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이달 말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APEC은 21개 회원국 간 경제 협력의 핵심 플랫폼으로, 세계 GDP의 60%, 교역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지역 경제 협력체다.
이번 경주 APEC 회의는 격동의 세계 질서 속에서 열린다.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은 무역과 기술, 안보 영역을 넘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이처럼 미·중 간 무역·관세 갈등과 공급망 경쟁이 최고조에 달하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경주에서 만남으로써 이번 경주 APEC의 판이 커졌다.
따라서 이번 경주 APEC은 세계 정치·경제 질서의 방향을 가를 무대이자, 글로벌 긴장과 기대가 교차하는 회의로 그 어느 때보다 세계의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단순한 외교 이벤트를 넘어 분열된 세계 질서 속에서 협력의 가치를 복원할 수 있을지 시험 무대가 되고 있다.
올해 APEC의 주제는 '우리가 만들어 가는 지속 가능한 내일', 중점 과제는 '연결, 혁신, 번영'이다. APEC 의장국인 한국은 고위관리회의 등을 통해 이 같은 주제에 걸맞게 인공지능(AI) 전환, 인구 감소 대응과 같이 정치적 갈등이 덜한 어젠다들을 핵심 성과로 선정하고 논의를 이끌어 왔다. 한국이 이번 회의를 통해 갈등의 시대를 넘어서 회원국들이 공감할 새로운 협력 모델을 '경주선언'에 담아낸다면 협력의 리더십을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또한 국내외 유수 기업의 최고 경영자 등이 참여하는 글로벌 CEO 서밋 등의 경제인 행사를 통해 기업인들의 교류 협력 확대 등 실질적인 경제 성과를 거둘 기회다.
이번 회의의 또 다른 주인공은 개최 도시 경주다. 천년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는 해상무역과 실크로드를 통해 동서 문명을 잇고 개방을 통해 다양성을 포용하는 등 세계와의 교류를 상징하는 도시다. 국제도시 경주의 역사성은 오늘날 APEC이 지향하는 가치와 다르지 않고, 글로벌 협력의 상징으로 손색이 없다. 경주는 이번 APEC을 통해 과거의 문화유산을 미래의 경제·외교 자산으로 재해석하는 기회를 맞고 있다.
경주가 정상회의 기간 동안 신라 금관 6개를 국립경주박물관에 모아 전시하는 특별전, 정상 배우자 특별 프로그램 등 다양한 문화 행사를 통해 K-컬처의 역사성과 우수성을 세계에 각인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는 단순한 관광 홍보를 넘어 문화가 경쟁력이라는 것을 입증할 수 있다.
이번 경주 APEC 회의는 또 경주가 세계적인 국제회의도시로 도약할 절호의 기회다. 수많은 정상과 수행단, 글로벌 최고 경영자, 언론인 등이 경주를 찾는 만큼 국제적으로 경주 홍보는 물론 지역 경제 전반에도 상당한 파급효과가 기대된다. 숙박·외식·관광산업은 물론 문화콘텐츠산업과 청년 일자리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이번 APEC 회의를 일회성 행사로 끝내지 않고 회의 이후 지속 가능한 유산(레거시)을 남기는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회의 인프라와 국제행사 경험을 토대로 경주를 지속 가능한 글로벌 문화·회의도시로 발전시키는 것이 과제다. 정부와 지자체, 시민이 협력과 참여를 통해 경제 분야의 다보스포럼처럼 문화 분야의 '경주포럼'과 APEC 기념공원, 숲 조성 등은 물론 스마트 관광도시 조성, 문화유산 보존과 첨단기술 결합 같은 실행 가능한 비전 제시와 전략 마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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