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침의 한일관계, '두 손 맞잡고 미래로']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로 나아가자"

과거사 관련 국민 자존심 문제 vs 협력 사이 갈등
한일관계 60년의 부침, 이제는 한일 협력으로 불안정한 국제정세 파고 넘어야

한일 양국 외교부가 지난해 12월 선정한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공식 로고·슬로건. 외교부 제공
한일 양국 외교부가 지난해 12월 선정한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공식 로고·슬로건. 외교부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6월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6월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한국과 일본을 둘러싼 대내외적 환경은 녹록지 않다. 미중 전략 경쟁, 트럼프 2기의 불확실성, 북한의 핵도발 위험 등 양국 모두 경제·외교적으로 힘겨운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한일 양국의 공동 전략 수립이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양국이 가진 딜레마는 국익 극대화를 위해 다양한 현안에서 협력의 필요성을 인식하고는 있지만 과거사 갈등에 막혀 협력을 확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본지는 대한제국이 일본 제국에 외교권을 강제로 박탈된 을사늑약 100주년과 광복 80주년,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양국이 풀어야 할 과제와 함께 국제환경의 불투명성에 대응하기 위한 한일 공조 강화 방안에 대해 총 6회 기획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신정부 출범으로 안정적인 한일관계 기반 구축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커진 만큼, 전략적 관점에서 상호 국익에 도움이 되는 한일관계 발전 장기 비전에 대해 심층적으로 모색해본다.

▶글 싣는 순서

1.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미래지향적 협력으로 나아가자" 2. 한일관계 걸림돌 '과거사' 극복 3. 정치·외교·안보 협력 강화로 위기 대응 4. 실익 중심의 경제 협력 확대 5. 민간 교류 활성화로 이웃사촌 정서 회복 6. 지속가능한 한일관계 구축 방안은

6월 1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념행사에서 참가자들이 건배하며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6월 1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념행사에서 참가자들이 건배하며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6월 1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일국교정상화 60주년 기념 행사에서 김진아 외교부 2차관(오른쪽 네번째)을 포함한 참가자들이 일본 전통인
6월 1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일국교정상화 60주년 기념 행사에서 김진아 외교부 2차관(오른쪽 네번째)을 포함한 참가자들이 일본 전통인 '카가미 비라키'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일관계 60년의 부침(浮沈)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는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배에 대한 한일의 입장 차이를 간직한 채 경제와 안보 논리를 우선해 선택한 결정이었다. 이후 한일관계는 여러 차례의 부침을 겪었다. 양국은 과거사와 독도 문제를 둘러싸고 충돌했지만 역대 한국정부는 대개의 경우 과거사를 대일외교의 핵심 현안으로 삼지 않았고 반공과 경제발전을 위해 역사 문제를 '관리'하는데 방점을 뒀다.

1990년대 들어 과거사 문제가 한일관계의 핵심 현안으로 등장했다. 이는 글로벌 냉전의 종언과 한국의 민주화 같은 국내외적 환경 변화 및 한일관계의 구조적 변화에 따른 결과였다. 한소 수교 및 한중 수교가 실현되고, 한국의 방위력과 경제력이 성장해 북한과의 체제경쟁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게 되면서 한일 간의 안보 연대감은 이완됐다. 한국이 민주화와 정권 교체를 경험하면서 여론과 시민단체가 외교정책에 미치는 영향력 또한 커졌다.

2010년대에는 '최악의 한일관계'로 불릴 만큼 깊고 긴 대결 국면이 이어졌다. 일본 정치의 보수 회귀, 한국의 피해자 중심주의와 일본의 역사수정주의 간 대결 구도와 함께 중국, 북한에 대한 위협 인식 및 미국과의 동맹관계 설정 등 대외전략에서 한일의 이해 차이도 한일 협력을 제약했다. 이러한 구도 하에서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한국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는 사법부의 판결이 우리 정부의 대일외교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한일관계가 개선된 것은 2022년 윤석열 정부 들어서다. 정부 간 소통과 신뢰가 회복되고 강제징용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한 합의, 일본의 대 한국 수출 규제 조치의 해제(이른바 화이트리스트의 복원), 지소미아(GSOMIA)의 완전한 정상화, 정치인·경제인· 지자체 및 관광 분야를 포함한 인적 교류의 증가 등 제반 분야에서 한일관계가 정상화됐다.

올 6월 출범한 새 정부도 현재로선 전 정부의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직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보다 이시바 일본 총리와 먼저 통화하며 "상호 국익의 관점에서 상생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나가자"고 제안했다. 같은 달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위기에 맞서 한미일 공조를 발전시키고 셔틀 외교도 재개하자"며 한일 협력 의지를 재천명했다.

