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낙동강 수계 기후대응댐 후보지인 청도군 운문면 운문천을 방문했다. 김하수 군수, 전종율 군의회 의장과 운문천 주변 주민들이 대거 나와 김 장관을 맞이했다.
김 군수를 비롯한 청도군 관계자들은 그동안 운문천의 기후대응댐 건설을 전제로 내세운 여러 요구 사항을 다시 한번 김 장관에게 다짐해둘 요량이었다.
이어 김 장관을 앞에 두고 수자원공사측의 댐 건설에 대한 보고와 설명이 이어졌다. 경청하던 김 장관은 중간중간 궁금한 점에 대한 질문을 던졌고, 김 군수와 전 의장은 앞으로 들어설 새 댐의 역할론 위주로 답변을 이어나갔다.
김 장관은 이 만남의 자리 말미에서 "신규댐(기후대응댐)의 홍수·가뭄 예방 효과와 지역 수용성에 대해 정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는 말을 툭 던지고는 반구대 암각화 보존지역인 울산 사연댐으로 간다며 급히 자리를 떠났다.
김 장관의 발언은 한 마디로 지금까지의 운문천 기후대응댐 건설사업 계획은 아예 없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여서 김 군수 일행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청도군은 운문천 기후대응댐 건설의 전제 조건으로 ▷하천 유지수 조정 ▷상수도 급수관로 사업 지원 ▷정수장 증설 ▷송수관로 복선화 ▷노후상수관망 정비 등 7가지를 제시해 놓은 상태고, 이날도 김 장관으로부터 재다짐을 받아두기 위해 벼렸던 터다.
김 장관의 의중은 지난 9일 취임 50일 기자간담회에서는 한 발짝 더 나갔다. 그는 "윤석열 정부 때 추진한 신규 댐 계획을 절반 수준으로 축소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따라서 기후대응댐 후보지 14곳 중 그가 둘러본 곳이 10곳, 이 중 애초 추진이 확정됐던 댐은 9곳이라 많이 지어도 채 5곳이 안 될 것으로 보인다.
'기후대응댐'이라는 신규 댐 프로젝트는 2022년 발생한 극한 가뭄과 홍수가 계기가 됐다. 당시 역대 최장인 227일의 가뭄에 시달리던 남부 지방은 국가 산단이 멈출 위기에 놓일 정도로 물 부족에 시달렸다가 정작 여름에는 폭우에 물난리가 났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 당시 환경부는 홍수·가뭄 등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해선 물그릇 확보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 전국 14곳의 기후대응댐을 건설, 220만명이 사용할 수 있는 연간 2억5천만톤(t)의 물 공급 능력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청도군의 경우 지난해 8월 여름휴가철 폭염에다 관광객들이 늘어나 물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머리에 물동이(운문댐)를 이고 있는 청도 전역이 단수사태로 인해 식수난을 겪는 희한한 봉변을 당해야 했다.
특히 운문정수장의 평상시 하루 생산량은 1만6천t. 당시 폭염으로 일반가정, 관광지 숙박시설, 축산단지 등지에서 물 수요가 갑자기 두 세 배로 늘어났고, 각 읍·면지역의 배수장 가동이 올스톱되면서 단수사태가 불가피한 상태로 악화됐다.
급기야 김 군수는 수자원공사를 찾아가 "정수시설이 너무 미비하다. 여름철 수돗물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해 단수사태가 발생한다. 여기다 운문댐 하류 동창천의 유지수 부족으로 하천이 썩어가고 있다. 당장 여러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기후대응댐은 기존 다목적댐과 홍수 조절용 댐만으로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보고 기본 구상에서부터 연구 용역, 후보지 선정까지 3여년에 걸쳐 진행된 사업이다.
하지만 새로 들어선 정권이 '불필요한 댐' 쪽으로 급선회하면서 이제 신규 댐 건설이 '반토막' 위기에 놓였다.
청도 운문댐 상류 5km 지점, 약 8만명에게 물 공급이 가능한 저수용량 660만t 규모인 운문천 기후대응댐 건설 계획이 신정부에서 아예 없었던 일로 뭉개질지 모른다.
댓글 많은 뉴스
정청래 "대통령도 갈아치우는 마당에 대법원장이 뭐라고?"
[단독] 中 때문에 결혼식 취소 신라호텔... 美 머물 하얏트는?
김민석 총리 "비자 문제 해결될 때까지 미국 투자 없다"
[단독] '尹나체 해부 묘사' 작품 건 봉산문화회관…구청장 지시에 전시회 직전 전시장 폐쇄
李 대통령, 체코와 정상회담…두코바니 원전 웨스팅하우스 논란 '무언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