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배신자" "음모론자" 두 쪽 나버린 국민의힘 대구경북 합동연설회  

8일 대구 엑스코에서 국민의힘 제6차 전당대회 TK 합동연설회 열려
후보 연설 중 '배신자' 연호, 지지자들 고성 주고받으며 다툼도
민주당 비판, '찬탄' '반탄' 프레임에 집중된 당 대표 후보들 연설

8일 오후 2시쯤 대구 북구에 있는 엑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6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 참석한 (왼쪽부터)장동혁·조경태·김문수·안철수 후보가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8일 오후 2시쯤 대구 북구에 있는 엑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6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 참석한 (왼쪽부터)장동혁·조경태·김문수·안철수 후보가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보수의 심장' 대구에서 처음 열린 8·22 국민의힘 전당대회 합동연설회가 '찬탄(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성) 대 반탄(탄핵 반대)' 구도로 점철된 채 끝나버렸다.

8일 오후 2시쯤 대구 북구에 있는 엑스코에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한 당 대표·최고위원·청년최고위원 후보가 참석하는 첫 합동연설회가 열렸다.

당 대표 후보로는 김문수·안철수·장동혁·조경태(이하 가나다 순) 후보가 연설하고, 최고위원 후보로는 김근식·김민수·김재원·김태우·손범규·신동욱·양향자·최수진 후보가, 청년 최고위원 후보로는 박홍준·손수조·우재준·최우성 후보가 연설회 무대에 올랐다.

행사 시작 1시간 전부터 연설회장에 도착한 책임당원들이 각자 지지하는 후보의 이름을 경합하듯 외쳐 현장은 한껏 달아올랐다. 이번 전당대회 전부터 줄곧 이슈의 중심에 있었던 전직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도 언론인 자격으로 자리해 연설회장이 잠시 술렁였다.

이날 연설회는 순서가 진행될수록 아수라장으로 치달았다.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가 정견발표 도중 "부정선거 음모론자들과는 우리 당이 확실히 분리해야 한다. 전한길 씨 같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진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느냐"고 직격했고, 그러자 '발끈'한 전한길 씨가 청중석 앞 연단에 올라 당원들에게 '배신자' 연호를 주도했다. 이후 연설 진행이 어려울 정도로 '배신자' 구호 소리가 회장을 가득 채우게 됐다. 그 여파로 한 유튜버와 조경태 당 대표 후보 지지자들이 고성을 주고받으며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전직 한국사 강사 출신 전한길 씨가 8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합동연설회에서 당 대표 후보들의 연설이 이어지는 도중 의자 위에 올라 청중들에게 자신의 팔을 들어보이고 있다. 윤정훈 기자
전직 한국사 강사 출신 전한길 씨가 8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합동연설회에서 당 대표 후보들의 연설이 이어지는 도중 의자 위에 올라 청중들에게 자신의 팔을 들어보이고 있다. 윤정훈 기자

이어진 당 대표 정견발표에서도 이러한 상황은 더 심화했다. '찬탄'으로 분류되는 조경태, 안철수 후보가 연설을 하자 또다시 '배신자' 연호가 당원들 사이에서 터져 나왔고, 각 후보 지지자들이 이에 반발하며 현장은 소란스러워졌다.

당 대표 후보들의 연설 자체도 지역 현안이나 당 혁신 방안보다는 더불어민주당 비판과 '찬탄' '반탄' 프레임에 치중돼 있었다.

김문수 후보는 "이재명 정권이 집권한 지 두 달 만에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파탄이 났다. 국회와 행정부와 사법부까지 삼권을 장악했다"며 "민주당 당 대표로 뽑힌 정청래는 미국 대사 관저를 담을 타 넘고 침입해 폭발물을 던지고 신나를 뿌려서 불을 지른 극좌 테러리스트 아닌가. 이런 민주당이 우리 국민의힘을 해산하겠다니, 이게 말이 되느냐"며 언성을 높였다.

장동혁 후보는 "스스로 탄핵의 문을 열어줬던 사람들이 이제 와서 탄핵을 반대했던 당원들을 향해서 극우다, 혁신의 대상이다, 큰소리 치고 있다"며 찬탄파를 직격했다.

안철수 후보는 "온 힘을 모아 만들어주신 대통령 자리마저 계엄과 탄핵으로 중간에 반납했다. 부끄러워서 고개도 못 들 상황인데 오히려 당당한 사람들이 있다. 지역민들께서 하나둘 모아주신 자산을 파산시킨 분들이 내가 이재명 민주당과 더 잘 싸울 거라며 소리치고 있다"며 꼬집었다.

조경태 후보는 "아직 우리 당은 정신 차리지 못하고 있다. 부정선거 음모론자와 윤어게인을 외치는 자들을 걸러내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들에게 외면 당하는 정당으로서는 절대 집권할 수가 없다. 해당 행위자를 일삼는 자들을 몰아내지 않고서는 국민의힘은 존재 가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일부 당원들이 지지하는 후보의 연설만 듣고 지지하지 않는 후보의 연설이 시작되자 자리를 우르르 비우며 '통합'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날 대구경북 합동연설회를 시작으로 부산·울산·경남(12일), 충청·호남(13일), 수도권·강원·제주(14일)에서 연설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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