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재현장-구민수] 생중계의 시대

구민수 경제부 기자

구민수 경제부 기자
구민수 경제부 기자

대구테크노파크(대구TP)는 지난달 7일부터 매주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다. 김한식 원장이 직접 출연해 대구TP가 수행하고 있는 여러 사업을 소개하고 있다. 첫 방송은 원장실에서 촬영되어 날것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채널명은 유팁(YouTip), 유튜브 방송을 통해 TP 사업에 관한 팁을 드리겠다는 의미다.

2년 넘게 멈춰 있던 유튜브 채널이 다시 살아난 것도 의미가 크다. 지난해 8월 부임한 김 원장은 과거 대구경북중소벤처기업청장 시절부터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1년 6개월 정도 진행한 경험이 있다. 당시에는 PD 역할에 머물렀으나 이번에는 자신이 직접 카메라 앞에 섰다. 방송에는 지역 기업인들도 직접 출연해 현장의 고충을 들려줬다. 지금까지 비젼디지텍 복진아 대표, 고려전선 정용호 대표, 대홍코스텍 김기환 대표가 출연했다. 김 원장은 "그동안 기업들과 직접 소통할 기회가 없었던 탓에 직접 나서게 됐다"며 "책임 있게 답변을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이 방송의 가장 큰 효용은 '체감도'를 높이는 데 있다. 대구TP가 지원하는 지역 기업 수는 연간 1천 개, 수행하는 사업은 100개가 넘는다. 하지만 이를 실감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담당자가 직접 출연해서 대구TP 사업을 소개하면서 그 간격이 좁혀진다. 지금까지 AI 기반 제조 데이터 활성화 사업,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6) 대구공동관 조성 사업 등을 담당하는 실무자가 직접 사업 내용을 설명했다. 조회수는 아직 많지 않지만, 새로운 방식으로 지역과 기업을 연결하려는 시도는 의미가 있다. 이는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선 운영 방식의 변화로 해석할 수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최근 가장 주목받은 정보 공개 사례는 지난달 29일 대통령실의 국무회의 생중계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정부의 최고 의사결정 과정이 국민에게 생생히 공개됐다. 이는 단지 콘텐츠로서의 '화제성' 문제가 아니라, 정보가 움직이는 구조 자체가 달라졌음을 보여 주는 장면이었다. 과거에는 정보를 소수가 독점했고, 그들이 내리는 결정이 다수에게 영향을 미치는 구조였다. 그러나 지금은 정보가 넘쳐 나고,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시대다. 관건은 정보를 얼마나 짜임새 있게 구조화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느냐에 달려 있다. 흔히 말해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것이고 그 방식은 투명해야 한다는 소리다.

대구TP의 라이브 방송이나 국무회의 생중계 모두 핵심은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에 있다. '객관성의 진정한 의미는 편견이 없어야 한다는 게 아니라 투명성의 문제'라는 말처럼 투명성 자체가 합리성을 담보한다는 철학이 깔려 있다. 이를 한국 사회 전체로 확대해 보자면 여전히 불투명한 점이 많다. 많은 공공기관과 기업은 과정은 숨기려 하고 좋은 결과만 보여 주려고 한다. 과정 자체를 보여 주는 것이 신뢰의 출발점이라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의 창립자 레이 달리오는 그의 저서 '원칙'(Principles)에서 '극단적 투명성'(Radical Transparency)을 강조한다. 그는 회사의 모든 회의를 녹화하려 했고 처음에는 제정신이 아니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하지만 수십 년간의 경험을 통해 그의 이론이 옳았다는 걸 증명해 냈다. 그는 극단적 진실과 극단적 투명성을 믿으라고 거듭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진실성과 투명성은 좋은 행동과 좋은 생각을 강화시킨다. 더 많은 사람이 현재 진행 상황을 이해할수록 그만큼 더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방법을 결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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