하지만 그간 한일관계가 국내 정치 변수에 의해 쉽게 흔들리는 구조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던 만큼 한일관계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6월 21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지역구인 돗토리현에서 주일본 한국대사관 주최로 열린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기념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박철희 대사, 주호영 한일의원연맹 회장,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진창수 주오사카총영사, 히라이 신지 돗토리현 지사, 다케다 료타 전 일한의원연맹 간사장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6월 21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지역구인 돗토리현에서 주일본 한국대사관 주최로 열린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기념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박철희 대사, 주호영 한일의원연맹 회장,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진창수 주오사카총영사, 히라이 신지 돗토리현 지사, 다케다 료타 전 일한의원연맹 간사장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한일 공조로 불확실한 국제정세 대응

동아시아연구원(EAI)과 일본 '겐론 NPO'의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2023년 한국 정부(윤석열 정권)가 추진한 '제3자 변제안'과 이에 대한 일본 측 대응에 대해 한국 여론은 불만이 강하지만, 한미동맹 발전을 위해 한일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는 과거사 변수가 여전히 한일관계의 제약 요인으로 남아 있지만, 한국의 대외전략에서 미중 전략경쟁과 북한 위협이 상수화하는 가운데 한미동맹의 강화를 위해서라면 한일협력이 불가피하다는 현실론이 힘을 얻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통적으로 한일은 국제 정치·경제의 불투명성이 증가할 때 위기의식을 공유하면서 상호 협력을 강화해 왔다. 1998년 양국은 한국의 금융위기(IMF사태)와 북한의 군사적 도발 속에서 '김대중-오부치 선언'에 합의했다. 한국에서 외환위기가 발생하자 일상적인 상황에서라면 '대일 적대적'이었을 국내 여론이 '대일 타협적'으로 재편된 것이다.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은 올해는 양국 모두 대외정세에 민감하게 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에 있고 특히 미국의 동맹 관리(한일관계의 중재) 의지도 약화된 상황이다. 북러 접근, 북한의 군사력 증강, 미중 전략 경쟁의 심화, 트럼프 2기의 동맹국에 대한 방위비 압박과 고율의 관세 도입, 바이든 정부 시기에 강화된 한미일 협력의 이완 가능성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일 협력은 상호 전략적 이익의 공통점이 클 뿐더러 한국의 중장기 국가전략 차원에서라도 불가결한 목표라 할 수 있다.

◆새 정부 대일외교 과제는

국내외 정세를 감안한다면 장기적이고 전략적 관점에서 역사 직시와 미래 협력의 조화를 염두에 둔 한일관계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 과거사 비중의 완화, 동아시아지역 및 다자 차원의 협력 확대, 경제 통상, 비전통 협력과 인적 교류 등 실질 협력의 확대를 기조로 하는 투트랙 접근법을 통해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한일관계의 잠재 현안 및 갈등 요인을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일관계의 구조적 갈등 요인인 강제 동원, 위안부, 독도 관련 행사 및 교과서 기술, 사도광산과 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올해 폭발성 있는 이슈는 한일 대륙붕협정 문제로, 양국은 공동 개발 협정의 일방적 종료보다는 협정의 존속과 함께 해당 수역에서 추가 협력 항목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조율해 나갈 필요가 있다.

정부 간 협력도 중층적으로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권 교체 등의 정치적 변수에 의해 한일관계가 냉각되더라도 정부간 협의가 중단되지 않도록 정례화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APEC, G20, G7과 같은 다자무대에서 한일 정부간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초당파 의원 외교와 전문가 전략대화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실익 중심의 협력도 확대해야 한다. 100억 달러 규모의 한일 통화스왑 규모를 확대하고, 미중 관세 전쟁 속에서 한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위한 한일의 협력도 중요하다. 중요 물자의 공동 조달, 반도체, 우주, 인공지능(AI)·양자컴퓨터, 바이오, 신소재, 재생 에너지와 수소 에너지 협력도 중요하다. 아울러 국민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문화콘텐츠 교류, 지자체 및 미래세대 교류 프로그램 등 인적 교류 확대를 위한 공동 노력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2기 하에서 한일 공조 강화는 양국 모두에 필승 전략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트럼프 정부를 상대로 한미일 협력의 유지 및 강화가 동맹국은 물론 미국에 유리하다는 점을 한일이 일치된 목소리로 설득할 필요가 있다.

〈도움말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일본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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