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이수(49) 씨는 일주일 내내 쉬는 날이 없다. 평일에는 대구 성서공단 내 기계 가공업체에서 근무하고 주말 오후에는 수영장 안전요원으로 일하고 있다. 아내 장현주(47) 씨는 달성군 다사읍에 있는 한 어린이집의 교사다. 둘은 2003년 결혼해 슬하에 자녀 넷을 뒀다. 첫째 시은(22)은 딸이고 나머지 주원(20), 서원(18), 지원(15)은 아들이다. 이들 여섯 가족은 모두 수영을 즐겨하고 실력도 수준급이다. 아빠 양 씨는 "주말에 온 가족이 아침 수영을 하고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가는 것이 저에겐 소소하지만 가장 큰 행복"이라고 했다.
◆수영에 진심인 여섯 가족
양이수 씨는 대한적십자 수상인명구조 자격과 대한수영연맹 수영심판 자격이 있어 수영장 안전요원과 심판 활동을 하고 있다. 아내 장현주 씨도 올해 수영심판 자격증을 따 심판으로 활동 중이다.
부부는 자신들이 좋아하는 수영을 자녀들에게도 가르쳤다. 첫째 시은은 10살 때부터 수영을 배워 대학교 1학년 때 수상인명구조 자격증과 수상인명구조 강사 자격을 취득했다. 방학 때면 수영장에서 강사 아르바이트도 한다.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둘째 주원도 수상인명구조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친 바로 다음달부터 수영장 파트타임 강사로 들어가 현재까지 수영강사로 지내고 있다. 대학을 가지 않기로 결정한 그는 조만간 해군해난구조대에 지원할 예정이다. 셋째 서원과 막내 지원도 어릴 때부터 수영을 배워 여러 수영대회에서 입상까지 했다.

◆돈독하고 사이좋은 4남매
4남매는 나이 차가 많지 않다 보니 친구처럼 지낸다. 각자 방이 있지만 혼자 틀어박혀 있지 않고 함께 공부를 하거나 어울린다. 남동생들은 밖에 나갔다 귀가하면 무조건 누나(시은) 방에 들어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으면 잠시 얘기라도 나누고 제 볼일을 본다. 누나가 학교에서 동아리 활동이나 공부를 하다 늦은 밤 귀가할 때면 동생 셋 중 누구 한 명은 반드시 지하철 역이나 버스 정류장에 마중을 나간다.
자녀들 중 유일하게 고정 수입이 있는 둘째 주원은 월급날이면 누나와 동생들에게 용돈을 줄 정도로 착한 동생이자 좋은 형이다. 셋째 서원은 중학생 때 심하게 사춘기를 겪어 고등학교 1학년 때 자퇴를 했다. 하지만 누나 마중을 제일 많이 나가고 집안 심부름도 제일 열심히 한다. 현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검정고시와 수영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다. 막내 지원은 중학교 2학년으로 한창 사춘기가 진행 중이지만 누나, 형들과는 매일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장난도 친다. 이 집안의 애교 담당이다.
이렇게 사이 좋고 우애 깊은 자녀들을 보고 있노라면 양이수·장현주 부부는 그렇게 흐뭇하고 뿌듯할 수 없다. 그 어떤 부자보다 가진 게 많다고 느껴진다. 양 씨는 "아내와 약속한 게 아이 둘은 외로울 것 같으니 세 명을 낳자는 것이었는데, 키워보니 아이들이 모두 수월해 넷까지 낳게 됐다"며 "우리 부부에게는 이 아이들이 가장 큰 축복"이라고 했다.

◆세상 살아갈 힘 길러주는 게 부모 역할
부부의 교육관은 '아이들에게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키워주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어릴 때부터 다양한 체험을 하게 해주고, 책을 많이 읽어줬으며, 악기 하나와 운동 하나는 평생 취미로 삼을 수 있도록 가르쳤다. 나아가 운동이든 음악이든 단순 취미가 아니라 타인을 가르칠 수 있는 실력까지 갖추도록 했다. 첫째가 평리성당 유치원에 입학했을 때 "내가 갖고 있는 달란트(재능)는 남을 위해 쓸 때 빛난다"고 한 원장수녀의 말씀을 듣고서다. 이 때부터 부부는 수영을 본인 가족 만의 취미이자 특기가 될 수 있도록 갈고 닦았다.
