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들이 곡예(曲藝)하듯 신기(神技)에 가까운 비행을 한다. 목표는 험준하고 깊은 협곡 속 움푹 파인 좁은 분지의 우라늄 농축 시설 파괴다. 적의 레이더를 피하기 위해 고속 초저공비행으로 구불구불한 협곡을 따라 접근한 뒤 고속 상승과 배면 비행으로 산비탈을 넘는다. 곧바로 급하강해 목표에 폭탄을 투하, 정밀 폭격한 뒤 다시 아슬아슬 급상승해 반대편 산을 가까스로 넘어 탈출한다. 앞선 전투기가 목표 벙커를 타격해 부수면 뒤이은 전투기가 폭격된 구멍에 정확히 폭탄을 투하해 지하 시설을 파괴하는 초고난도 작전이다. '탑건: 매버릭'의 한 장면이다.
유사한 상황이 현실에서도 벌어졌다. 미국이 지난달 기습 단행(斷行)한 이란의 지하 핵시설 정밀 폭격이다. 목표물이 산악지대, 협곡, 암반 등으로 둘러싸인 곳에 위치하고 지하 깊숙이 매설된 요새형 구조인 것도 비슷하다. 특히 포르도의 지하 80~100m 깊이 핵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B-2 스텔스 전략폭격기가 최신형 벙커버스터를 여러 발 같은 지점에 연속 투하했다. 영화에서처럼 첫 번째는 방호물을 파괴하는 데 사용됐고, 다음 폭탄은 뚫린 구멍을 통해 들어가 폭발하기를 반복하는 방식으로 지하 목표물을 노렸다. 이름하여 '한밤의 망치 작전'이다.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완전히 제거했다"며 자랑하자 이란은 "지상부만 일부 손상됐다"고 반박, 작전 성공에 의문을 낳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하 핵시설의 구체적 피해 상황은 알 수 없다'거나 '피해가 심각하지만 완전히 파괴된 건 아니다. 수개월 내 충분히 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다'고 논평, 논란을 증폭시켰다. 잠잠하나 했던 양국 간 긴장이 최근 다시 고조되고 있다. 이란이 IAEA에 대한 협력을 잠정 중단하는 법률을 공포하자 미국이 "용납할 수 없다"며 강력 대응을 암시하면서다.
미국의 개입(介入)에도, 더군다나 미국의 자랑인 B-2 전략폭격기와 벙커버스터를 동원하고도 이란 핵시설을 완전 파괴하지 못한 건 사실인 거 같다. 영화 '탑건'의 장면과 오버랩되지만 결과는 미치지 못한 셈이다. 물론 영화와 현실은 다르다. 지하 시설의 깊이가 달라서일 수도 있다. 영화 속 톰 크루즈나 탑건 같은 파일럿이 투입됐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궁금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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