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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법부는 신이냐' 대법원장 공격한 정청래, 아무도 신이라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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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예정된 국회 청문회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해 "판사는 무오류의 신이냐"며 비판했다. 정 대표는 29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사법부는 하늘과 헌법 위에 존재하나. 사법부는 입법부 국회의원들도 재판정에서 심판한다. 그것을 '입법부 독립을 침해했다'고, '삼권분립 훼손했다'고 강변하지 않는다"며 "입법부도 독립해 일한다. 필요하다면 당연히 누구라도 불러서 청문회를 진행할 권리와 의무, 법적 권한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얼토당토않은 궤변(詭辯) 하지 말고 청문회에 출석해 진실을 밝히길 바란다"고 했다.

이 말이야말로 얼토당토않은 궤변이다. 국회의원들도 재판정에서 재판을 받으니 판사들도 국회에 와서 청문회를 받으라는 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이는 '법 앞의 평등'이라는 헌법 원칙의 의도적인 훼손이자 오용(誤用)이다. '법 앞의 평등'은 범죄 혐의로 기소되면 누구나 법정에 나와야 한다는 의미라는 걸 정말 모르는가. 입법부가 국회 청문회에 대법원장을 불러 합의 과정 등 개별 재판 절차를 심판·소명하게 하는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걸 모르고 하는 소린가. 사법부 독립 원칙(헌법 103조)은 재판 합의 과정이나 판결의 적정성에 입법·행정이 개입하지 못하도록 헌법에 근거한 안전장치다. 이를 부정하는 것이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을 부정하는 것이고, 그야말로 궤변이다. 국회는 피감기관장을 불러 감사하는 국정감사를 하지 않는가.

'궤변'은 보통 말 대결을 하다 명분(名分)이나 논리상 더 대응할 수 없을 때 들이미는 단골 표현이다. '궤변 늘어놓지 마라'는 말이 나오면 대충 끝이라고 보면 된다. 더 받아칠 말이 없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신'까지 등장했다. 궤변이 나왔고 하늘과 신도 나왔으니 나올 건 거의 다 나온 듯하다. 오죽하면 신까지 끌어왔겠나. 얼마 전 "대통령도 갈아치(우)는 마당에 대법원장이 뭐라고?" 발언에 이어, 궤변·하늘·신도 나왔으니 이쯤 되면 정 대표도 할 만큼 한 거 같다. 이제 그만 이성을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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