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문제 해법 등을 놓고 윤석열 대통령과 연일 갈등 양상을 노출하고 있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향한 우려가 보수 진영 일각에서 깊어지고 있다.
지난 21일 윤 대통령과 면담 이후 '빈손 논란' 속에 본격적으로 원내 친한계(친한동훈계) 결집에 나서는 행보를 보인데 이어, 김 여사 친인척 조사를 위한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를 놓고 추경호 원내대표와도 이견을 나타내는 등 당정 화합보다 '자기 정치'에 치중한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한 대표는 26일 서울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고 박정희 전 대통령 45주기 추도식에서도 이런 입장을 견지했다. 이날 추모식에는 한 대표 외에 추 원내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한승수·정홍원·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이 자리했다.
한 대표는 이날 추모식에서 "박 전 대통령께서 도전 정신과 애국심으로 변화와 쇄신을 이끄셨다"며 "저도 국민의힘도 변화와 쇄신의 길로 가겠다"고 밝혔다.
반면, 추 원내대표는 "박 전 대통령 정신을 이어받아 민생, 안보, 평화통일, 국민의 단결과 통합을 위해서 더 많은 일을 해야 하겠다"며 '단결'과 '통합'을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두 사람의 방명록 문구를 두고 "한 대표의 변화·쇄신, 추 원내대표의 단결·통합 이라는 대조되는 키워드는 현재 여당내 분열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이 나온다. 한 TK인사는 "한 대표는 현 정부를 위한다고 말하지만, 대통령을 코너로 몰수록 야당의 탄핵 공세는 거세지고 결국 정권을 내주는 결과를 맞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대표의 추모식 참배를 놓고도 일부 반한(反한동훈) 진영에선 곱잖은 시선이 나온다.
한 대표는 여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이던 지난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첫 예방했다. 국정농단 사건 담당 검사로 일한지 6년여만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을 찾은 한 대표에게 "나라가 많이 어려울수록 여당이 대통령을 뒷받침하고 도와줘야 한다"는 취지의 조언을 했는데, 이후 한 대표는 오히려 반대되는 행보를 걷고 있다는 것이다.
보수진영 한 인사는 "한 대표는 법무장관 시절이던 자기 검사인생의 화양연화(花樣年華)는 문재인 정권 초기 (박근혜 정부 관련) 수사"라고 하지 않았나. 그런 말을 해놓고 박정희 전 대통령 추모식에서 변화와 쇄신을 얘기할 수 있나"라고 꼬집었다.
이날 박정희 전 대통령 추모식에는 일부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한동훈 물러가라", "대표가 뭐 하고 있나"라고 외치며 항의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전날 부친 묘소를 참배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날 추모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통령과 당정갈등을 이어가는 한 대표 행보에 대한 쓴소리가 꾸준히 보수 진영에선 나오고 있다. 거대야당과 맞서 싸워야할 여당의 대표가 자꾸 내부 갈등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한 여당 정치인은 "정치는 꼭 토론을 붙어서 상대를 이겨야 승리하는 게 아니라, 때론 양보하고 져주면서 더 좋은 성과를 얻는 수도 있다"며 한 대표가 윤 대통령 회담에 앞서 '독대'를 공개 요청하고 요구사항들을 언론에 먼저 공개한 점을 지적했다.
한 대표가 김 여사 의혹을 정면으로 다루고자 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명품 파우치백 의혹 경우 이미 검찰에서 무혐의를 내리지 않았나. 검찰 후배들을 못믿는 건가. 일부에선 한 대표가 야당의 의혹 제기에 동조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있는게 사실"이라고 했다.
한편, 한 대표가 초청 강연차 25일 대구를 방문한 가운데 한 대표를 성토하는 모습이 현장에서 목격되기도 했다.
이날 오후 한 대표가 방문한 수성구 범어동 국민의힘 대구시당 앞에선 한 대표를 비판하는 문구의 손피켓을 든 젊은 남성과 한 대표 지지자들로 보이는 인파가 대치를 벌였다.
이어 대구 북구에서 열린 한 대표 강연 초청 현장에서도 한 여성이 강연장 밖에서 '한동훈 사퇴하라'고 적은 피켓시위를 했고, 한 남성은 한 대표를 향해 비판하는 고함을 내지르다 강연장 밖으로 쫓겨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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