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16일 어둑한 밤공기를 가르며 달리던 구급차 안에서 8살 여아는 미동도 없었다. 아이는 끝내 눈을 뜨지 않았다.
이틀 전 집안에서 벌어진 폭력으로 복통을 호소하던 아이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태였다. 몸에서 발견된 멍 자국과 장기 파열의 흔적은 그동안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공포와 고통의 시간을 보여주고 있었다.
경북 칠곡에서 벌어진 두 자매를 향한 끔찍한 학대는 동생이 숨을 거둔 후에야 드러났다. 수사 기관의 문을 두드린 건 죽은 아이의 언니였다. "제가 동생을 때렸어요." 아이는 진범인 계모의 협박에 못 이겨 허위 진술을 하고 말았다.
◇454일 학대해놓고, 동생 죽자 언니에게 허위 자백 강요
두 자매의 친부 A씨와 계모 B씨는 2010년경 동거를 시작했다. 집에는 A씨의 딸인 언니 C(12)양과 동생 D(8)양이 함께 있었다. 문이 닫히는 순간, 두 자매에게 집은 더 이상 안식처가 아니었다.
화장실, 한겨울 찬바람이 스며드는 베란다, 드럼세탁기, 물이 가득 찬 욕조, 깨진 유리그릇과 돼지저금통까지 집안의 온갖 장소와 물건들은 두 남매를 학대할 도구였다.
학대가 시작된 시점은 2012년 7월이었다. B씨는 이유를 찾기 어려운 사소한 행동에도 두 아이를 때렸고, 때로는 도구까지 사용했다. 무려 454일 동안의 의붓딸인 두 자에게 가해진 폭력과 학대 행위는 너무나 끔찍해 글로 옮겨 적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청양고추를 억지로 먹게 하거나 배설물을 이용한 학대 행위도 있었다.
드럼 세탁기에 C양을 넣고 회전 버튼을 누른 일, 물이 담긴 욕조에 D양을 거꾸로 담갔다 빼 정신을 잃게 한 일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성적으로 학대하고 나체 사진을 찍고 겁을 주는 말로 위협하기도 했다.
D양이 숨지기 이틀 전 B씨는 텔레비전을 보던 중 작은 소리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조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방 안에 누워 있던 D양의 배를 여러 차례 밟았고,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자 입을 틀어막고 얼굴을 때렸다. 그날 밤 D양이 호소한 복통은 곧 손쓸 수 없는 상태로 이어졌다. 배를 장시간 강하게 가격당했을 때 나타나는 장기 손상은 이미 진행 중이었다.
폭행 순간을 직접 본 사람은 있었다. 언니 C양이었다. 그러나 학대는 반복됐고 학대 사실을 숨기라는 협박은 더 집요했다. B씨는 D양이 사망한 뒤에도 자신을 지키기 위해 C양에게 거짓 진술을 강요했다.
"너는 소년법원에 가더라도 죄를 받지 않는다…니가 배를 세게 때렸다고 진술하지 않으면 엄마는 석방될 수 없다." B씨가 구치소에서 보낸 편지 속 글귀는 아이를 향한 억압이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됐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C양은 2013년 8월 19일 경찰서를 찾아가 "14일 저녁에 내가 동생의 배를 주먹으로 약 5회, 발로 1회 찼다"고 허위 진술했다. 결국 C양은 경찰 조사와 검찰 조사, 법정 증언까지 네 차례에 걸쳐 "내가 동생을 때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언니가 가한 폭행이라고 하기엔 숨진 B양의 몸에 남은 상흔은 충격적인 수준이었다. 팔은 관절이 구부러지지 않을 정도로 기형이 됐고, 턱과 머리에서는 심한 상처로 봉합 수술을 한 흔적까지 발견됐다.
나중에 C양은 법정에서 "엄마가 동생의 배를 여러 번 세게 때렸다"고 진술했다. 이 진술은 또 다른 증언, 부검 결과와 맞물려 폭행을 부인한 B씨의 주장을 무너뜨렸다. 부검의는 강한 외부 충격으로 장간막이 손상되고 염증이 퍼져 대장이 천공됐다는 소견을 분명히 밝혔다.
◇아동학대 피해자인 언니…입양으로 새로운 인생
B씨는 C양을 협박해 동생을 죽인 것으로 허위 자백을 시키고 자신의 석방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매일같이 쓰게 시킨 것도 모자라 '착한 새엄마'인양 위장하는 편지도 썼다.
"엄마가 만나서 꼭 안아주고 꼭 많이 사랑해줄게. 사랑한다 내 큰딸." "엄마가 많이 사랑하지 못하고 잔소리 많이 한 것 미안하다" 등 자식을 걱정하는 투로 쓴 이 편지의 목적은 재판부에 참고자료로 제출됐다.
B씨에게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지만 B씨는 살인이 아닌 상해치사죄 등으로 기소됐다. 법원은 피고인 B씨에게 징역 15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80시간을 명령했다.
친부 A씨의 책임도 가볍지 않았다. A씨는 아이들을 때린 사실뿐 아니라 치료받아야 할 상황에서 방치한 행위로 유죄를 인정받았다. 친부 A씨에게는 징역 4년이 선고됐다.
사건 이후 C양은 심리치료를 받았다. 지원 단체와 기업의 후원이 이어졌고, SM그룹은 C양이 성인이 될 때까지 후원하겠다고 밝혔다. 2019년 C양은 SM그룹 우오현 회장에게 감사 편지를 보냈다.
C양은 자신을 지켜준 고모에게 입양됐고, 미술적 재능을 보여 2019년 미술전을 열었다. 한 언론 인터뷰에서 C양은 "미술 심리 치료를 공부해 학대 피해 아동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같은 해 이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어린 의뢰인'이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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