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노사우루스와 아파토사우르스, 알로사우르스, 스테고사우르스, 티라노사우루스, 트리케라톱스, 벨로키랍터, 스피노사우루스, 알로사우루스, 브라키우사우루스, 카르카로돈토사우루스, 하늘을 나는 익룡 등 수많은 공룡이 지구를 지배하던 시대가 있었다.
우리에게 친숙한 만화영화 <아기공룡 둘리>의 '둘리'는 케라토사우르스, '둘리 엄마'는 브라키오사우르스를 모델로 했다. 아기공룡 만화에서 시작된 공룡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쥬라기파크>(1993년) 보다 10년이나 앞섰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건 한반도가 인류가 탄생하기 수천만 년 전인 중생대 백악기에 공룡이 지배하던 '공룡낙원'이었다는 사실보다도 이채롭다.

◆한반도는 공룡낙원
중생대 백악기(약 1억 4500만 년 전~6500만 년 전)는 공룡을 비롯한 '파충류의 시대'였다. 당시 한반도는 공룡천국이었다. 의성을 비롯한 남해와 보성 연천 등 전국 각지에서 발견된 공룡뼈 화석과 공룡발자국은 공룡의 시대를 증명한다. <쥬리기월드>는 영화가 아니라 실제상황이었다.
공룡의 시대는 어느 날 갑자기 종지부를 찍는다. '소행성 충돌'로 인한 것인지, 소행성충돌이후 찾아 온 빙하기 때문인지 갑작스런 지구 온난화 때문인지는 과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았지만 공룡을 비롯한 지구상 생물의 70%가 멸종했다. 그리고 지구 곳곳에서 화산이 폭발했다. 그럼에도 지구는 종말을 맞이하지 않았고 살아남은 파충류와 포유류 등의 생물들이 '종의 진화'를 거듭했다.
의성은 공룡발자국 화석과 국가지질공원을 두루 갖추고 있어 살아있는 지구의 역사를 기록한 생생한 교과서다. 국내 대부분의 공룡화석들이 해안에서 발견되는 데 반해 내륙 깊숙한 곳에 위치한 경북 의성에서 대규모 공룡발자국이 발견된 것은 중생대 백악기 한반도가 공룡의 낙원이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입증한다.

백악기인 기원전 7천만 년 전에 폭발한 한반도 최초의 사화산 '금성산'과 의성은 화산 폭발로 인해 형성된 전형적인 '칼데라'지형이라는 점에서 지질학적으로도 다양하고 풍부한 연구대상으로 2023년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됐다.
금성산 자락에 자리 잡은 산운생태공원은 <아기공룡 둘리>의 둘리엄마와 같은 선해 보이는 초식공룡 '브라키오사우르스'는 물론이고 사나운 '벨로키랍터' 등 여러 종류의 공룡들이 곳곳에 포진하고 있는 '쥬라기파크'다. 금방이라도 달려들듯 공룡들을 엮동감있게 재현·배치했다.
그래서 육식공룡에 대한 공포감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아기자기하게 어이들을 위한 '공룡'놀이터 같은 느낌을 준다. 1995년 폐교된 산운초등학교를 활용한 이 '의성에코센터'에 가면 한반도를 주름잡았던 각종 공룡화석과 공룡들의 이야기를 전시하고 해설하는 작은 자연사박물관을 만나게 된다.

◆제오리 공룡발자국 화석
이런 작은 전시관이 의미있어 보이는 것은 바로 2km 남짓 떨어진 금성면 '제오리'에 국내 최대 규모 316개의 공룡발자국 화석이 있는 이곳이 국내 최대 공룡서식지이기 때문이다. 이곳 뿐 아니라 금성면 만천리는 물론 춘산면과 점곡면, 의성읍에서도 공룡발자국 화석이 발견되는 등 의성 전 지역에서 공룡 흔적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제오리 공룡발자국 화석은 1993년 도로공사 중 발견된 후, 문화재적 가치가 높아 곧바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1993년). 바로 영화 <쥬라기파크>가 개봉된 그 해다. 이 공룡발자국 화석은 무려 1억1천500만 년 전의 것으로 연대가 추정되면서 한반도 공룡연구의 중요한 학술자료로 간주됐다.
공룡의 갑작스러운 멸종이 소행성충돌이든 아니든 간에 의성 금성산 폭발(분화)은 이 지역에 살던 공룡의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한반도 최초의 '사화산'으로 인증된 금성산이지만 7천만 년 전 대폭발을 일으켰다면 인근에 살던 공룡들은 단 한 마리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민족 영산 백두산의 화산활동이 진행되고 있다는 보고서가 최근 나오면서 백두산은 활동을 시작한 활화산으로 분류하지만 금성산은 한반도에서 최초로 분화한 후 활동을 중지한 사화산이다. 광주 무등산, 북한의 칠보산도 사화산이다.

