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학령인구 감소의 그늘이 짙다. 한때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던 시골 학교들은 이제 문을 닫고 '폐교'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다. 경북 역시 예외는 아니다. 15개 시·군이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됐고, 일부 지역은 소멸 위기까지 거론된다.
그러나 경북교육청은 이 위기를 단순한 종말이 아닌 새로운 출발로 삼으려 한다. "폐교는 우리 아이들의 소중한 꿈이 자라던 공간"이라는 임종식 경북교육감의 말처럼 버려진 공간을 다시 지역사회와 미래 교육의 자산으로 되살리려는 도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폐교, 늘어나는 숫자와 남은 과제
지난 1982년 이후 올해 3월까지 경북에서 문을 닫은 학교는 732곳. 이 가운데 495교는 이미 매각 등으로 처분됐다. 올해 7월 기준 현재 경북교육청이 보유한 폐교는 237교이며, 이 중 76교는 연수원·체험관 등 교육시설로 자체 활용 중이다. 또 103교는 지자체와 주민에게 임대돼 마을회관, 체험마을, 창작 공간 등으로 쓰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58교는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한 채 방치돼 있다.
문제는 이런 미활용 폐교가 늘어날수록 건물 노후화, 안전사고 위험, 관리비 증가 등 부정적 파장이 크다는 점이다. 일부 농산어촌 지역은 접근성 한계로 활용 아이디어조차 쉽게 나오지 못한다. 최근 3년간(2023~2025년)만 해도 분교 8곳과 본교 2곳이 문을 닫았고, 오는 9월에는 안동 월곡초 삼계분교장을 포함해 4곳이 추가 폐교된다. 학령인구 감소세를 고려하면 숫자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경북교육청의 해법은 '세 갈래 길'
경북교육청은 폐교를 버려진 공간이 아닌 '새로운 가능성의 씨앗'으로 삼고자 세 갈래 전략을 내놨다.
첫째로는 입지 조건이 양호한 곳은 교육용으로 직접 활용한다는 것이다. 매년 폐교 재산 홍보자료를 제작·배포해 활용 수요를 발굴하고 체험관·연수원 등으로 선제 전환해 미래 교육에 투입한다.
둘째로는 장기간 방치된 폐교 10곳은 '중점 관리 대상'으로 지정해 적극 매각이나 임대를 추진한다. 특히 공모사업을 통해 주민 공동체와 손잡고 새로운 용도를 발굴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공모로 선정된 4곳은 이미 대부계약을 체결해 지역 문화·관광 자원으로 활용 중이다.
마지막으로는 연구용역을 통해 실질적인 활용 모델을 개발한다. '폐교재산 효율적 활용 방안 연구' 용역을 통해 단순 보고서가 아닌 현장 적용 가능한 모델을 제시하고, 주민 의견을 반영해 공동체의 중심 공간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성공적인 활용사례, 지역에 활력 불어넣어
폐교 활용의 성과는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경북교육청은 경주 지역의 한 폐교를 안전체험관으로 조성해 학생과 주민들이 재난 대비 교육을 받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영덕에서는 바닷가 인근 폐교를 오토캠핑장으로 탈바꿈시켜 전국의 캠핑족을 불러 모으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다. 단순한 건물 활용을 넘어 교육·관광·문화가 어우러진 공간으로 변화한 사례다.
폐교 활용은 단순한 건물 재활용이 아니다. 학생들에게는 창의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교육공간을, 주민들에게는 문화·예술·체험 기회를 제공하며, 나아가 지역 경제 활성화까지 이끌어낼 수 있는 '종합 자산'으로 자리매김한다.
임종식 경북교육감은 "폐교는 단순히 문을 닫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며 "앞으로도 폐교를 교육과 문화, 경제의 거점으로 발전시켜 학생과 주민이 함께 숨 쉬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댓글 많은 뉴스
[단독] 다큐3일 10년 전 '안동역 약속' 지키려 모였는데… 갑작스러운 폭발물 신고에 긴장
李대통령 "난 충직한 일꾼…오직 국민만 믿고 직진"
"함께 보실 분"…李대통령, 내일 영화 '독립군' 국민 동반 관람
尹 병원 진료 중 수갑·전자발찌 착용... "특혜 시비 차단"
'사면' 윤미향 "할머니들 잊지 않겠다, 위안부 문제 원칙 세우고 길이 되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