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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민주당, 1만명 넘는 학원연합 집단당원가입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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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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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기 특검팀은 2023년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통일교 신자 3천100여명이 권성동 의원을 지원하기 위해 집단 당원 가입을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를 증명하기 위해 국민의힘 당원명부와 통일교인 명부를 압수했다.

이런 가운데 사단법인 수원시학원연합회가 더불어민주당 당원 가입을 종용하는 문자를 법인 명의로 대량 발송하고 직접 일일이 당원가입 전화를 한 정황이 뒤늦게 확인됐다. 연합회는 이런 행위를 스스로 '민주당 당원가입사업'이라고 불렀다. 연합회는 수원 지역 4천여곳에 육박하는 학원시설과 1만명에 가까운 과외교사의 조직체로 이는 통일교의 집단 당원 가입 보다 큰 숫자다.

이 단체 김은경 부회장은 민주당 소속 현직 수원시의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직 시의원이 부회장으로 있는 조직이 구체적인 목적을 밝히며 특정 정당 지지와 당원 모집을 동시에 벌인 것인데 공직선거법상 단체의 특정 정당 지지나 당원 모집은 금지돼 있다.

더군다나 민주당 소속 이재준 수원시장이 이끄는 수원시는 매년 용역 계약으로 이 단체 주요 회원을 제주도와 속초 등 관광지에 보내줬던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소속 정치인이 조직적으로 이른바 '상부상조'하는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9일 매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연합회는 지난 7월24일부터 29일까지 3차례에 걸쳐 수원 지역 학원시설 관계자에게 단체 문자를 보냈다. 메시지에는 "학원의 권익 보호를 위해 내년 지방선거에서 학원장을 시·도의원 후보로 출마 시키겠다. 집권당인 민주당 지지를 선언하고 민주당 후보로 도전한다"며 "시·도의원 출마를 위해선 당원가입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학원별 1명 이상 당원 가입에 협조해 달라. 안내원이 전화로 가입을 받는다"고 써 있었다.

문자엔 주민등록번호 입력 방법과 당비 납부 방식까지 구체적으로 나왔다. "당원 가입을 위해 학원장 님 주민등록번호가 필요하다. 다른 용도로는 절대 사용되지 않으니 안심하시기 바란다"며 "당비는 월 1천원으로 자동이체나 핸드폰 요금에 합산 청구되는데 소액이니 가급적 핸드폰 합산 납부를 권장 드린다. 6개월 이상만 납부하면 된다"고 써 있었다.

7월29일 연합회 측이 회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민주당원 가입을 종용한 정황도 나왔다. 29일 문자에는 "지금 학원연합회 상담원이 학원장 님께 당원 가입 권유 안내 전화를 드리고 있다. 민주당 '당원가입사업'에 적극 협조해 달라"는 문장이 적혔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은경 수원시의원. 수원특례시의회

더 큰 문제는 연합회가 수원시로부터 용역 계약으로 행사 지원을 받는 단체라는 점이다. 연합회는 '재능기부 학원 무료수강 연계사업'을 벌이며 수원시로부터 2023년부터 매년 약 1천200만 원 규모 용역 계약을 통해 예산을 지원 받아 왔다.

이 돈은 제주도와 속초 등 주요 관광지에서 '성과보고회' 명목으로 2박3일간 열리는 '우수사례 공유' '현장체험' '화합의 시간' 행사비가 됐다. 연합회는 2023년 9월엔 제주, 지난해 7월과 11월엔 각각 충북 제천과 강원 속초에서 행사를 진행했다. 민주당 소속 시장이 이끄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는 조직이 민주당 당원가입에 활용되고 있는 것이었다.

국민의힘 소속 배지환 수원시의원은 "성과보고회가 수원 시민이 아닌 사람들을 대상으로 수원시 밖 관광지에서 2박 3일간 진행되는 것은 사업명과 실제 활동의 연관성이 떨어진다"며 "시민이 참여하지 않는 보고회는 예산 낭비이자 행정 신뢰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한 법조계 관계자는 "공직선거법 제87조는 단체의 특정 정당 지지나 당원 모집을 명확히 금지하고 있다"며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이 투입된 사업을 위탁 받은 수행기관이 특정 정당의 당원 모집에 나섰다면 정치적 중립성 위반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은경 수원시의원. 수원특례시의회

고진석 연합회장은 "민주 사회인데 그걸 내가 왜 기자에게 말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부회장인 민주당 소속 김은경 수원시의원은 처음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말한 뒤 "누가 당신에게 이런 사실을 말해준 것인지 밝혀야 대답할 수 있다. 떳떳하니까 당신에게 말해준 것 아니냐"고 했다.

매일신문은 "취재원을 보호해야 해서 말할 수 없다"고 하자 그는 "취재원을 왜 보호를 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시의원은 국민의힘 소속이다 지난해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긴 바 있다.

연합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연합회 소속 회원기관은 학원 2천288곳과 교습소 1천298곳, 평생교육시설 136곳 등 총 3천722곳이다. 개인회원은 개인과외교습자 8천98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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