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美요구 눈앞' 국방비 GDP 5%, 증액 없이 달성할 묘수는?

정부, 보훈·R&D·SOC 예산 포함 추진

공군 항공통제기(E-737)와 F-15K 전투기 편대가 2024년 1월1일 오전 울진 상공에서 영공 방위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공군 항공통제기(E-737)와 F-15K 전투기 편대가 2024년 1월1일 오전 울진 상공에서 영공 방위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측이 한국 정부에 국방비 지출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우리 정부가 기존 회계 기준을 조정해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수준으로 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2.3% 수준인 국방비 비율을 실질적인 지출 증가 없이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다.

7일 SBS에 따르면, 정부 고위 당국자는 "국방비를 GDP 대비 5%에 맞추기 위해 보훈 예산과 병무 예산, 그리고 민군 R&D 예산 등 국방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는 예산을 국방비로 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의 연간 국방 예산은 약 61조 원으로 GDP의 2.3% 수준이다. 현 국방비는 크게 전력 운영비와 방위력 개선비로 나뉜다. 전력 운영비는 부대 유지와 인건비 등 현행 전력 유지에 쓰이며, 방위력 개선비는 무기 개발과 도입에 사용된다. 하지만 이 두 항목만으로는 국방비를 GDP 대비 5%로 끌어올리기에는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국방비로 규정하는 범위가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보다 좁다는 평가도 있다.

이에 정부는 국가보훈부 예산과 병무청 예산, 산업통상자원부의 민군 협력 R&D 예산 등을 국방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항목으로 간주해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가보훈부의 연간 예산은 4조 원을 넘고, 병무청은 약 5천억 원 규모다. 지금까지는 국방 예산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향후 직접 국방비 항목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매년 1천억 원 이상을 집행 중인 민군 협력 R&D 사업도 국방비 전환 대상에 포함된다. 이 사업은 기동정찰로봇, 자폭 드론 등 130여 개 프로젝트를 포함하고 있으며, 정부는 이를 국방 R&D 예산으로 편입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 같은 회계 조정과 함께 일부 신규 예산 투입을 병행하면, GDP 대비 3% 이상 수준의 '직접 국방비' 산정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GDP의 1~2% 선의 '간접 국방비'를 더해 전체 국방비를 5% 수준으로 맞출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간접 국방비로는 산업부가 지원하는 인공지능(AI), 로봇, 드론 개발 예산 일부가 포함될 예정이다. 또한 국가 안보와 연계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예컨대 위성 개발, 항만 및 철도 인프라 확충 예산도 간접 국방비로 분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신규 예산 편성을 최소화하면서도 유럽 국가 정도의 인상 계획은 제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은 미국의 요구에 따라 향후 10년간 직접 국방비를 GDP 대비 3.5%, 간접 국방비를 1.5%로 각각 인상해 총 5%를 맞추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한미 간 국방비 기준의 정합성과 부담 분담 방식에 대한 논의가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로 부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국방정책을 이끄는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차관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각) 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한국은 북한에 맞선 강력한 방어에서 더 주도적 역할을 맡으려 하며 국방 지출 면에서 계속 롤 모델이 되고 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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