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조(探鳥·Birdwatching)란 말 그대로 새를 찾는 일이다. 자연 상태의 새를 관찰하고 나아가 그 생태나 서식지 등을 식별하는 행위를 말한다. 사실 탐조라고 하면 등산복 차림에, 쌍안경을 들고 철새 도래지처럼 새가 많은 곳을 따라 전국을 누비며 새를 관찰하는 중장년층의 취미가 가장 먼저 떠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최근 2030 젊은층이 탐조의 세계에 빠지고 있다.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조용히 자연과 교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른바 '새덕후'를 자처하는 젊은 세대가 늘고 있는 것. 지역마다 혹은 동네마다 탐조 모임이 생겨나고, 탐조를 메인 테마로 한 전문 서점이나 출판사도 등장했다. 배우 김태리와 소설 '보건교사 안은영' 등을 쓴 정세랑 작가도 탐조를 취미라고 밝혀 조용한 유행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사실 탐조는 외국에서는 대중적인 취미 중 하나이다. 2011년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 관리국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 4천600만 명 이상이 탐조를 즐기고 있으며, 이는 전체 인구의 약 20%에 해당하는 수치다. 탐조와 관련된 직업만 66만개에 달하며, 이로 인한 경제 효과는 40조원에 이른다. 특히 캐나다와 미국을 중심으로 '크리스마스 탐조'처럼 연례로 진행되는 대규모 시민 과학 활동이 자리잡아, 매년 참가자 수와 기록을 모두 경신 중이다.
최근 탐조의 흐름은 먼 곳까지 나가지 않고도, 가까운 뒷산이나 공원처럼 일상적인 장소로 옮겨졌다는 것이 특징이다. '조이 럭 클럽'으로 유명한 소설가 에이미 탄도 미국 사회의 오랜 분열에서 벗어나 위안을 찾기 위해 자연으로 눈을 돌렸다. 대자연이 아닌, 자신이 사는 집 뒷마당에 날아든 새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관찰하며 기록하기 시작한다.

2017년 9월 16일. 벌새는 내 얼굴에서 고작 몇 센티미터 앞까지 날아와 나와 눈을 마주 보았다. 날갯짓이 일으킨 미세한 바람이 불어온다. 녀석에겐 두려운 기색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저 작은 검이 내 눈을 찌르지는 않을까"하고 걱정한 건 내 쪽이다. 원체 호기심이 많은 놈일까? 아니면 이 꿀물통은 자기 것이라며 내게 으름장을 놓는 걸까? 무슨 생각인지는 몰라도 어쨌든 놈은 돌아왔다. 그리고 나를 알아보았다. 우리는 아는 사이가 되었다. (42쪽)
이 책은 소설가인 저자가 2017년부터 6년간 매일 집 뒷마당에 찾아온 새들을 관찰하며 작성한 일지 가운데 90편을 모아 다듬어 엮은 것이다. 조류학자인 아버지와 함께 어린 시절을 자연과 가까이 보낸 저자였지만, 그런 그도 새를 본격적으로 관찰하고 기록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만큼 책에는 새의 행동패턴에 관한 세밀한 기록과 사려깊은 사유가 어우러져 쉽고 재미있게 읽힌다.

책에는 애나스벌새, 검은눈방울새, 미국지빠귀, 흰정수리북미멧새를 비롯한 63종이 넘는 새들의 습성과 생태가 꼼꼼히 기록돼있다. 먹이 습관부터 번식, 둥지 구조까지 일상적인 관찰이 쌓여 조류학자가 놓친 과학적 사실에 닿기도 한다. 여기에 소설가 특유의 관찰력과 문체가 더해져 '이단적인 은둔지빠귀', '작지만 용맹한 벌새'처럼 새들이 한편의 문학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더불어 60대에 처음 그림을 배운 저자가 직접 그린 일지 속 그림과 삽화들은 독자들도 새를 '관찰하고 싶다'는 충동을 불러일으킬 만큼 사실적이고 아름답다.
끝으로 저자는 탐조를 단순히 새를 찍고 보는 일이 아니라 '새가 되는' 경험이라고 말한다. 새를 통해 나를 비추고,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고민으로까지 이어지는, 결국 살아있는 존재를 새롭게 인식하게 되는 '관찰자의 삶'에 관한 이야기다. 여전히 고개를 들면 하늘에 새가 날고 있고, 나무에 이름 모를 새가 앉아있다. 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귀를 기울여보면 '작은 친구'를 새롭게 바라보게 되는 하루가 될지도 모른다. 300쪽, 3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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