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가 이 자리에서 하고 있는 일은, 단순히 세상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는 몇몇 뛰어난 예술가들의 음악을 선보이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중략) 우리의 더 큰 목표는 인류가 힘을 합칠 때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일이 가능하고, 실현 가능하며, 심지어는 흔한 일이 될 수 있음을 세상에 보여 주는 것입니다."
2025년 9월 16일,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 '국제 시각장애인 음악축제'. 신순규 벨라음악재단 후원회장의 연설에 축제장은 감동의 물결이 넘실거렸다.
유네스코 본부가 시각장애인 연주자들이 참여하는 작은 규모의 음악축제에 장소를 내어주고, 행사 5일을 겨우 남기고 개인 재단 후원으로 예산이 충당됐으며, 1천300석 가량의 좌석이 모두 매진되는 등 기적에 가까운 일들의 연속 끝에 열린 행사였다. 이날 그는 "힘을 합칠 때, 불가능한 일이 흔한 일이 된다"는 자신의 말을 직접 증명해보였다.
책 '할 수 있다 생각하고 방법을 찾아봅시다'는 이처럼 신순규 씨가 시각장애인으로서 마주한 일상의 도전과 그 속에서 발견한 행복을 독자들에게 전하는, 그의 세 번째 에세이다.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9세에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15세에 홀로 미국 유학을 떠나 일반 고등학교를 다녔고, 하버드와 프린스턴, MIT 등 세계적인 명문 대학에 동시 합격했다. 하버드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MIT에서 경영학과 조직학 박사 과정을 공부했다.
장애인에게 진입 장벽이 있는 직업들을 연구하던 그는 시각장애인 애널리스트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첫 성공사례가 되기로 마음 먹었다. 월가 투자은행 JP모건에서 일하기 시작해 시각장애인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CFA(공인재무분석사)를 취득했고, 현재 31년째 월가에서 애널리스트로 활동해오고 있다.
책 제목 '할 수 있다 생각하고 방법을 찾아봅시다'는 그가 2022년 예능 프로그램 '유퀴즈'에 출연해 남긴 말로, 방송 직후 많은 이들에게 용기를 줬다. 이는 그가 미국 일반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자신에게 양궁을 가르쳐 준 선생님에게서 배우게 된 말이다.
시각장애인이 활을 잡을 수 있을지, 과녁을 맞힐 수 있을지 모두가 의심했지만, 선생님은 불가능하다고 단정하지 않았고, 그 같은 자세는 그의 삶을 이끄는 신념이 됐다.
책은 월가 애널리스트의 시선으로 바라본 투자와 경제, 시각장애인으로 살아가는 일상, 가족과 사회 속에서 발견한 삶의 의미를 진솔하게 전한다.
1장 '난 아내의 말을 듣지 않기로 했다'에서는 애널리스트로 살아가는 현실과 가족 얘기를 다룬다. 투자 윤리에 대한 고민, 아들에게 주식을 가르치는 과정, 영화감독을 꿈꾸는 아들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을 담았다.
2장 '할 수 있다 생각하고 방법을 찾아봅시다'는 장애인에 대한 열린 관점과 사회적 포용을, 3장 '올인하는 사회에서 살아남는 법'은 투자 과열 시대에 지켜야 할 원칙을 제시한다. 4장 '오늘은 퍼펙트데이, 거의'에서는 불완전한 현실 속에서도 감사하는 마음과 유머로 하루를 완성하는 지혜를 전한다.
그는 이 책을 통해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것이 가능하다는 믿음을 나누고 독자들과 함께 그 방법을 찾아간다.
"시각장애는 나에게 바꿀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장애 때문에 급속도로 변질돼가는 세상을 그저 속수무책으로 지켜만 봐야 할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믿는다. 틀림없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2020년대를 살아가는, 가까이 혹은 멀리 있는 나의 이웃들에게 소망을 전하는 일은, 시력을 되찾는 기적이 없어도 충분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서로를 이해하고 감싸주는 일은, 내가 속한 작은 공동체, 가족이나 교회 혹은 직장 등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책 내용 중) 320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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