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뉴런(mirror neurons)'이란 게 있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보거나 그 과정을 듣기만 해도, 자신이 실제 그 행동을 하고 있는 것처럼 활성화돼 반응하는 뇌 속 신경세포다. 자신이 열렬히 지지하는 특정 정치인에 대해 갖는 강한 소속감과 감정적 헌신, 대리 만족과 닮았다.
물론 팬덤 현상을 거울 뉴런으로 설명하는 건 무리가 있다. 덩달아 좋고, 슬프고, 아픈 게 거울 뉴런의 작용으로 나타나는 메커니즘이긴 하지만, 좀 더 정확히는 다른 사람의 생각·감정을 본능적으로 파악, 반응하는 공감 능력을 이끌어 내는 역할을 한다고 봐야 해서다. 그래도 거울 뉴런이 사회적 상호작용에 중요한 기능을 한다고 알려진 만큼 정치인의 행동과 말에 집단·개인적으로 반응하는 강성 팬덤의 신경학적 토대(土臺)가 된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듯하다. 사회적 동일시와 집단극화, 확증 편향 등 심리·사회적 요인이 더 결정적이라고 해도 말이다.
강성 지지자들만 바라보며 정치하는 경향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이 됐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그렇게 대표가 되더니 아예 '더불어청래당'이라는 지지 세력까지 형성됐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사실상 같은 방식으로 대표가 됐고, 형기의 절반도 채우지 않고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출소한 뒤 단번에 대선 후보로 부상한 조국도 마찬가지다. 이젠 강성 지지층이 없으면 정치 대망론(大望論)을 꿈꿀 수조차 없는 판이 됐다. 단순 지지를 떠나 지지 정치인을 조정·통제하고 생각과 행동까지 정해 주는 당황스러운 지경에 이르렀다. 확실한 기반, 동력이 필요한 정치인들을 숙주 삼아 존재감과 세력을 더욱 키워 나가고, 그 덕에 한자리를 하게 되거나 더 높은 자리를 원하는 정치인들은 그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 것이다.
대의민주주의에서 국민 다수가 아닌 일부 극단적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고 정치하는 것은 맞지 않다. 민주당이든 국민의힘이든 강성 당원만 보고 정치하는, 강성 지지층 눈치를 살펴 정책을 만들고 입법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이제 강성 팬덤에 편승(便乘)한, 극단이 판치는 정치에 대한 문제점과 부작용을 돌아보고, 성찰과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적절한 출구를 찾아내는 사회적 담론을 시작해야 할 때가 됐다.
hoper@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단독] 민주당, 1만명 넘는 학원연합 집단당원가입 받았다
주진우 "학부모 유괴 불안 떨 동안 이재명 정부 뭐했나"
김은혜 "중국인 부동산·의료·선거 '3대쇼핑' 방지법 당론추진"
새벽 5시, 인력시장 찾은 김민석 총리…"일자리 많이 늘릴 것"
숨진 양평 공무원 메모 공개되자, 특검 "실제 유서 아냐…강압조사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