◆금성산 칼레라지형
산림청이 선정한 한국의 100대 명산에 들어가지는 않지만 금성산은 등산애호가들이 손에 꼽는 '숨겨진 명산' 중의 하나다. 560.11m의 비교적 낮은 높이지만 등산로가 잘 정비돼 있는데다 지나치게 가파르지도 않고 가볍지 않은 아름다운 능선을 갖추고 있어 산악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금성산 정상에 오른 후 부터는 능선을 타고 의성군 영산(靈山)으로 간주되는 '비봉산'(672m)코스까지 한꺼번에 등반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각광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금성산 등반코스는 과거 화산활동으로 마그마가 분출한 뒤 그 공간이 함몰돼 풍화 및 침식작용으로 형성된 산악지형인 '칼데라지형'이라는 점에서 해마다 의성군 주최 '칼데라지오하이킹' 등반대회가 열리고 있다. '칼데라(caldera)'라는 지형 명칭은 스페인어로 '냄비'를 뜻하는 단어에서 따온 것으로 함몰된 형태가 냄비처럼 움푹 들어간 모양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칼데라 지형의 금성산 형태가 바깥에서 볼 때 '가마'와 비슷하다고 해서 '가마산'이라고도 불리기도 했다.

그런 지형 때문에 금성산 정상은 넓은 평지가 조성돼 있다. 냄비형태의 일반적인 칼데라지형이 아닌 가마모양으로 금성산 정상부가 형성된 것은 마그마가 분출된 후 움푹 파였다가 서서히 냉각된 '화구' 지역이 세월이 흐르는 동안 침식작용에도 버텨서 암석층(예를 들면 흑요석)이 산의 정상부로 남게 되고 주변 지역은 오히려 낮아지게 된 탓으로 추정된다. 칼데라지형의 화구인 금성산 정상이 비봉산 등 주변 산봉우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셈이다.
이런 연유로 인해 생겨난 금성산 정상은 천하제일 명당으로 꼽혔다. 이 지역에 내려오는 오래된 전설은 이 높고 넓은 평지와 같은 정상부에 묘를 쓰면 자식들이 3년 내에 만석꾼이 되지만 주변 30리(里) 안에는 석 달 동안 비가 내리지 않고 산 아래 수정사 우물이 마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과거 가뭄이 들면 동네사람들이 정상에 올라가 누군가 묘지를 쓴 것이 아닌 지 곳곳을 파헤치곤 했다. 이 정상에서는 과거 이 지역을 장악한 조문국 최후의 격전장이기도 했다고 한다.

산에 오르다보면 돌로 쌓은 산성이 정상까지 이어져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바로 '금성(金城)산성'이다. 전체 길이는 2,730m에 이르고 높이는 약 4m 남짓한 석축산성이다. 금성산이 조문국 시절 군사적으로 중요한 전초기지 역할을 했다는 것을 증명한다. 신라의 삼국통일과정에서 문무왕이 당군(唐軍)을 물리치는 데 금성산이 한몫했다는 기록도 있다.
◆의성마늘토양
의성이 자랑하는 6쪽마늘과 금성산의 관계는 아주 밀접하다. 마그마와 화산재가 불출하면서 형성된 의성지역 토양은 물 빠짐이 좋은 사질양토를 만들어냈고 여기엔 화산재에 섞여있던 칼륨과 칼슘, 마그네슘 등 광물과 무기질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어 의성마늘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특유의 알싸한 매운 맛과 저장성을 강화하는 토양이 된 것이다.
의성에서도 의성지역 고유의 '6쪽마늘'이 잘 자라는 곳이 금성산 주변인 금성면과 사곡, 점곡, 의성읍 등 이라는 것만 봐도 금성산이 의성마늘을 탄생시킨 뿌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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