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쓰기가 무미한 나이가 되었다. 한 문장 쓰기가 이토록 건조하다니"
허정분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어느 아낙의 병풍도'는 세월의 결을 따라 걸어온 한 인간의 생애를 병풍처럼 펼쳐 보인다. 저자는 시골에서 흙을 일구며 살아온 농부이자, 문중 종부로서 겪은 일상을 시에 담았다.
첫 시집 '벌열미 사람들' 이후 20여 년이 흐른 지금 출판된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풀 수 없는 응어리 같은 흔적을 기록하는 행위"로 삶을 되짚는다.
60여 편의 시는 '꽃 이름으로 불러주고 싶다', '사당이 있는 집', '별자리에 너를 누인다', '사라지는 것에 대하여' 네 부로 나뉘며, 시 산문집 이후의 소회를 담은 산문도 실렸다. 시는 문중 마을의 역사와 풍속뿐 아니라, 장날의 풍경이나 손녀의 죽음 등 지극히 개인적인 순간까지 세밀하게 기록한다.
'어느 아낙의 병풍도'는 한 생애의 흔적을 온전히 담아낸 시집이자, 기억과 언어가 삶을 지탱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시집 속 태생부터 가난과 함께한 기억, 흙 위에서 보내온 시간, 가족과 혈연의 상처, 이별의 설움은 삶의 희로애락으로 가슴에 와 닿는다. 시인은 여전히 문학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마음이 울렁거린다고 말한다.128쪽,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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