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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대의 건축인문기행] 안도 다다오의 건축- 물의 교회, 빛의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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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교회.정면 유리벽이 열린 건축은 경계가 사라지고 호수의 십자가 교회와 일체화 된다.
'물의 교회'. 회중석 정면은 호수 위 십자가의 정지된 공간이다.

노출 콘크리트 건축가로 잘 알려진 일본의 안도 타다오(安藤忠雄. 1941년~.)는 가장 활동적인 세계적 건축가이다. 트럭기사, 복싱선수의 이력을 지닌 그는 정식 건축 교육을 받지 않았다. 세계건축을 찾아 여행하고 꼬르뷔제 건축 작품집으로 독학한 건축가이며 그의 애완견 이름도 꼬르뷔제이다. 고졸 출신으로 동경대 교수를 비롯, 세계 명문대학 초빙 교수의 건축가이다.

안도 타다오는 1995년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 상을 수상하며 시상금은 고베 대지진 피해 아동보호기금으로 전액 기부했다. 또한 오사카 '어린이 책의 숲' 도서관을 설계 건립 헌정하며 그 운동을 확산하고 있다.

그는 단순 기하학 패턴, 간결한 콘크리트 미학이 자연과 결합하는 교회 시리즈 3부작으로 '물의 교회' '빛의 교회' '바람의 교회'를 설계했다. 그 교회들은 호텔 리조트의 결혼식 이벤트를 위한 부속 기능의 건축이다.

오사카 변방 주택가
'물의 교회'. 회중석 정면은 호수 위 십자가의 정지된 공간이다.

◆물의 교회

일본을 구성하는 4개 섬에서 홋카이도는 겨울눈으로 유명한 북쪽의 섬이다. 홋카이도의 빛, 바람, 나무, 호수, 자연에 어우러져 있는 '물의 교회'는 시적(詩的) 감성의 건축이다. 성스러운 예배 중심 교회보다 결혼식 이벤트를 위한 호텔 리조트의 부속시설로서 1992년 완성되었다. 애초에는 오사카만 해안 물 위 십자가 교회를 구상했지만. 오사카 근처에 있는 '바람의 교회' '빛의 교회'에서 멀리 떨어진 색다른 자연환경 홋카이도 숲에 세워지게 되었다.

드라마틱한 건축의 공간 전개는 시작, 전개, 절정, 결말에 이르는 소설처럼 스토리가 내재하는 건축이다.

▷건축의 시작--- 홋카이도의 겨울 방문은 깊은 눈길을 걸어 올라야 한다. 눈 덮인 골고다 언덕 호수 위 십자가를 찾아가는 나타샤의 순례 길이 된다. 먼저 만나는 것은 건물이 아니라 'L'자로 길게 누운 콘크리트 벽체이다. 건축 모습을 바로 드러내지 않고 벽을 따라서 진입을 유도하는 다다오 건축의 방법론이다. 벽으로 가려져서 언 듯 보이기만 하는 건물은 안쪽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물소리, 새소리, 숲의 바람 소리까지도 본론 건축에 대한 배경 소재가 된다.

하늘에 새겨진
물의 교회.정면 유리벽이 열린 건축은 경계가 사라지고 호수의 십자가 교회와 일체화 된다.

▷건축의 전개--- 긴 벽의 끝자락 작은 개구부가 곧 대문이다. 한꺼번에 펼쳐지는 장면에 탄성이다. 왜 긴 벽을 지나게 했는가? 건축가의 연출이다. 지나온 긴 벽과 호수 사이를 다시 되돌아 진입하는 동선에 건축은 점점 클로즈 업 된다. 콘크리트와 유리 큐브 진입 홀에 도착한다. 십자가 구조물이 둘러서있는 투명한 유리 큐브는 건축 숲 호수 풍경을 바라보는 전망대 전실(前室)이다. 나선형 계단을 내려가면 건축의 본론 교회 회중석이다.

▷건축의 절정--- 무대 위 스크린처럼 한 장면이 나타난다. 사면이 둘러싸인 콘크리트 내부에서 바라보이는 것은 정면의 호수뿐이다. 숲을 배경으로 물 위 십자가. 정지된 공간이다.

▷건축의 결말--- 크기와 물성이 다른 두 개의 큐브 구조물은 서로 어긋나게 겹쳐져 위계와 질서 기하학적 관계를 구성한다. 직선의 건축은 자연의 곡선 안에서 혼연일체를 이루며 콘크리트 건축은 물위에 가볍게 떠 보이게 하는, 정면의 길이 15m, 높이 5m 비례와 균형의 조형이다. 다시 호수 긴 콘크리트 선을 따라서, 다시 천천히 되돌아 바라보는 걸음, 건축 스토리의 결말에 이르게 된다.

