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군 복무하며 짬짬이 수능 준비해요"…요즘 수험생들 '군수(軍修)' 열풍

최근 들어 군대서 수능 준비하는 사례 증가 추세
개인 시간 비교적 보장되는 카투사·공군 등 인기
휴대폰 반입 허용 등 자유로워진 군대 분위기 영향

군대 관련 자료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군대 관련 자료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대학 입시에 실패한 김모(22) 씨는 2022년 2월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공군에 입대했다. 군 복무를 하며 대학에 대한 의지가 다시 생겼고, 수능 준비를 시작해 1년 6개월 동안 개인 시간에 공부했다. 주요 과목이 5등급에 가까웠지만 전역 후 수능에서 2~3등급 수준으로 끌어올리며 수도권 대학 입학에 성공했다.

수험생들 사이에서 군대에서 수능을 준비하는 이른바 '군수(軍修)' 열풍이 불고 있다. 통상 고교 졸업 직후 재수를 하거나 대학을 들어간 뒤 휴학을 하고 수능을 준비하는 '반수' 형태가 많았지만 요즘은 군대에서 수능을 준비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다.

이들은 개인 시간이 비교적 충분히 보장되는 카투사나 공군을 주로 선택한다. 평일엔 일과 시간(오전 8시~오후 5시) 이후 개인 정비 시간, 밤 10시 이후 연등(延燈·소등 시간 이후 특별 허가를 받아 점등)을 이용하고 주말엔 하루 10시간 이상을 오롯이 공부에 투입할 수 있다. 아침 점호 시간 전에 일어나 공부를 하거나 식사 시간 등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영단어 암기, 오답노트 체크 등을 하기도 한다.

공군에서 복무하며 명문대 공대에 들어간 이모(25) 씨는 "재수를 이미 한 상황에서 다른 학생들에 비해 시간이 지체되는 게 불안했다"며 "군대에서 시간을 아껴가며 공부할 수 있어 심적 부담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군수를 성공한 또 다른 수험생은 "동기랑 스터디 형식으로 같이 군수하면서 지방사립대에서 지방거점국립대 사범대로 옮겼다"며 "일정이 좀 빡빡했지만 규칙적인 생활로 시간 관리하기에 오히려 좋았다"고 전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군수 열풍을 개인 시간을 보장하는 등 보다 자유로워진 군대 분위기의 영향으로 분석했다.

차상로 송원학원 진학실장은 "과거에도 군대에서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있었지만 최근 그런 사례들이 유독 더 많이 눈에 띈다"며 "휴대폰, 태블릿 PC(공군) 반입이 허용되면서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공부하기도 더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대구 공군 기지에서 근무하는 원사 김모(37) 씨는 "한 부서에 병사 15명 중 3명은 군수를 하고 3~4명은 편입·토익을 공부하더라"며 "공군은 생활관 환경도 좋은 편이고 병사들 사이에 자기 계발, 면학 분위기가 조성돼 있어 공부하기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수험생 커뮤니티에서도 군수 성공담이나 조언을 구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카투사는 영어를 사용하다 보니 수능 영어에 도움이 된다", "헌병은 근무 시간이 불규칙해 기상, 항공통제, 통신 등의 보직을 추천한다", "휴대폰, 사지방(사이버 지식 정보방)을 통해 인강을 듣고 주말엔 외박을 나가 학원에 다니기도 했다" 등의 내용이 올라왔다.

일각에서는 나라를 지키는 게 군인의 임무인데 공부에 매달리다 보면 본연의 의무에 소홀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 섞인 시선도 있다.

대구 육군 50사단 한 상사는 "한 병사가 일과 시간에 문제집을 보고 있어서 주의를 준 적이 있다"며 "늦게까지 공부하느라 다음날 피곤해하는 등 군대의 주 임무에 영향을 미친다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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