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태원 한 마트 직원, 알고보니 166명 죽인 테러단체 조직원

경찰 이미지. 매일신문 DB.
경찰 이미지. 매일신문 DB.

파키스탄 테러단체 '라슈카르 에 타이바(LeT)'의 한 조직원이 국내에 잠입해 마트에까지 취업하는 등 숨어지내다, 발각됐다. 이 단체는 유엔이 지정한 테러 단체로, 국내에서 조직원이 체포된 건 처음이다. 이 단체는 2008년 인도 뭄바이에서 연쇄 테러를 주도해 166명의 목숨을 빼앗은 바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안보수사과는 지난 8일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 및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파키스탄 국적인 40대 A씨를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최근 국가정보원에서 관련 첩보를 전달받고 수사에 착수,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마트에서 일하던 A씨를 긴급 체포해 구속했다.

국내에서 UN 지정 테러단체의 조직원을 체포·구속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씨는 2016년 시행된 테러방지법에 따라 테러단체 조직원으로 활동한 자체 혐의로 검거됐다.

A씨는 2020년 고향인 파키스탄 나로왈에서 LeT에 가입한 뒤 기관총 등 중화기 사용법과 침투 훈련을 받고 정식 조직원으로 활동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2023년 9월 파키스탄 주재 한국 영사관을 찾아 한국에서 사업하고 싶은 것처럼 행세하며 허위로 서류를 작성해 취업용 비자를 발급받은 후 같은 해 12월 한국에 불법 입국한 혐의도 받고 있다. A씨는 이후 서울 이태원 등에서 거주한 것으로 파악됐다. 2024년 1월 비자 유효기간이 끝났지만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이태원 일대에 머물렀다.

'LeT'는 1980년대 중반 만들어진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조직으로, 파키스탄과 인도 간 영유권 분쟁지인 인도령 카슈미르 지역에서 주로 활동한다. 이 단체는 파키스탄 정보부(ISI)의 지원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08년 인도 뭄바이에서 연쇄 테러를 주도해 166명의 목숨을 앗아간 바 있으며 올해 4월 인도령 카슈미르 총기 테러 사건의 배후로도 지목됐다.

최근 경찰은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첩보를 전달받아 수사를 개시한 뒤 탐문 조사 등을 거쳐 A씨가 LeT 소속 조직원인 것을 확인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돈을 벌러 대한민국에 왔을 뿐"이라며 "그 조직을 알긴 하지만 소속은 아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태원동 한 마트에서 직원으로 근무하며 생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체류 기간 연장 신청을 해오던 A씨는 출입국관리소로부터 출국 권고를 받은 상태였다.

A씨가 불법으로 국내로 넘어올 당시 함께한 지인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씨가 그동안 벌어들인 수입을 LeT에 보냈는지 계좌를 통해 확인할 방침이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