노출콘크리트 교회는 홋가이도 극한의 추위에도 난방시설 장치가 없다. 겨울이면 '눈의 교회' 또는 '얼음의 교회'이다. 봄이 되어서 정면의 거대한 유리벽이 열리게 되면 비로소 '물의 교회'가 된다. 자연에 열린 건축은 경계가 사라지고 호수 십자가 회중석은 평면적 관계로 일치 된다. 호수라 일컬은 물의 공간은 개울을 막아서 만든 깊이 15cm에 불과하다.

최상대 전, 대구경북건축가협회 회장
'빛의 교회' 정면. 강렬한 빛의 십자가는 계절 시간의 궤적에 따라서 움직인다.

◆빛의 교회

​ 오사카 변방 주택가 '히카루노 교회'라는 이름 보다 '빛의 교회'로 잘 알려져 있다. '안도 다다오'가 일약 세계적 건축가로 알려지게 한 건축이다. 교회 삼부작 (바람의 교회, 물의 교회, 빛의 교회)이 유명하면서 그 변용은 진행 중이다. '빛의 교회' 특징은 어두운 회중석 정면 벽의 강렬한 십자가 빛으로 빛은 하나님과 연결된 듯 어두운 실내 깊이 낙인처럼 새겨진다.

50여명 신도의 초라한 목조 교회 관계자는 1987년 안도 다다오에게 돈이 적게 드는 교회를 상담하게 된다. '지붕이 없는 야외 교회를 먼저 만들고 돈이 생기면 지붕을 덮자'고 하는 형편이었다. '안도 다다오'는 어린 시절 낡은 집 지붕 틈 사이 새어 들어오는 강렬했던 빛을 세기는 십자가를 생각하며 120명 회중석 330평 규모의 새 교회를 설계했다.

십자가 형상은 벽체 콘크리트 공사부터 난항이었다. 기술적, 경제적 문제로 시공사는 십자가 변경을 요구하며 공사를 중단했다. 건축가인 안도 다다오는 십자가를 위해 모든 부분에서 공사비 절감을 감당해야 했다. 콘크리트 골조 그대로 마감하며 거푸집을 재생하여 회중석 가구로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콘크리트 골조가 그대로 드러나는 순수 형태, 장식과 디테일이 없는 콘크리트 네모 상자만 남았다.

오사카 변방 주택가 '빛의 교회'는 교인 감소 등의 현실적 문제로 지난해 폐쇄되었다.

주택가 도로의 시끄러움 산만함은 콘크리트 벽으로 차단되었으며 십자가 빛만 남긴 실내는 경건함과 평온함이다. 차갑고도 거친 콘크리트 벽면은 빛의 그림자로 부드럽고 간결한 노출 콘크리트 미학의 공간이 되었다. 계절과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십자가의 위치가 변하고 공간의 표정은 시시각각 달라진다. 빛은 실내조명이며 상징적인 기호이다. 교회 진입은 장방형 콘크리트 상자에 15도 각도로 관통하는 벽을 따라 이루어진다. 예각으로 교차하는 콘크리트와 콘크리트, 안과 밖의 만남은 유일한 디테일이자 공간의 변화이다.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안도 다다오는 '유리가 없는 십자가의 직접적인 강한 빛을 원했으나 교회의 현실적인 반대로 유리창을 끼우게 되었다. 언젠가는 유리창을 없애는 것이 희망'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비바람과 추위 단열문제는 어찌할 것인가? 건축가는 자신의 건축 작품의 완성도를 위하여 건축주 요구와 대립하는 경우도 있다. 다다오의 노출콘크리트 건물들은 대개 단열이 없어서 춥다. 일본은 우리와 단열기준이 다르기에 가능한 건축들인 것이다.

'물의 교회'(왼쪽)와 '빛의 교회' 배치 평면스케치

35년이 지난 '빛의 교회'가 지난해 갑자기 문을 닫았다는 소식이다. 교인 감소로 인한 교회 운영의 적자문제, 그동안의 교인 자원봉사자들의 사망과 고령화, 많은 방문객으로 인한 인근 주민들의 민원제기 등으로 세계적 건축 순례지가 폐쇄된 것이다.

'빛의 교회'가 유명해지면서 안도 다다오는 다른 '빛'의 십자가를 설계하였다. 고베 이와지 섬 '바다의 교회', 우리나라 원주 산 뮤지엄 10주년을 기념하여 지어진 '빛의 공간'은 콘크리트 천정에 십자가 '빛'이 새겨진 건축이다.

하늘에 새겨진 '빛'의 십자가, 그 아래는 건축가 '안도 다다오'

'빛의 창조자'가 하나님이라면, '빛의 설계자'는 건축가인 것이다. 노틀담 성당. 성 베드로 성당, 성 가족교회, 롱샹교회,,, '빛'은 성스러운 종교 건축의 진화적 과정이었으며 현대건축은 자연의 빛을 추상화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최상대 전, 대구경북건축가협회 회장

최상대 전, 대구경북건축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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