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난도 수술의 수가(의료서비스 대가)를 대폭 인상하는 등 필수의료 살리기를 위해 재정을 계속 투입하고 있지만 전체 진료비에서 필수의료행위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20%를 밑도는 등 필수의료 생태계 복원이 요원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를 보이고 있는 산부인과나 소아청소년과는 인구 문제도 그 원인이 있어 재정적 보상만으로는 해당 진료과를 살리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4일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전체 진료비에서 필수의료 행위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상반기(1~6월)에 19.8%에 불과했다. 이 수치는 지난 2016년에 비해 소폭 상승한 수준이었다.
2022년 수가 개선이 대규모로 이뤄졌던 때에는 20.9%까지 올라갔으나 다음해 19.3%로 다시 하락하는 등 개선의 여지는 보이지 않고 있다.
김미애 의원실 관계자는 "수술 등 필수의료 행위에 대한 보상은 늘었지만, 전체적인 진료비 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하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내과, 외과와 달리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는 최근 저출생 등 인구 문제와도 연관이 있어 회복 자체가 난망한 상황이다. 김미애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소아청소년과의 연간 환자 수는 2016년 605만 명에서 올해 상반기 394만 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분만을 책임지는 산부인과 역시 같은 기간 604만 명이던 연간 환자 수가 올해 상반기 436만 명으로 눈에 띄게 줄었다.
대구 시내 한 산부인과 전문병원 전문의는 "1980년대 대구 시내 분만 건수는 100만건을 넘었지만 2020년에 들어서면 20만여건으로 80% 줄어들었다는 데이터를 보고 등골이 서늘했다"며 "현재 분만 관련 전문의도 줄어드는 마당이라 산부인과 분야를 살릴 해답을 찾기는 매우 어렵게 됐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정부는 지난해 의료개혁 정책 발표 이전에도 필수의료 분야의 상대가치점수를 인상, 수가 인상을 도모해 왔다. 심장수술, 대동맥박리 수술, 신장이식, 태아치료 등 의사들이 기피하는 고위험·고난도 수술 항목 다수는 최근 3년 사이에 상대가치점수를 큰 폭으로 상향 조정했다.
의료계는 재정적 보상만으로는 필수의료를 살릴 수 없다고 말한다. 대구 시내 한 개원의는 "단지 돈 문제가 아니라 의료 소송의 위험으로 내 의사 면허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젊은 의사들이 필수의료 분야를 가고 싶어도 못 가게 만드는 원인"이라며 "생명에 대한 사명감과 직업 윤리만 강조할 게 아니라 그걸 보호해 줄 다양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미애 의원 또한 "단순히 수가를 올리는 것만으로는 의사들이 필수의료 현장으로 돌아오게 만들기 어렵다는 현실을 보여준다"며 "수가 현실화와 더불어 과도한 업무 부담을 줄이는 근무환경 개선, 지역별 의료 격차 해소 등 종합적인 정책 패키지가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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