 EU 회원국들을 모아 협력을 유도하는 한편, 반중 정서가 강한 회원국들에 대해 적절한 수단으로 공세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실제, 중국은 자국산 전기차에 반대 목소리를 크게 내는 프랑스에 대해선 지난 1월 5일 프랑스산 코냑을 포함한 수입 브랜디 반덤핑 조사를 개시한 바 있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