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성장 부진(不振)은 세계 주요국과 비교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1분기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246%로, 성적표를 내놓은 19개국 중 가장 낮았다. 유럽 주요국뿐 아니라 중국, 인도네시아조차 어려운 여건에도 플러스 성적을 낸 것과는 대조적이다. 역성장한 나라는 3개국에 그쳤다. 외국 주요 투자은행(IB) 8곳이 제시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월 말 1.4%에서 한 달 만에 0.8%로 떨어졌다. 일제히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전망치를 절반으로 깎아 버린 기관도 있다. 정치 불확실성이 여전한 데다 미국과의 통상 협의마저 차질을 빚어 저성장 우려가 더 커졌다.
내년 전망도 우울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내년 잠재성장률을 1.98%로 낮췄다. 경제 기초 체력이 2% 성장도 담보(擔保)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특히 다른 OECD 회원국과 비교하면 하락세가 매우 가파르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속하는데도 중소국이나 신흥국 수준으로 잠재성장률이 급격히 떨어졌다. 미국의 잠재성장률은 2.2∼2.4% 수준인데, 벌써 5년째 미국을 밑도는 잠재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노동력은 고갈되고, 은퇴 후 소득 감소로 저축과 투자 여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저출생·고령화 위기 속에 정치 불안과 관세 전쟁까지 가세하면서 1%대 저성장이 '뉴노멀'이 된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2일 '2025년 5월 경제동향'에서 '경기 둔화(鈍化)'라는 표현을 썼다. '경기 하방 위험'이나 '경기 하방 압력 확대'보다 더 높은 위기 신호다. 관세 여파로 미국 수출은 10.6% 줄었고, 자동차는 20%대, 철강도 10% 넘게 줄었다. 새 정부가 내놓을 경기 부양책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다시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과거 경험했던 'V자형' 급반등은 쉽지 않아 보인다. 저성장 시대를 인정하고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중장기 대책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우리는 근본 경제 체질을 바꿔야 할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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