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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법부의 비겁과 비양심이 초래한 대한민국 사법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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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 주도로 사법 개혁안을 밀어붙이는 가운데 "사법 독립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며 법원이 강하게 반발하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법 개혁은 사법부가 시동 걸고 자초한 게 아닌가. 다 자업자득이다"고 말했다. 역설적인 의미에서는 맞는 말이다. 법원을 자기 입맛대로 요리하겠다는 민주당은 무도(無道)하지만, 대한민국 사법이 이 지경이 된 데에는 법원의 책임이 크다. 법원이 '비겁하고 비양심적'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당시 민주당 대표) 관련 재판에서 법원은 납득하기 힘든 모습을 여러 차례 보였다.

2023년 9월 27일,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 대통령(당시 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위증교사(僞證敎唆) 혐의는 소명이 된다"면서도 "야당 대표로 공적 감시의 대상…" 운운하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2024년 2월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이재명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16개월가량 심리해 놓고 선고를 얼마 앞두고 명예퇴직했다. 판사의 사직은 자유이지만, 합법적으로 거악(巨惡)을 저지른 것이라고 본다. 이로써 이재명 대표의 재판은 한참 뒤로 밀렸다.

2024년 11월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재판부는 허위사실 공표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025년 3월 항소심(2심)은 "(이 대표의) 백현동 발언은 전체적으로 의견 표명(表明)에 해당해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협박으로 느꼈다'가 아니라 "만약 안 해 주면 직무유기 그런 걸로 문제 삼겠다고 (국토부가) 협박했다"고 발언했는데, 의견 표명으로 간주(看做)한 것이다. 또 이 대표가 "국민의힘에서 마치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 사진을 공개했던데, 조작된 것"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2심 법원은 "해당 발언은 '김문기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취지'이고, 골프 같이 치지 않았다고 해석할 여지는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새로운 증거가 나온 것도 아니고, 동일 발언에 대해 1심과 2심이 전혀 다르게 판결한 것이다.

2024년 11월 법원은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법원은 위증도 있었고, 교사도 있었지만, 위증교사는 없었다고 판단했다. 이재명 대통령(당시 경기도 지사)의 부탁을 받고 위증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람은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는데, 위증교사한 혐의를 받는 이 대통령은 무죄라는 것이다. 말장난에 가까운 판결이라고 본다.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최종심에서 대법원은 유죄 취지(趣旨)로 파기환송하면서도 재판 계속 여부에 대해서 각 재판부 판단으로 떠넘겼다. 그 결과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는 헌법 제84조를 근거로 6월 18일 예정이던 재판 기일을 연기했고, 날짜는 추후 지정하기로 했다.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 사건, 위증교사 항소심, 대장동·백현동 사건 재판, 법인카드 유용 의혹 사건 등도 연기됐다. 사실상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는데, 이에 대해 '대통령이 되기 전에 저지른 범죄에도 적용되는지' '형사상의 소추가 재판까지 포함하는지' 해석이 엇갈림에도 대법원은 이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대한민국 법원이 민주당의 칼을 맞게 된 것은 자신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원은 이제라도 비상한 각오로 스스로 사법부 독립을 지켜 내야 한다. 법과 원칙대로 재판하는 것이 사법부 존재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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