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심우정 검찰총장 중도 사퇴, 형식상의 '검찰 독립'마저 끝나는가

심우정 검찰총장이 사표를 냈다. 지난해 9월 16일 임기를 시작한 지 9개월여 만으로 임기 2년 중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를 뼈대로 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만큼 더 이상 직(職)을 수행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1988년 12월 검찰총장 임기를 2년으로 보장하는 법률이 시행된 후 지금까지 중도 퇴임한 검찰총장은 심 총장을 포함해 16명이다. 정권 관련 비리를 수사하다가 권력에 찍혀 사퇴한 총장들도 있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움직임에 대한 반발로 퇴임한 총장도 있다.

검찰총장 임기를 2년으로 보장한 것은 정치권력이 검찰총장을 자의적(恣意的)으로 교체하지 못하도록 해 수사와 기소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1988년 이후 16번의 검찰총장 중도 사퇴에서 보듯 우리나라 검찰은 정치권력의 입김에서 자유로운 적이 없었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 정부는 검찰의 독립성을 더욱 강화했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민주당은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국가수사위원회 설치를 골자(骨子)로 하는 4개 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4개 법안은 '검찰 폐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이들 법안이 검찰을 쪼개고 재편해 독립성을 무너뜨리고 오히려 정치권력이 합법적으로 수사와 기소에 간여(干與)할 여지를 키운다는 점이다. 검찰청을 폐지해 기소권은 법무부 산하 공소청에 맡기고, 수사권은 행정안전부 산하 중수청에 맡기며, 국무총리 직속으로 국가수사위를 설치해 중수청과 경찰 국가수사본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업무, 관리 감독을 맡기겠다니 말이다.

지금까지는 검찰의 수사 독립과 정치권력이 서로 눈치라도 보았지만, 이제 민주당이 추진하는 대로 법률이 개정되면 그런 견제(牽制)마저 사라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민주당의 '검찰 개혁'이란 구호 아래에는 정권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마음대로 휘두르겠다는 내심이 숨어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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