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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고 상상하며 꿈 키워 나가요"…대구북부도서관, 중학생 위한 '북아지트'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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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북부도서관, 지난해 12월 '청소년 북아지트' 개소
중학교 입학 이후 학생 도서관 방문 감소 대안으로 탄생
청소년 흥미·진로 고려한 다양한 맞춤형 프로그램 진행

대구북부도서관은 중학생들의 독서 기회 확대를 위해 3층에
대구북부도서관은 중학생들의 독서 기회 확대를 위해 3층에 '청소년 북아지트' 공간을 조성했다. 대구북부도서관 제공

'운 없기를 빌다니 예의가 없네(무운을 빈다)', '사과를 왜 심심하게 하냐(심심한 사과)'….

몇해 전부터 이른바 '문해력(文解力) 논란'이 지속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문해력은 단순히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을 넘어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소통하는 능력으로, 미래 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핵심 역량이다. 특히 숏폼(짧은 영상)에 중독된 아동·청소년들이 증가하고 문해력 저하 문제가 심화되며 우리 사회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근원적으로 독서 활동의 복원을 통해 문해력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다양한 영역의 책을 읽고 타인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행위만큼 문해력 향상에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는 것. 이에 따라 학교뿐만 아니라 지역 공공도서관들도 학생들의 독서 기회 확대를 통한 문해력 향상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6일 대구북부도서관 3층 청소년 북아지트에서
지난 6일 대구북부도서관 3층 청소년 북아지트에서 '청소년 독서교실' 2학기 첫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김영경 기자
지난 6일 대구북부도서관 3층 청소년 북아지트에서
지난 6일 대구북부도서관 3층 청소년 북아지트에서 '청소년 독서교실' 2학기 첫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참가 학생들이 힐링존에서 자유롭게 책을 읽는 모습. 김영경 기자

◆친구들과 함께 책 읽고 활발히 토론

지난 6일 토요일 오전 10시, 학생들이 하나둘씩 대구북부도서관 3층 '청소년 북아지트'로 모여들었다. 학생들은 도서관 기기를 이용해 출석을 체크하고 기다란 책상 주위로 빙 둘러앉았다. '문해력 향상 청소년 독서교실' 2학기 첫 수업이 시작되는 날이다.

이날 참가한 인원은 중학교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총 12명. 한 학기 동안 프로그램을 이끌 배영수 교사가 먼저 자신을 소개한 후 학생들이 각자의 이름표를 만들어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이 10주간 함께 읽을 책은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인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만화로 각색한 '사피엔스: 그래픽 히스토리'. 인간의 역사적 진화와 의미에 대해 고찰하며 생각의 지평을 넓히는 게 강의의 취지다.

본격적인 강의가 시작되고 참가 학생들에게는 30분간 책을 읽을 시간이 주어졌다. 학생들은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한 원하는 위치에서 자유롭게 독서하면 된다. 책상에 그대로 앉아 읽어도 되고, 도서관 한편에 마련된 푹신한 빈백(bean bag) 소파 위에 누워 읽어도 된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대다수의 학생들이 휴대전화를 만지거나 딴짓하지 않고 독서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였다.

독서 후엔 다시 모여 새롭게 알게 된 사실, 기억에 남는 키워드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객관식 문항·토론 등으로 구성된 '문해력 워크시트'를 작성하며 자신이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해 보는 시간도 가졌다.

독서교실에 참여한 매천중 1학년 김시연 군은 "혼자 읽기에 어려운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친구들과 함께 읽으니 많이 어렵지 않았다"며 "나와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들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성지중 2학년 김도은 양은 "농업이 인류의 발전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관점에선 농업으로 인해 다른 인류, 가축들이 희생됐다는 점을 알게 되어 놀라웠다"며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사실들을 독서를 통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대구북부도서관은 중학생들의 독서 기회 확대를 위해 3층에
대구북부도서관은 중학생들의 독서 기회 확대를 위해 3층에 '청소년 북아지트' 공간을 조성했다. 강좌 운영, 소모임을 위한 커뮤니티존. 대구북부도서관 제공
대구북부도서관은 중학생들의 독서 기회 확대를 위해 3층에
대구북부도서관은 중학생들의 독서 기회 확대를 위해 3층에 '청소년 북아지트' 공간을 조성했다. 자유로운 독서·학습이 가능한 스터디존. 대구북부도서관 제공

◆오직 중학생만을 위한 특별한 공간

대구북부도서관의 청소년 북아지트는 오직 중학생들만을 위한 공간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중학생의 독서량은 연간 21권으로 초등학생의 독서량(73.2권)의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진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중학생들이 다시 도서관을 찾아 독서 경험을 높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고심 끝에 작년 12월 청소년 북아지트가 만들어졌다.

