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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4쌤의 리얼스쿨] 우리 아이를 끈기 있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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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력 근육 강화되면 좋은 습관 삶의 다른 부분에 확장
중요한 건 아이에게 해낼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믿는 것

끈기 관련 자료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끈기 관련 자료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일일 체험학습을 다녀오는 길. 걷었던 휴대전화를 나눠주는데 잠시도 참지 못하고 서로 먼저 달라고 난리다. 숙제 검사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줄 선 아이들 사이로 새치기하는 아이, 자기를 먼저 봐달라는 아이, 줄 뒤쪽에 서 있으면서도 큰 소리로 질문하는 아이. 단 1, 2분도 참지 못하는 아이들. 낯선 광경은 아니다.

◆참지 못하는 아이들

학부모 상담을 할 때마다 듣는 이야기도 비슷하다.

"뭔가 한 가지를 꾸준히 못 해요. 자주 싫증 내고 집중도 못하고. 도대체 끈기를 길러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요?"

학생과 상담해 보면 아이들도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자기 마음대로 조절이 안 되기도 하고 갑자기 끈기 있게 무언가를 해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끝까지 해내는 힘, 왜 중요하고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 끝까지 해내는 힘이 우리 아이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찰스 두히그는 '습관의 힘'이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은 연구를 소개한다. 2006년 오스트레일리아의 두 연구자인 메건 오튼과 켄쳉은 열여덟 살부터 쉰 살까지 24명을 선발해 체력 단련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두 달간 피실험자들은 운동하기 싫은 마음을 의지력으로 이기며 임했다. 그 결과 그들은 눈부신 성장을 이루었다. 단순히 체력만 향상된 것이 아니라 재정 상태도 개선됐으며 흡연량과 술, 커피를 마시는 횟수도 감소했다.

공부 습관에 초점을 맞춰 추가 연구를 한 결과 싫은 것을 꾹 참고 훈련해 의지력이 높아진 학생들은 다방면에서 삶의 질이 개선됐다. 학업 성취가 높은 것은 물론이고 흡연, 음주 횟수와 텔레비전 시청 시간은 감소하고 대신에 운동 시간과 횟수가 늘었다. 또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으려는 삶의 태도가 나타났다. 이는 의지력 근육이 강화되면 좋은 습관이 삶의 다른 부분에까지 확장된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를 통해 끝까지 해내는 힘은 훈련을 통해 길러질 수 있으며 행복한 삶을 위해 중요한 요소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근성을 키우는 방법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겉모습에 상관없이 아이에게 해낼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믿는 것이다. 정말 중요하지만 어려운 일이다. 마치 겉으로 볼 때는 자기 인생을 남의 인생 보듯 대하거나 아무 의지도 없는 듯 무기력해 보이는 아이도 있기 때문이다. 설사 그렇게 보이더라도 그 아이 역시 본인의 미래에 대한 불안을 느끼며 본인에 대한 문제의식에 누구보다 진심이라고 생각하고 임해야 한다.

인간은 자주적으로 행동할 때 행복을 느낀다. 학생도 마찬가지다. 일단 학생으로 하여금 자기 자신과 지키고 싶은 약속을 정할 자율권을 주는 것이 좋다. 약속이나 목표의 내용은 '공부 열심히 하기'와 같이 추상적으로 설정해서는 안 된다. '하루 10분 동안 책 20쪽을 읽고 느낀 점 5줄 이상 노트에 기록하기', '하루 동안 배운 수업 내용 중 적어도 2가지 과목은 중요한 내용을 30분 동안 복습하고 해당 내용을 노트에 정리하기' 등 구체적으로 설정해야 한다.

자신이 설정한 목표를 달성한 날에는 달력에 스티커를 붙이거나 간단한 느낀 점을 기록하는 것이 좋다. 이런 단기적이고 즉각적인 성취감이 다음 행동에 대한 보상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30일의 기록이 쌓이면 자신이 얼마나 자신과의 약속을 잘 지켰는지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유용하다. 이런 기록은 다음 목표를 설정하는 데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

의지력을 연구한 헤더턴 교수는 아이들에게 피아노나 운동을 가르치는 게 무척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 피아노 치는 법을 잊어버리거나 축구 선수가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피아노를 1시간 동안 연습하거나 운동장을 15바퀴 뛰는 방법을 습득하고 이를 꾸준히 행한다면 자신을 통제하고 의지 있게 무언가를 해내는 힘을 기르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섯 살에 축구공을 10분 동안 쫓아다닐 수 있는 아이는 6학년이 되면 숙제를 제때 해낼 수 있게 된다고도 말한다.

아이를 끈기 있게 키우고 싶다면 아이가 꾸준히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스스로 설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스스로 무언가를 설정할 수 없다면 여러 가지 선택지 중에서 고를 수 있도록 도와주거나 특정 목표를 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또 끝까지 해내는 태도가 인생 전반에 걸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함께 이야기 나누며 그 중요성에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끝까지 해내려고 노력하는 아이 옆을 지켜주는 부모의 끈기다.

교실전달자(중학교 교사, 조운목 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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