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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 숨진 '강릉 급발진 소송' 운전자 패소…"페달 오조작"

2022년 12월 급발진 의심 사고 당시 모습. 강릉소방서 제공
2022년 12월 급발진 의심 사고 당시 모습. 강릉소방서 제공

지난 2022년 12월 강원 강릉에서 이도현 군(사망 당시 12세)이 숨진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의 책임 소재를 둘러싼 소송에서 법원이 제조사 측 손을 들어줬다. 운전자인 할머니의 과실로 판단한 것이다.

13일 춘천지법 강릉지원 민사2부(박상준 부장판사)는 도현 군 가족 측이 KG모빌리티(이하 KGM·옛 쌍용자동차)를 상대로 제기한 9억2천만원 규모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이번 소송은 지난 2022년 12월 6일 오후 3시 56분쯤 강릉시 홍제동 한 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사망 사건에서 시작됐다. 당시 도현 군의 할머니씨가 몰던 티볼리 에어 차량이 배수로에 추락했고 이 사고로 동승했던 도현군은 사망했다.

도현 군 가족은 '전자제어장치(ECU)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인해 급발진이 발생했으며, 급가속 시 자동 긴급제동 보조 시스템(AEB)이 작동하지 않아 이 사건 사고를 예방하지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운전자(할머니)가 가속페달을 제동페달로 오인해 가속페달을 밟았을 것으로 보여 이 사건 사고가 ECU 결함으로 인한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도현 군 가족 측은 즉각 항소의 뜻을 밝혔다.

도현 군 가족과 제조사 KGM은 핵심 쟁점인 '페달 오조작' 여부를 두고 지난 2년 6개월간 법정 공방을 벌였다.

도현 군 가족은 "약 30초 동안 지속된 이 사건 급발진 과정에서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해 밟는 건 불가능하다"며 "전자제어장치(ECU) 소프트웨어 결함에 의한 전형적인 급발진 사고"라고 주장했다.

반면 KGM 측은 '풀 액셀'을 밟았다고 기록한 EDR 기록과 국과부 분석 등을 근거로 페달 오조작이라고 반박했다.

재판에서는 EDR 신뢰성 감정부터 블랙박스 영상 음향분석 감정, 국내 첫 사고 현장 실도로 주행 재연시험에 더해 ECU 소프트웨어 전문가의 최초 법정 증언까지 이어졌다.

지금까지 급발진 의심 사고는 대부분 운전자의 조작 실수임이 밝혀졌지만, 도현 군 사건은 약 30초간 급발진 현상이 지속됐다는 점과 "이게 왜 안 돼, 도현아"라며 소리친 할머니의 음성이 공개되며 급발진 가능성이 높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도현이 가족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자 지역사회는 물론 전국에서 할머니에 대한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가 빗발쳤다.

이 사고로 도현 군의 할머니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형사입건됐다. 이후 경찰이 재수사까지 진행한 결과 지난해 10월 '혐의 없음'으로 종결되면서 도현 군의 할머니는 사건 발생 1년 10개월 만에 형사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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