이들 가족은 악기도 모두 하나씩은 능숙하게 연주한다. 첫째 시은은 4살 때 바이올린을 처음 접해 고등학교 2학년 말까지 배웠다. 대학 진로를 그쪽으로 할까 고민할 정도의 실력이었지만 결국 이공계 학과에 진학했다. 그래도 재능을 썩히지 않고 대학 음악 동아리에서 악장으로 활동하고 있고 성당에서는 주일미사 반주 봉사도 꾸준히 해오고 있다.
남동생 셋도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어릴 때부터 배웠다. 지금은 피아노만 가끔 연주하는 정도다. 엄마도 피아노에 능숙하다. 아빠는 기타를 칠 줄 아는데 집에서 가끔 기타를 들면 첫째는 바이올린, 나머지는 피아노나 노래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주 레퍼토리는 성시경의 '넌 감동이었어'나 최호섭의 '세월이 가면' 등 조금은 철 지난 가요다.
◆다자녀가정, 힘든 점도 있지만 이점이 더 많아
자녀 넷을 키운다는 것은 경제적인 면에서는 분명 어려운 일이다. 식자재도 대용량으로 구매해야 하고 학원비와 용돈도 많이 나간다. 특히 남자아이들은 덩치가 커지면서 마트에서 몇십만원치를 사 놓아도 금방 떨어질 정도로 많이 먹는다. 국은 찜솥에 끓이고 고기볶음도 중국음식점에서 사용하는 조리도구(웍)에서 할 정도지만, 그마저도 남동생 세 명이 다 먹어 치워 첫째 시은은 자기 살 방도를 따로 마련하기도 한다. 먹을 것을 챙겨 몰래 숨겨 놓는 식이다. 그래서 부부는 "우리 아이들은 어딜 가도 굶지는 않을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설거지, 빨래 등 집안일도 무시 못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부부는 이를 어느 한 쪽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내 일 네 일 구분 없이 먼저 보는 사람이 해버리는 식으로 집안일을 분담한다. 잠시 손을 놓으면 엄청나게 쌓이기 때문에 그때그때 한다는 게 이들 부부의 암묵적인 룰이다.
양이수 씨는 "자식이 하나일 때와 둘일 때가 다른 것처럼 넷일 때는 정말 확연히 다르다"며 "아이들이 성장함에 따라 옷도 네 명의 옷을 사줘야 하고 신발, 가방, 수영복까지 네 명의 것을 사야 하니 솔직히 경제적으로는 힘든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또 "쇼핑을 하다 보면 품질보다는 가격표에 눈이 먼저 간다"며 "아이들 수영 강습 같은 것도 대구시설관리공단에서 운영하는 수영장에서 다자녀 할인을 받아 최대한 저렴하게 시키고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다자녀가정을 위한 정부의 지원이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아졌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주택 임대료 및 대출 이자 지원, 다자녀가정이 생활할 수 있는 임대주택 확대 등이 대표적이다. 난방비와 전기세 등 공공요금 할인 확대도 필요한 부분이다.
지금은 전기요금을 월 최대 1만원까지만 할인해준다. 다자녀가정을 위한 대중교통 요금 혜택도 지하철은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지원되지만 버스는 지원이 되지 않아 아쉽다. 그는 "다자녀가정을 위한 정책이 대상자들에게 경제적으로 확실히 도움이 되는 방향이면 좋겠다"며 "가장 큰 부분이 주거 안정화 지원이라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그래도 힘든 부분 보다는 가족이 많아 좋은 점이 더 많다는 게 양이수·장현주 부부의 공통된 의견이다. 여섯 식구다 보니 한시도 심심하거나 외로울 틈이 없다. 가족 SNS 채팅방에 누구 한 명이 음식 사진이라도 올리면 핸드폰이 불이 날 정도로 알림음 소리가 계속된다. 아이들도 형제자매가 많은 가정에서 자라서인지 대체로 교우관계가 좋고 사회성도 좋은 편이다. 각자의 생각과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애쓰다 보니 문제해결 능력도 뛰어나다.
부부는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바라는 바가 있다면 각자 경제적인 안정을 얻고 취미 생활도 즐기며 살았으면 하는 것"이라며 "나중에 출가해서도 다들 지금처럼 형제자매 간에 서로 배려하고 도와주며 산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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