대구북부도서관 관계자는 "지역 공공도서관에 어린이 자료실 등 유아·초등학생을 위한 공간은 비교적 잘 마련돼 있고, 고등학생은 입시로 바빠 도서관을 찾을 여유가 잘 없다"며 "그 사이에 중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소외된 면이 있어 이들에게도 자신들의 공간이 있다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북아지트를 조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북아지트는 도서·웹툰·잡지 등 독서를 위한 '리딩존', 책멍(책을 보며 멍하니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하며 쉬어가는 '힐링존', 소모임을 위한 '커뮤니티존', 보드게임·드로잉 등 놀이 공간인 '플레이존', 자유로운 독서·학습이 가능한 '스터디존' 등 총 5개의 구역으로 구성돼 있다.

능인중 2학년 곽도윤 군은 "예전에는 시간이 빌 때 딱히 갈 곳이 없었는데 지금은 북아지트에 와서 책을 읽고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어서 좋다"며 "독서에 관심이 없었던 친구들도 데리고 오면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되더라"고 말했다.

배영수 교사는 "'하루 종일 왜 휴대전화만 보냐', '독서를 왜 안하냐' 등 잔소리를 하기 이전에 청소년들이 자연스럽게 책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며 "북아지트는 학생들이 '나도 한번 가볼까'라는 마음이 들게 하는 특별한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대구북부도서관은 중학생들의 독서 기회 확대를 위해 3층에
대구북부도서관은 중학생들의 독서 기회 확대를 위해 3층에 '청소년 북아지트' 공간을 조성했다. 기대거나 앉아서 책멍하며 쉬어가는 힐링존. 대구북부도서관 제공
대구북부도서관은 중학생들의 독서 기회 확대를 위해 3층에
대구북부도서관은 중학생들의 독서 기회 확대를 위해 3층에 '청소년 북아지트' 공간을 조성했다. 도서·웹툰·잡지 등 독서를 위한 리딩존과 보드게임·드로잉 등 놀이 공간인 '플레이존. 대구북부도서관 제공

◆책멍·방탈출…다양한 활동 통해 꿈 키워

북아지트는 청소년의 흥미와 진로를 고려한 다채로운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주요 내용은 ▷청소년 독서학교 ▷단체 체험 프로그램 ▷청소년 운영위원회 ▷독서문화 행사 등 학생들의 주체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는 활동들로 구성됐다.

청소년 독서학교는 청소년 독서력 및 문해력 함양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학기 중과 방학 기간 동안 운영된다. 독서 입문, 인문 독서, 토론, 논술 등 4가지 강의로 구성돼 있고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강의를 신청해 참여하면 된다. 10차시 동안 출석 80% 이상 참여할 경우 활동 내용을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기재할 수도 있다. 1학기 독서학교 참여자(53명)를 대상으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9% 이상이 '프로그램 내용에 만족한다(매우 만족 84.9%·만족 13.2%)'고 답했다.

단체 체험 프로그램은 도서관의 다양한 자원을 활용한 또래와의 협동 활동으로, 주로 학급, 동아리 단위로 참여하게 된다. 미션 수행, 방탈출 게임 등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학생들에게 도서관 이용의 즐거움과 소통 및 협력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 청소년이 단순 이용자가 아닌 운영자로 참여할 수 있는 청소년 운영위원회인 '북크루'도 운영한다. 북크루는 학생들이 도서관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운영·홍보하는 참여형 모델로, 대학생 멘토와의 역량 강화 교육, 봉사 시간 인증 등을 받을 수 있다.

이외에도 도서관 주간·독서의 달 등 시기별 행사, 학생 동아리 교외 팝업 행사 등 다채로운 독서문화 행사가 진행된다.

북아지트는 작년 연말 개소 이후 올해 6월 말 기준 하루 30여 명이 이용하고 있다. 초반에는 도서관 인근 중학교 4곳의 학생들이 주로 찾았으나 지금은 꽤 먼 곳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학생들도 많다.

제갈선희 대구북부도서관장은 "북아지트는 청소년들이 책과 함께 여유를 즐기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하며 꿈을 키워나가는 공간"이라며 "앞으로도 학생들이 책 속에서, 대화 속에서 자신의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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