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상류를 따라 50년 넘게 이어진 영풍 석포제련소 논란이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중대한 분기점을 맞았다. 여야 의원이 나란히 '폐쇄 검토'와 '이전 결정'을 요구하며, 제련소 문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 과제'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봉화·태백 주민들은 "우리가 지키려는 건 기업이 아니라 생존권"이라며 맞서고 있다.
지난 14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강득구 의원(더불어민주당, 안양만안)과 김형동 의원(국민의힘, 안동·예천)이 잇따라 영풍그룹 김기호 대표를 상대로 석포제련소 문제를 질의했다.

◆"토양오염 정화 불가능하다면 환경부가 결단해야"
강 의원은 "토양오염 정화 가능성에 대한 객관적 조사를 거쳐, 정화가 불가능하다면 환경부가 직접 이전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제련소는 낙동강 상류에 위치해 1천300만 영남 주민의 식수원을 위협하고 있다"며 "영풍이 각종 법 기술로 조업정지 명령을 지연시키는 것은 국민 건강을 외면한 행태"라고 질타했다.
이에 김기호 대표는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답했고,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환경부 주도 TF 구성 등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경북도 TF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환경부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폐쇄 검토 첫 공식 답변… 반세기 논란의 전환점"
이날 김형동 의원은 "석포제련소는 2014년 이후 100건이 넘는 환경법 위반으로 검찰 고발 33건, 조업정지 110일의 처분을 받았다"며 "이런 사업장이 여전히 가동 중이라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북도 TF에서 폐쇄나 이전 결론이 나오면 따르겠느냐"고 묻자, 김 대표는 "그 결론에 맞춰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영풍 측이 처음으로 '폐쇄 검토 가능성'을 공식 언급한 순간이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석포제련소 문제는 단순한 기업의 환경관리 차원이 아니라, 낙동강 수질과 국민 생명에 직결된 사안"이라며 "이전 논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했다.

◆"우린 먹고 살아야 한다" 주민들의 절규
그러나 영풍 석포제련소 지역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지난달 25일 봉화군 석포면에서 열린 '봉화·태백 생존권 사수를 위한 공동투쟁위원회' 출범식에는 주민 500여 명이 모였다. "우리도 먹고 살아야 한다"는 절박한 외침이 이어졌다.
주민들은 "제련소가 빠지면 지역 기반이 무너진다"며 이전 반대 결의문을 채택했다. 석포제련소는 임직원 660명, 협력업체와 가족까지 수천 명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으며, 지역 경제에 연간 1천억 원이 풀린다. 봉화군 평균 연령이 58세지만 제련소가 있는 석포면은 51.7세로 가장 젊다. 젊은 노동자와 가족이 정착해 학교와 상권이 유지되고 있어서다.
◆ 환경 개선 노력도 진전
주민들은 "무조건 이전보다 개선이 현실적"이라며 상생의 해법을 요구한다. 영풍은 2021년 무방류 시스템을 도입해 공정용수를 100% 재활용하고, 삼중 차수벽을 설치해 지하수 유출을 차단했다. 환경부 물환경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하류의 중금속 수치는 법적 기준 이하로 유지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도 "일부 수질 개선이 확인됐다"며 "다만 토양 정화의 지속 가능성과 주민 안전을 위한 검증은 계속돼야 한다"고 밝혔다.
◆ "정부가 중재자 돼야"
전문가들은 "지금 필요한 건 '이전이냐 존치냐'의 선택이 아니라 정부의 중재"라고 지적한다. 환경 보전과 지방 생존은 대립이 아니라 조율의 대상이며, 둘 다 국가가 책임져야 할 과제라는 것이다.
결국 해법은 극단이 아닌 공존의 제3의 길에서 찾아야 한다. 낙동강을 지키면서도 봉화와 태백의 삶이 이어질 수 있는 상생의 해법, 그 결단이 이제 정부의 몫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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