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맹탕'으로 끝난 총리 청문회, 후보자도 여당도 국민 우습게 안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결국 맹탕으로 끝이 났다. 25일까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말로 시작해 말로 끝난 청문회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유(初有)의 증인·참고인 없는 총리 청문회, 각종 의혹 해소를 위해 요구된 자료도 제대로 제출된 게 없는 '하나 마나 한' 깜깜이 청문회였다는 것이다. 재산 증식 등 각종 의혹 제기에 대해 '청문회에서 소명하겠다'던 김 후보자의 장담(壯談)과 달리 객관적으로 검증 가능한 자료 하나 없이 주장뿐이었다.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인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이 "어제 저희가 그렇게 자료 제공을 요청했는데 중국 출입 기록, 칭화대 성적표, 증여세 납부 내역, 대출 관련 상환 자료 등 어떤 것도 받아 보지 못했다"면서 "그래서 후보자가 '무자료 총리'라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라고 꼬집은 이유다.

재산 증식 의혹, 자녀 특혜 등 신상털이식 청문회가 아닌 능력·자질 검증 청문회가 돼야 한다던 여당의 성토(聲討)도 준비되지 못한 김 후보자 앞에서 무색해졌다. 정부 예산 규모,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 비율 등 기본적인 국정 현황 관련 질문에도 엉터리 답변을 하거나 제대로 답하지 못해서다. 김 후보자는 국가채무 비율 질문에 "20~30(%) 사이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올해 1차 추가경정예산안 집행 기준 48.4%와 한참 동떨어진 수치다. 이에 국민의힘으로부터 "이런 총리 후보자에게 대한민국 살림을 맡길 수 없다"며 지명 철회 요구까지 당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도덕성도 능력도 부족한 후보"라며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2일 여야 지도부와 회동 자리에서 김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관련해 '청문회에서 지켜보자'고 했다. 이번 청문회로 의혹들이 시원하게 해소됐다고 보는지, 여전히 총리 후보자 지명(指名)을 잘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청문회를 보고서도 이 대통령이 취임 후 줄곧 강조해 온 '실용' '협치' 기조에 부합하는 총리감이라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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