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측이 한국 정부에 국방비 지출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우리 정부가 기존 회계 기준을 조정해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수준으로 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2.3% 수준인 국방비 비율을 실질적인 지출 증가 없이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다.
7일 SBS에 따르면, 정부 고위 당국자는 "국방비를 GDP 대비 5%에 맞추기 위해 보훈 예산과 병무 예산, 그리고 민군 R&D 예산 등 국방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는 예산을 국방비로 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의 연간 국방 예산은 약 61조 원으로 GDP의 2.3% 수준이다. 현 국방비는 크게 전력 운영비와 방위력 개선비로 나뉜다. 전력 운영비는 부대 유지와 인건비 등 현행 전력 유지에 쓰이며, 방위력 개선비는 무기 개발과 도입에 사용된다. 하지만 이 두 항목만으로는 국방비를 GDP 대비 5%로 끌어올리기에는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국방비로 규정하는 범위가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보다 좁다는 평가도 있다.
이에 정부는 국가보훈부 예산과 병무청 예산, 산업통상자원부의 민군 협력 R&D 예산 등을 국방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항목으로 간주해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가보훈부의 연간 예산은 4조 원을 넘고, 병무청은 약 5천억 원 규모다. 지금까지는 국방 예산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향후 직접 국방비 항목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매년 1천억 원 이상을 집행 중인 민군 협력 R&D 사업도 국방비 전환 대상에 포함된다. 이 사업은 기동정찰로봇, 자폭 드론 등 130여 개 프로젝트를 포함하고 있으며, 정부는 이를 국방 R&D 예산으로 편입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 같은 회계 조정과 함께 일부 신규 예산 투입을 병행하면, GDP 대비 3% 이상 수준의 '직접 국방비' 산정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GDP의 1~2% 선의 '간접 국방비'를 더해 전체 국방비를 5% 수준으로 맞출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간접 국방비로는 산업부가 지원하는 인공지능(AI), 로봇, 드론 개발 예산 일부가 포함될 예정이다. 또한 국가 안보와 연계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예컨대 위성 개발, 항만 및 철도 인프라 확충 예산도 간접 국방비로 분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신규 예산 편성을 최소화하면서도 유럽 국가 정도의 인상 계획은 제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은 미국의 요구에 따라 향후 10년간 직접 국방비를 GDP 대비 3.5%, 간접 국방비를 1.5%로 각각 인상해 총 5%를 맞추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한미 간 국방비 기준의 정합성과 부담 분담 방식에 대한 논의가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로 부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국방정책을 이끄는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차관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각) 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한국은 북한에 맞선 강력한 방어에서 더 주도적 역할을 맡으려 하며 국방 지출 면에서 계속 롤 모델이 되고 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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