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문예광장] (동시) 물수제비 / 김성민

시인 김성민

강가에 선

아버지가

수많은 돌멩이 가운데

적당히 묵직하고

둥글고 납작한 돌멩이 하나 골라

내 손에 쥐여 주었다

이깟 강 하나쯤 너끈히 건너갈 것 같은

돌멩이였다

◆시작(詩作)메모

금호강이 흐르는 저희 동네 화담길에는 긴 의자가 셋 나란히 놓여 있는 데가 있어 멍하니 앉아 있기에 맞춤하지요. 해 질 녘이면 수면 위로 뛰어 오르는 물고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고, 빨갛게 물드는 노을을 한참 바라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그러다 심심해지면 강가로 내려가 힘껏 물수제비를 떠보기도 합니다.

어머니 먼저 하늘나라로 보내시고, 혼자 남은 아버지를 뵈러 간 날이었습니다. 그날 아버지는 바깥에 나와 서 계셨는데, 멀리서 뵌 아버지가 나무처럼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바람 부는 언덕에 홀로 서 있는 나무 같았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눈물을 흘리고 계셨습니다.

동시를 쓰면서 아버지를 자주 만납니다. 무뚝뚝했던…, 소파에 앉아 같이 TV를 보면서 괜히 제 발을 지그시 밟고 계셨던 아버지. 물수제비 뜨는 걸 아버지한테 배웠을 겁니다. '퐁당' 처음엔 애가 탔겠지요. 제가 던진 돌멩이는 강물 속으로 곧장 빠져버렸을 테니까요.

지금도 소 울음소리가 길게 들려오는 것만 같은 긴 의자에 앉아 있으면 어느 틈에 아버지가 옆에 슬쩍 와 앉는 것 같습니다. 물수제비를 뜰 때 저는 아버지이기도 하고, 어린 아들이기도 합니다. 아버지는 적당한 돌멩이를 골라 쥐여 주면서 멋지게 강 건너기를 바라시지요. 하지만 번번이 실패로 돌아갑니다. 저는 '에이, 시시해' 하면서 부러 외면하고 말지만, 어느 날 또 강을 앞에 두고 서게 되면 몇 번이고 다시 물수제비를 뜰 겁니다. 이깟 강 하나쯤 너끈히 건너갈 것 같지만, 힘이나 요령이 없어 눈앞에서 '퐁당'하고 빠지면 또 어떻습니까?

오늘은 강가에 나가 물수제비 한 번 더 떠봐야겠습니다.

시인 김성민

◆약력

-2011년 '대구문학', 2012년 '창비어린이'로 등단

-'브이를 찾습니다', '고향에 계신 낙타께', '괄호 열고 괄호 닫고' 등 출간

-권정생문학상, 천상병동심문학상, 동시마중작품상 수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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