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에도 사교육비는 폭증(暴增)했다. 10년 사이 학생 수는 18% 넘게 줄었지만 사교육비 총액은 60% 이상 늘어 2024년 29조원을 넘어섰다. 초등 사교육비는 74% 급증하며 증가세를 주도했다. 무한 경쟁의 출발선이 유치원 이전까지 내려오면서 교육비는 외식비·식비에 이어 가계의 3대 지출로 굳어졌다. 사교육비는 불평등을 재생산하고 출산 기피를 부추기는 사회적 비용으로 변질됐다. 잦은 입시 제도 변경과 예측 불가능성은 학부모 불안만 키웠다. 정책이 흔들릴 때마다 사교육은 '안심용 보험'을 팔았고, 선행학습은 생존 전략이 됐다. '4세·7세 고시'는 일탈(逸脫)이 아니라 부작용이다.
인공지능(AI) 시대에 단순 암기와 계산, 정형적인 문제 풀이는 기계의 영역이 됐다. 그럼에도 AI를 활용한 과제 작성이나 시험 풀이를 금기시(禁忌視)한다. 마치 무능하고 게으른 학생들이 AI를 악용하는 듯 비춰진다. 그런데 본질적 질문을 던져보자. AI로 언제든 해결 가능한 과제나 문제를 반복 측정하는 시험이 도대체 무슨 소용인가. 학교에서 AI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해프닝들은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낡은 교육 시스템의 극악스러운 비명처럼 들린다. 인공지능의 아버지로 불리는 토론토대 제프리 힌튼 교수가 지적했듯 AI는 개인 이해도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맞춤형 학습을 제공한다. 그럼에도 AI 사용을 금지한 채 시험을 치르는 풍경은 계산기가 있는데 암산 역량만 재는 꼴이다.
그러나 시험이 사라질 이유는 없다. 바뀌어야 할 것은 평가 내용이다. 문제 풀이가 아니라 문제 설정, 해법 검증, 오류 판단, 맥락 이해, 책임성 등을 평가해야 한다. 학교는 지식전달 기관에서 학습설계 기관으로 바뀌고, 교사는 같은 교과서를 같은 속도로 가르치는 역할에서 학생의 사고 습관을 진단하는 역할을 해내야 한다. 이런 시대에 고가(高價)의 선행학습은 설 자리를 잃는다. 물론 입시제도부터 새판을 짜야 한다. 사교육비 폭증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의 실패다. 인공지능 시대, 계산은 기계에 맡기고 판단은 인간에게 남기는 용기, 그 경계선을 짓는 것이 교육 정책의 역할이다. 변별력을 내세우며 원어민조차 한숨 내쉬는 영어 문제로 학생을 고문(拷問)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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