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업 옥죄는 '노란봉투법·상법·세제'…벼랑 끝에 내몰린 기업들

"美 관세·中 추격 거센데…경영 환경까지 위협하면 어쩌나"

기업이 밀집한 서울 도심. 연합뉴스
기업이 밀집한 서울 도심. 연합뉴스

한미 관세협상 타결로 무역장벽이 현실화된 가운데 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 세제 개편까지 기업을 옥죄는 법안 추진으로 기업들이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

3일 더불어민주당은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대해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산업 평화 촉진법"이라며 처리 강행 입장을 재확인했다. 노란봉투법이 불법 파업을 조장하고 외국인 투자가 위축될 것이란 국민의힘과 재계 등의 우려를 '거짓말'이라고 일축하고 여론전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법안을 재검토할 것을 거듭 촉구하고 있다. 최근 미국 관세 정책과 글로벌 경쟁 심화 등에 따라 올해 경제 성장률이 1%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 노조법 개정으로 인한 경영환경 악화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의 관세 부과가 있고 중국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어 노사 협력을 통한 국내 생산 경쟁력 제고가 절실하다"며 "법 개정으로 산업 경쟁력 약화와 일자리 감소가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더 강한 상법 개정 추진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이날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이번 개정안 적용 대상인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206개 기업의 주주총회 이사 선임 과정을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공개했다.

분석 결과 이사 수를 7명으로 가정했을 때 최대 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확실하게 확보할 수 있는 이사 수는 2~3명에 불과하다. 반면 2대 주주 이하 주주들이 선임할 수 있는 이사 수는 최대 4~5명으로, 최대 주주 측의 의사에 반해 주요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구조가 된다.

최근 대한상의가 300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사의 77%가 이번 2차 상법 개정이 기업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답했다.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가 동시에 반영될 경우 경영권 위협 가능성이 있다는 응답도 전체의 74%에 달했다.

상법 개정이 기업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현재 자산 1조~2조원 규모 상장사는 137개인데, 이들 기업이 상법 규제를 피하기 위해 성장을 기피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이미 '중소→중견' 성장 메커니즘에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2차 상법 개정 시 '중견→대기업' 성장 메커니즘까지 심각한 왜곡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법인세율이 일괄적으로 1%포인트(p) 인상되고 주식종목을 10억원 이상 보유한 대주주에게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등 반(反) 기업적인 세제 개편안에 대한 실망감도 높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과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도 최근 잇따라 성명을 내고 외투 기업의 한국 철수를 경고하고 나섰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시아 증시가 전반적으로 하락했지만, 한국의 압도적 낙폭은 대내 이슈를 살펴봐야 한다"면서 "세제개편안이 시장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제약을 넘지 못하면서 실망매물 출회를 유발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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