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상호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추기로 31일 극적 합의에 다다랐으나, 이러한 결과에 대한 여야 정치권의 반응이 엇갈려 한동안 여파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정부의 실익 중시 외교가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며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반면, 야당인 국민의힘은 상호 관세율이 15%로 인하된 점은 다행이지만, 이번 협상의 '최종 카드'로 제시된 3천500억 달러(약 488조 원)에 달하는 대미 투자가 우리 경제 규모에 비해 지나치다며 난색을 표했다.
김병기 민주당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이재명 정부의)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는 옳았다"며 "대통령 말씀처럼 이번 협상을 통해 한미 산업협력은 더 강화될 것이고, 한미 동맹도 더욱 확고해질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우리 농민의 생존권과 식량 안보를 지켜냄으로써 민생 경제 회복에 대한 대통령과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시켜줬다"며 강조했다.
앞서 이날 오전 대통령실의 브리핑에 따르면, 국내 농축산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국내 쌀, 쇠고기 등 농축산 시장의 추가 개방은 없을 전망이다.
하지만 30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협상 직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이 농축산 시장을 전면 개방하기로 했다"고 밝혀 이에 대한 양국의 입장 차는 향후 과제로 남았다.
박상혁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상호관세를 15%로 낮췄고,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에 대한 관세도 15%로 낮췄다. 반도체와 의약품에서도 최혜국 대우를 받았고, 쌀과 쇠고기 시장의 추가 개방도 협상을 통해, 하지 않는 데 합의했다"며 "애초 미국이 짜놓은 판 위에서 해야 하는 어려운 협상이었지만 정부는 우리가 지켜야할 국익들을 철저히 지켜냈다"고 평가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현 정부가 협상 시한에 쫓겨 많이 양보를 했다는 느낌"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관세 인하의 반대 급부인 3천500억 달러 대미 투자가 우리나라 외환 보유고 사정을 감안했을 때 특히 과도했다는 지적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 비상대책회의에서 "일본·EU와 동일한 차원에서 관세율이 부담되기 때문에 적절한 수준이라 생각한다"면서도 "협상 시한에 쫓겨서 많은 양보를 했다는 느낌이 든다"고 입장을 밝혔다.
송 위원장은 "3천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구매에 1천억 달러 등이 필요한 상황인데, 우리 외환 보유고보다 많은 액수의 과도한 금액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또 그는 "농축산물에 대한 추가 개방은 없다고 정부는 발표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보면 농업이 포함돼 있는데 관세가 '0'이라는 표현까지 들어있다"며 "농축산물 추가 개방이 없다면 대단히 환영할 수 있겠지만, 다른 곡물이나 과일류의 수입이 대폭 확대되는 것인지 아니면 트럼프 대통령의 단순한 정치적 수사인지에 대한 부분도 정부가 명확히 밝혀주길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안철수 의원 또한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는 경제 규모도 작은데 오히려 방위 분담금, 미국의 최신식 무기 체계 등을 많이 구매하고 있는데, 이런 것들이 하나도 고려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여기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권한을 물려받았을 때 여야가 힘을 합해 한 권한대행을 관세 협상에 들어가게 했어야 한다"며 한 전 권한대행 탄핵을 이끈 민주당에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한편, 한미 양국은 향후 2주 내 정상회의를 갖고 통상 협의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 미국 무관세, 농축산물 전면 개방 등에 대한 양국의 입장 차가 있는 만큼 최종 협상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댓글 많은 뉴스
정동영 "대북 민간접촉 전면 허용…제한지침 폐지"
李대통령, 과한 수사 제동…李경북도지사 첫 사례 되나
한동훈, 당대표 후보 검증 나선 전한길 두고 "진극 감별사"…김문수·장동혁 향해선 "'극우 없다'면서 줄서기"
트럼프 "한국 3천500억달러 투자…상호관세 25%→15%" [영상]
김윤덕 국토부 장관 후보자 "TK신공항도 TF 만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