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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양승진] 치트키 달인 없는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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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진 사회2부 기자
양승진 사회2부 기자

예나 지금이나 게임(game)엔 아무런 취미가 없다. 용돈 모아 게임 CD 사고, PC방을 가도 흥미가 안 생겼다. 단순했다. 못 이기는데, 어찌 재미있으랴.

게임을 잘하고 싶었다. 힘 안 쓰고 이기는 법이 필요했다. 간단했다. 치트키(cheat-key)였다. 강한 상대도 쉽게 만들었다. 아니, 상대가 없었다는 게 정확하다. '천하무적(天下無敵)'이 됐다.

치트키는 싱글 플레이(single-play)에서만 가능하다. 태생이 '속임수' '사기'라서 그렇다. 비겁해 보이지만 실상은 아니다. 다른 유저(user)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안 준다. 그래서 'show me the money, black sheep wall' 등을 달달 외웠다.

내 인생도 치트키가 가능하면 무얼 고를까. 돈? 권력? 건강? 진지하다. 누구나 그런 막연한 기대를 하면서 산다.

치트키를 현실로 가져온 이들은 많다. 대범했다. 복면을 쓰고 한밤중에 학교 담장을 넘었다. 자물쇠도 끊었다. 시험지를 훔치려던 괴한은 그 학교 재학생이었다.

원 팀(one-team)으로 3년 내내 학교 중간·기말고사 시험지를 빼돌린 '밤손님들'도 있다. 그 집 학생은 시험마다 수석(首席)을 놓치지 않았다. 하긴 답을 알고 치는데, 1등을 못 하면 이상했겠다.

한국 사회에서 시험 문제 빼돌리기라는 치트키는 축에도 못 낀다. 누군가는 자기 과오를 덮고, 무언가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요긴하게 쓴다. 자칭 사회 지도층인 위정자들이 그렇다. 권력(權力), 망각(忘却), 쇼맨십(showmanship) 등이 대표적인 치트키다.

이 치트키들은 시간이 갈수록 '뻔뻔함'에 도를 트게 하는 데 특효다. 형기(刑期)를 절반도 덜 채우고 풀려난 A, 절대 권력을 손에 쥔 B 등이 잘 쓴다. 둘이 붙으면 난형난제(難兄難弟)요, 용호상박(龍虎相搏)일 테다.

A는 치트키로 자신의 죄를 회피했다. 영어(囹圄)의 몸이 되기까지는 약 5년인데, 8개월 살고 나왔다. 날수로는 242일에 불과하다. 안식년(安息年)치고는 짧다. 추악한 범죄자 주제에 수사기관만 탓했다. 그럴 거면 죄를 짓지 말았어야 했다.

뉘우침 대신 손바닥으로 하늘을 덮으려 했다. 덕분에 후안무치(厚顔無恥)에 달통했다. 자신을 완전무결(完全無缺)한 존재라 믿을 그는 곧 'A로남불 시즌2'에 나선다.

B는 과거 언행과 거꾸로 사는 법을 택했다. 대통령 사면권 남용, 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재판 속행 여부 등 예전 발언을 지금 보면 같은 사람이 맞나 싶다. 차라리 '그때그때 달라요' '난 빼고'라고 말하면 '가오'는 살 텐데.

전매특허인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耳懸鈴鼻懸鈴·이현령비현령)' 치트키는 여전하다. '셀프 사면'의 길을 열어 줄 '방탄' 치트키는 상시 대기 중이다. 과거의 자신과 싸워야 할 때가 자주 있겠지만 걱정은 없을 듯싶다. '정신 승리' '기억 상실' 치트키도 B는 잘 쓴다.

멀티 플레이(multi-play)에 치트키가 금지된 이유는 뭘까. 아이들에게 타인의 삶에 악영향을 주거나, 몰염치로 무장한 '꼼수'가 그릇됐음을 알려주기 위해서 아닐까.

치트키 치고 날고 기어 봤자, 그거 없으면 '종이호랑이'다. 당연하다. 거짓과 위선으로 빚은 제국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늘.

치트키 달인이 발 붙일 곳 없는 대한민국을 꿈꾼다. 그곳엔 '정의(正義)'가 있다. 치트키로 흥한 자가 꼭 치트키로 망했으면 좋겠다. 제발.

스타크래프트 치트키 show me the money.
스타크래프트 치트키 show me the m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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