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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천종복 전 포항교육장, 필리핀에서 경북교육의 세계교육 표준 실현 위해 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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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 년 교직 마친 뒤에도 꺼지지 않는 교육 열정
광복 80주년 맞아, 한국전쟁 은혜 갚으며 세계로 뻗는 경북교육

천종복 전 포항교육장(오른쪽)과 필리핀 레온 국립고등학교 교직원과 학생들이 경북교육청에서 지원받은 컴퓨터와 모니터를 들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경북교육청 제공
천종복 전 포항교육장(오른쪽)과 필리핀 레온 국립고등학교 교직원과 학생들이 경북교육청에서 지원받은 컴퓨터와 모니터를 들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경북교육청 제공

"퇴직 후에도 교사로서의 사명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경북교육의 우수함을 세계에 알리며 보답하는 길을 가고 싶습니다."

천종복 전 경북교육청 포항교육장은 지난해 8월 40여 년의 교직 생활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그의 교육 열정은 멈추지 않았다. 현재 그는 코이카 봉사단원으로 필리핀 일로일로주 레온 국립고등학교에서 교육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퇴직 후에도 멈추지 않은 열정, 필리핀을 택한 이유
천 전 교육장이 필리핀을 택한 배경에는 역사적 인연이 있다. 올해는 광복 80주년이 되는 해다.

그는 "한국전쟁 당시 필리핀이 우리를 위해 군대를 파병하고 건물을 지어주며 도움을 줬다"며 "이제는 우리가 그 은혜에 보답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이곳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필리핀에서 천 전 교육장이 가장 먼저 한 일은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필리핀 용사들을 찾아 감사 인사를 전하고 일이었다.

그는 "많은 참전용사가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아직 생존한 분들과 그 가족들을 직접 찾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며 "한 개인의 작은 방문일 수 있지만, 한국인이 그들의 희생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울림을 주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가 봉사하고 있는 필리핀 일로일로주는 한국 학생들에게 어학연수지로 알려진 도시다. 하지만 천 전 교육장이 봉사하는 레온 국립고등학교는 그보다 외곽의 시골 학교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컴퓨터 한 대 없는 곳이었지만, 최근 경북교육청의 '경북-R컴퓨터 사업'을 통해 17대의 컴퓨터가 보급됐다.

임종식 경북교육감은 앞서부터 우리나라를 도왔던 필리핀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사업을 추진해왔고, 이번 사업도 레온 국립고에 참전용사 3인의 후손들이 재학 중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이뤄졌다.

새로운 컴퓨터가 들어왔지만 곧바로 수업에 활용하기는 쉽지 않았다. 와이파이 연결과 관련 부품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천 전 교육장은 사비를 털고 지역 한인회의 도움을 받아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한 현지 학생들이 컴퓨터를 수업에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는 작업도 직접 맡고 있다.

그는 "데스크톱은 와이파이를 잡을 수 없어 부품을 따로 구해야 한다"며 "사비로 부품을 구입해 설치하고 일부 도움도 받는 등 어려움은 많지만, 학생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힘든 줄 모른다"고 설명했다.

필리핀 일로일로주 레온 국립고등학교 학생들이 실습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천종복 전 포항교육장 제공
필리핀 일로일로주 레온 국립고등학교 학생들이 실습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천종복 전 포항교육장 제공

◆경북교육, 필리핀 교육현장에 새로운 가능성 제시
천 전 교육장은 필리핀 학생들의 뛰어난 영어 실력을 주목했다.

그는 "필리핀 학생들은 영어 회화와 문법 실력이 상당히 좋다"며 "경북교육청의 외국인 유학생 사업에 필리핀을 포함한다면 경북 학생들의 영어 학습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단순히 기자재 지원에 그치지 않고, 경북교육의 강점인 직업교육과 인성교육을 현지에 접목시키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천 전 교육장은 "경북교육청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과학실험 기자재를 정리해 지원하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며 "이런 지원을 바탕으로 실습 중심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더 큰 꿈을 꾸도록 돕고 싶다"고 했다.

천 전 교육장의 봉사활동은 단순히 수업에 머물지 않는다. 최근에는 예비 교사인 대구대학교 사범대 학생들이 레온 국립고를 방문해 케이팝과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현지 학생과 교직원들은 뜨거운 호응을 보냈다.

그는 "언론에서 보는 것과는 다르게 K-컬처의 힘은 엄청나다"며 "제가 서너 달을 와서 교육하며 소통한 것보다 하루 만에 학생과 교직원의 마음을 활짝 열고 소통하는 모습은 감격적이었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그는 경북 지자체와도 연계해 다양한 교류사업을 추진하려 한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사업, 학교 자매결연, 홈스테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경북과 필리핀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천종복 전 교육장은 "1년 간 봉사를 한다고 시작했는데 막상 현장에 와보니 아이들에게 필요한 부분들이 너무 많은 것을 느꼈고 이를 해결하다 보면 얼마나 더 이곳에 머물러야 할 지 모르겠다"며 "이곳에서 경북교육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도움을 받았던 나라에 보답하는 것이 남은 삶의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천종복 전 포항교육장이 퇴직 후 해외 교육봉사를 추진하고 있는 필리핀 일로일로주 레온 국립고등학교에서 학생, 교직원과 함께 기념 촬영하고 있다. 경북교육청 제공
천종복 전 포항교육장이 퇴직 후 해외 교육봉사를 추진하고 있는 필리핀 일로일로주 레온 국립고등학교에서 학생, 교직원과 함께 기념 촬영하고 있다. 경북교육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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