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나 영화 내용을 요약한 영상이 인기를 끌고, 그마저도 배속으로 시청한다.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넘겨버리며, 릴스·쇼츠 중독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제 빠른 전개와 자극적 결말 없는 이야기는 외면 받는 시대다. 서사의 밀도와 풍부함은 초 단위로 편집되는 영상이나 빠른 마우스 클릭으로 넘어갈 수 있는 대상이 됐고, 이는 곧 우리 시대가 점점 더 많은 이야기를 생략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지난 4일부터 열리고 있는 영천 시안미술관(화산면 가래실로 364)의 올해 첫 특별전 '사라진 이야기'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점차 우리의 시야와 정신에서 멀어지는 대상과 순간, 그 과정 속에서 사라져가는 요소들에 주목한 작가들의 시선을 보여준다.
고재욱, 박수연, 송민규, 양인아, 이을, 장시재, 장입규, 정문경, 조희수, 홍보미 등 참여 작가 10명은 소외된 대상과 현상, 잊힌 흔적을 탐색하거나 빠른 속도에 맞춰가기 벅찬 사회에서 고민하는 자아의 모습을 작품으로 표현한다.
이용학 독립큐레이터는 "작가들은 우리가 무심코 지나친 삶의 다양한 지점을 조망한다"며 "작품을 통해 우리를 통제하는 세상의 작동 방식을 꼬집거나, 신속함과 찬란함을 숭상하는 세상 속에 소외된 존재들에 주목하고, 인간의 진정성과 주체성을 회복하기 위한 내적 투쟁을 그려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전시는 시안미술관이 신진 기획자들에게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전시 기회를 제공하고자 새롭게 시작하는 '신진 큐레이터 지원프로그램'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연구와 경험을 갖춘 박나래, 박선경, 이용학 기획자가 전시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매칭 큐레이터인 박천 시안미술관 학예실장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을 통해 전시의 완성도를 높였다.
박천 시안미술관 학예실장은 "시안미술관은 작가의 작품 활동 지원과 함께 신진 큐레이터의 지원이라는 미술관의 기능적 확장을 통해 지역 미술 저변 확대와 발전을 도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6월 22일까지. 월요일 휴관. 054-338-9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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