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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풍-김수용] 중동 리스크 시험대에 오른 한국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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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용 논설실장
김수용 논설실장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중동발 전면전 위기가 현실화되면서 한국 경제가 고유가·고환율·고물가라는 '삼중고(三重高)'의 시험대에 올랐다. 이번 군사적 긴장은 물가와 무역수지에 직접적 타격을 가하는 위협이다.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20% 이상이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가능성은 단지 유가 인상이 아니라 세계 에너지 공급망에 막대한 '지정학적 통행료'를 부과하게 된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0%를 웃도는 우리 경제로서는 유가가 배럴당 10~20달러만 출렁여도 기업 생산원가 상승과 가계 구매력 위축 압박에 직면하게 된다. 생산원가 상승은 기업의 손익계산서를 압박하고, 가계의 체감물가 상승으로 번지는 악순환을 낳는다.

시장의 경고등은 선명하다. 원·달러 환율이 1,470원을 위협하며, 코스피는 6,000선이 무너지고 '공포지수'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최대치로 치솟았다. 금융당국은 24시간 점검 체계를 가동하며 '100조원+α' 규모의 시장 안정 프로그램을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충분한 유동성(流動性) 메시지를 보냈지만 시간 벌기용 임시방편일 뿐이다. 유동성 공급은 시장의 공포를 잠재울 수는 있어도 '불안 비용'을 지불하지는 못한다. 충격의 본질은 자금 경색이 아니라 에너지 가격과 지정학적 위험의 상승이기 때문이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전문가들은 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단기적 위험은 세 갈래 연쇄 반응(連鎖反應)으로 요약된다. 첫째, 환율 변동성 확대와 통화정책 딜레마다. 글로벌 위험 회피 국면에서 달러 선호 현상이 강화되면 원화 가치는 하락 압박을 피하기 어렵다. 환율 급등은 수입 물가를 직접 자극하며, 이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운신의 폭을 극도로 좁힌다. 내수 진작을 위해 금리를 내리자니 물가 상승이 두렵고, 동결하자니 경기 둔화 골이 깊어지는 '진퇴양난'이다. 둘째, 자본 유출 가속화에 따른 시장 충격이다. 외국인 자금은 국내 시장의 '유동성 스위치' 역할을 한다. 글로벌 펀드가 위험 노출을 줄이고자 자산 재배분에 나서면 코스피 등 자본시장은 큰 충격을 받게 된다. 셋째, 기업의 마진 압박과 비용 전가의 한계다. 에너지와 물류 비용에 민감한 정유, 석유화학, 항공, 해운 업종은 직격탄을 맞는다.

이번 위기가 단순한 변동성이라면 유동성 공급으로 충분하겠지만 과거 경험이 알려주듯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위험이다. 따라서 '에너지 안보의 구조적 재편'이 핵심이다.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조화, 차세대 에너지저장기술(ESS)에 대한 파격적 투자는 단순한 환경 논리를 넘어 국가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다. 에너지 자립을 위해 실행 가능한 목표들을 하나씩 설정해야 한다. 우선 에너지 공급망의 디지털 전환이 필요하다. 석유 비축량 싸움에서 에너지 흐름과 관리의 최적화로 위기관리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태양광, 풍력, ESS를 네트워크로 묶어 하나의 발전소처럼 관리하는 가상발전소 개념도 포함된다. 에너지 디지털화는 단일 서버(중동)에 의존하던 경제를 클라우드 기반의 분산 경제로 바꾸는 작업이다. 에너지 도입선의 탈(脫)중동화도 가속해야 한다. 지구 반대편 화약고가 터질 때마다 외생변수(外生變數) 운운하며 불이 꺼지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다. 정부가 언급한 유동성은 임시 방화벽인 동시에 외상 거래일 뿐이다. 내일 지불해야 할 비용을 당겨 쓰는 방법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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